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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잉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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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Nov 26. 2024

2024.11.26 (화)

아침에 여느 때처럼 성경을 쓰다가 초등학문이라는 글에서 멈칫거렸다. 학문의 ‘문’이 ‘글월 문(文)’인지 ‘물을 문(問)’인지 헷갈려서였다. 이치로는 ‘글월 문’이어야 하는데 손이 움직이는 건 ‘물을 문’이었기 때문이다. 확인해 보니 ‘물을 문’이 맞았다. 자신 없을 때는 몸이 기억하는 걸 따라가는 게 맞는구나.


결국 학문이란 묻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말이지. 기가 막히지 않은가? 학문의 본질이 ‘질문의 기술’을 익히는 것이라는 게. 요즘 인공지능 사용 능력이 질문하기에 달렸다니 더욱 그렇지 않은가.


올해도 여지없이 한글날 전후로 한자 교육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요즘 젊은이들의 문해력이 뒤떨어지는 게 한자를 모르기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한자를 배우면 그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그런 이야기를 해봐야 좋지 않은 소리나 들을 것 같아 입 꾹 다물고 말았다.


교회학교에서 고3 담임을 할 때였다. 수능시험을 앞두고 학생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선생님 한 분이 학생들을 위해 기도하시는 중에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지혜’를 허락하십사 구하시는 걸 보고 무릎을 쳤다. 그분은 고등학교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쳐오신 분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중요한 시험에서 모르는 문제가 나왔을 때 학생들이 느끼는 그 막막함을 함께 느끼고 그때 그들에게 필요한 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지혜’라고 꼭 짚어내신 것이다.


비약이라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지혜’를 쌓는데 한자가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한자는 뜻을 나타내는 ‘표의문자’인데, 그러니 한자를 조합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이 하나둘이 아니다. 우선 ‘표의’라는 말도 그렇지 않은가. 나타낼 표(表)에 뜻 의(意), 뭘 더 설명할 게 있을까. 그러니 한문은 감히 바라지도 않고 기초 한자 1,800자라도 가르쳤으면 좋겠다.


그런데 성경 쓰면서 성경의 뜻은 살피지 않고 웬 엉뚱한 사설만 늘어놓는가. 정작 시끄러울 땐 가만히 있다가 뒷북이나 치는 것도 그렇고. 비겁하게 말이지.


그나저나 그 케어 소리 좀 안 쓰면 안 되나? 돌본다는 좋은 우리말 놔두고 개나 소나 케어래. 철자나 제대로 알고 쓰는지 몰라. 그리고 한자 몰라도 영어 알면 된다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 영어 잘하는 사람은 오히려 그런 말 안 하더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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