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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Nov 26. 2024

팔레스타인 1936

출판사 말이 이 책이 이런 책이랍니다. 작가가 뛰어난 저널리스트요 광범위한 기록 연구를 바탕으로 한 책이라는데, 읽으면서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런 생각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저자가 뭘 이야기하는지 따라가기 바빴기 때문입니다. 꼬박 열흘을 붙들고 있다가 결국은 반도 읽지 못하고 포기했습니다. 애써 읽었는데 머릿속에 남은 건 없고... 


아, 하나는 알겠습니다. 독자들에게 매우 불친절한 책이라는 사실. 물론 제게만 그런 것일 수 있겠습니다. 그래도 책 소개 글은 성공한 셈입니다. 그 글에 혹해서 읽었으니 말입니다.


<팔레스타인 1936>


많은 사람이 중동분쟁을 1948년 이스라엘 건국으로 인한 나크바(Nakba, 대재앙)에서 기인했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1936년에서 1939년까지 3년간 팔레스타인에서 지속된 아랍 대봉기가 그 출발점이다. 1936년 봄, 팔레스타인에서는 유대인 공동체와 20년 동안 시온주의 프로젝트를 산파했던 영국 위임통치 당국을 겨냥한 봉기가 일어났다.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일어난 이 아랍 대봉기(Great Revolt)는 유대인, 영국인, 그리고 아랍인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오늘날 우리가 ‘중동분쟁’이라 부르는 사건 또한 이때 본격화되었다.


팔레스타인 아랍인에게 대봉기는 민족적 정체성이 하나로 모였던 최초의 시기였다. 경쟁 관계의 가문, 도시와 농촌, 부자와 빈자 할 것 없이 모두 독립을 위한 단일 투쟁으로 통합되었다. 그러나 봉기는 내전으로 비화되는 동시에 영국의 공격적인 진압, 시온주의자들의 반격으로 아랍 팔레스타인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로써 팔레스타인인의 전투력은 무력화됐고, 경제는 초토화됐으며, 대규모 난민이 발생했고, 유력 정치 지도자들은 추방됐다. 시온주의 종식을 목표로 시작된 대봉기는 오히려 아랍인들을 처절하게 분열시켰다. 이 때문에 그들은 10년 후 유대인의 이스라엘 건설에 맞설 수 없게 되었다.


유대인들에게 아랍 대봉기는 완전히 다른 유산을 남겼다. 대봉기를 목도한 시온주의 지도자들은 영국과 아랍이 유대 국가 건설을 용인해주리란 환상을 버렸다. 주권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영원히 무력에 기대야 할지 모른다는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봉기로 인해 수천 명의 유대인이 당대 최고의 군사 강국이었던 영국에 의해 훈련받고 무기를 지급받았다. 어설펐던 경비대는 강력한 유대인 군대의 씨앗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의 대학살과 히틀러의 위협 속에서 ‘분할’ ‘유대 국가’와 같은 불길한 단어가 처음으로 국제 외교 의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5년간 3개 대륙과 3개 언어를 넘나든 광범위한 기록 연구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은 단순한 사건 나열이 아니라 아랍, 유대, 그리고 영국 세력 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 주요 인물들의 행동과 판단을 따라가며 서술된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역사의 장면을 통해서 아랍 대봉기 과정뿐 아니라 오늘날 중동분쟁의 패턴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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