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잉여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인식 Dec 17. 2024

2024.12.17 (화)

전문가에 대한 정의가 관점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자기 분야에 관한 내용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을 전문가로 여긴다. 쉽게 설명하려면 설명하려는 내용이 머릿속에 잘 정리되어 있어야 하는데,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 전에는 그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철학책은 읽기가 매우 어렵다. 철학이 본디 만만치 않은 학문인데다가 문장도 난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장이 난해한 것은 다루는 내용이 어려워서라기보다는 쓰는 사람의 표현력이나 어휘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조심스럽지만 글쓴이가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때로는 자기가 설명하는 게 뭔지는 알고 설명하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


오래전부터 라인홀드 니버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를 읽으려고 했다. 처음 고른 책이 대한기독교서회에서 출간한 것이었는데, 세 번을 읽으려고 시도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한글로 된 책인데도 내게는 외계어나 다름없이 들렸기 때문이다. 세 번째 시도 끝에 읽기를 그만두면서는 출판사를 원망하기도 했다. 어떻게 이따위 걸 책이라고 내놓은 건가 싶어서 말이다.


이번엔 문예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읽고 있다. 전작보다는 훨씬 나은데도 비문도 적지 않고 문장이 난삽한 건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이쯤 되면 철학책이 워낙 그런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유려한 문장으로 쓴 철학책도 적지 않은데 말이다. 그러면 번역의 문제일까?


뭐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읽으려는 건 아니다. 책 제목대로 도덕적인 인간이 모인 사회는 왜 늘 비도덕적인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이 도덕적이라는 명제에 동의하지 않는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저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일 뿐. 사방에 비도덕적인 인간이 널려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만나면 모두들 멀쩡하니 말이다. 물론 멀쩡하지 않은 사람도 있기야 하겠다마는, 그건 내 관심의 대상이 아니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