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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Apr 24. 2024

2024.04.24 (수)

얼마 전에 PDF reader로 사용하던 Adobe Acrobat 구독을 취소했다. 그림 파일에서 PDF로 전환한 것을 텍스트로 읽어야 할 일이 많아서 울며 겨자 먹기로 구독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프로그램이 엉켰는지 열리지도 않고 한 달에 23,100원이나 하는 구독료도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구독 해지를 요청하니 구독하고 1년이 지나지 않으면 해지 수수료를 내야 한단다. 은근히 부아가 났지만 그래도 그게 나머지 기간에 대한 구독료보다 싸서 취소해달라고 했다.


회사에서 나눠준 정품 Adobe Acrobat Pro 버전이 있기는 했지만 쓰기는 Adobe Acrobat가 편해서 한동안 그걸 썼다. 사실 기능으로만 보면 Pro 버전이 더 상위여서 구독 해지한 불편을 그렇게 해결하면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그것을 쓰려다 보니 몇몇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고 대신 Adobe Acrobat를 구매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아니 Pro 버전은 회사에서 정품을 구매한 것인데, 자기네 프로그램을 팔아먹겠다고 기왕에 돈 주고 산 프로그램 기능을 제한하는 게 말이 되는가. 부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그런 문제 때문에 다른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며 ezPDF Editor를 보내줬다.


그동안 무료로 제공되던 프로그램들이 얼마 전부터 하나둘 유료화되고 있다. 유튜브를 필두로 해서 방송을 대신하는 넷플릭스와 티빙도 그렇고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신문들이 대부분 유료화되었다. 국내에서는 중앙일보가 유료 구독자만 읽을 수 있는 기사를 올리기 시작했고 곧 다른 신문들도 따라 할 기세이다. 번역기는 구글보다 DeepL이 월등한데 그것도 구독료가 만만치 않다. 이미 버릇이 들었는데 다시 구글 번역기로 돌아갈 수도 없고.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부담 없이 하나둘 구독하다 보니 그게 한 달에 십만 원을 넘을 기세이다. 넷플릭스와 티빙이 2만 원이고 유튜브는 지난달에 월 14,900원으로 50% 가까이 올랐다. 유선 방송은 그것대로 내는데도. DeepL은 연간 결제인데 한 달에 만 원이 넘고, 온라인 중앙일보 구독료는 9천 원인데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을 합친 것보다 비싸다. (중앙일보 구독료가 세 가지 신문 합쳐놓은 것보다 더 비쌀 만한 이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블룸버그를 읽기는 해야 하는데 비싸서 계속 망설이고 있다. 그러니 2만 원이 훌쩍 넘는 Adobe 구독을 해지하는 게 당연한 일이지.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이젠 어지간한 프로그램은 구매가 아니라 구독으로 바뀌고 있고, 지금까지 무료인 것을 당연하게 여기던 각종 콘텐츠는 그저 광고 잠깐 봐주는 것으로 안 되고 이제 꼼짝없이 돈을 내야 하게 생겼다. 유선 TV 방송에도 유료 방송이 있고, 유튜브도 구독회원에게만 공개하는 콘텐츠들이 하나둘 늘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는 콘텐츠가 돈인 세상이 되었다. 분위기를 보면 이런 경향이 더 강화되면 강화되지, 옛날로 돌아갈 일은 없겠다. 이러다가 공공도서관마저 유료화된다면 어떻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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