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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루 Oct 03. 2020

일손이 부족한게 아니다

어디든 일손이 부족한 이유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자문활동을 하면서 중간 관리자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통계적 자료*를 얻었다고 한다. 관리자 100명 중 시간이 충분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1명이고, 10명은 10%가 더 필요하고, 40명은 25%가 더 필요하고, 나머지 49명은 지금보다 50%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직장의 과도한 업무로 인한 야근과 주말 출근에 힘들어하고 있다. OECD 국가 중에서 총 노동시간이 많기로 유명한 대한민국은 이런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주 52시간제 도입 등의 노력을 하고 있으나, 여전히 초과근로가 일터에서 파다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왜 항상 일손이 부족한 것일까? 이와 관련하여 참고할 수 있는 유용한 이론을 소개한다. 


링겔만 효과

프랑스의 농공학자 막시밀리앙 링겔만은 조직에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조직은 점차 비효율적으로 변해간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예를 들어 줄다리기에서 1명이 참여하면 자신의 100% 힘을 쏟지만, 2명이 참여하면 93%, 3명이 참여하면, 85%, 8명이 참여하면 64%만 기여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프로세스 손실 (성과 효율성의 감소)로 인해 개인의 기여도가 적어지는 것을 나타낸다. 


파킨슨의 법칙

영국의 행정학자 파킨슨은 1차 세계대전 후 영국 해군의 함정은 67%, 장병 수는 31.5% 감소했으나, 해군 행정인력은 오히려 78%나 증가했음을 발견했다. 조직의 크기나 업무량이 줄어듬에 반하여 행정인력은 매년 5.75% 증가한 셈이었다. 이 현상에 대한 조사를 통해 다음과 같은 법칙을 만들었다. 

부하 배증의      법칙(제1공리) - 어떤 공무원은 업무량이 너무 늘어날 때 같은 동료 공무원을 늘리거나 업무 재분배를 하는 대신 신입 공무원의 보충을      통해서 업무 경감을 꾀하려는 '심리적 특성' 이 존재한다. 동료와의 경쟁은 거부한다.

업무 배증의 법칙(제2공리) -      1 공리로 인해서 신입 공무원이 늘어나면 조직 내부의 업무(부하에게 지시, 통제, 업무보고 등)가 늘어나 업무량이 더 늘어난다.


피터의 원리

미국의 로렌스 피터 교수가 발표한 경영 이론으로 승진은 승진 후보자의 승진 후 직책에 관련된 능력보다는 현재 직무 수행 능력에 근거하여 이루어진다. 따라서 승진자는 현재 직무 수행 능력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는 직책까지 직위가 올라가게 되고, 결국 무능하게 된 상태로 고위직에 있는다고 한다. 즉, 자신이 무능해질 때까지 승진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조직은 무능한 조직장들로 인해 업무 효율이 낮아지게 된다. 



이와 같은 이론들을 종합해 보면, 결국 조직은 그 자체로 1+1이 2가 되지 못하고, 항상 2보다 적게 된다. 특히 소팀제(소수의 팀원으로 구성된 팀)로 운영되는 조직일수록 1+1은 1.5에 가깝게 된다. 왜냐하면 팀장과 팀원이 서로 업무 보고와 지시를 하려면, 서로가 회의를 해야 하는데 이 회의에서 서로 0.25씩을 깎아 먹게 된다. 따라서 0.75+0.75=1.5의 man power를 나타내게 된다. 그래서 특수한 경우가 아니고는 팀장을 보직을 주기 위한 소팀제를 운영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소팀제에서 팀장들이 꼰대로 성장하고, 부하직원들을 못살게 괴롭힌다. 정말로 바쁜 대팀제의 팀장들은 부하직원 휴가 승인도 못할 정도로 정신이 없고, 느긋한 소팀제 팀장들은 팀원들이 보고서를 가져오면 뒷짐 지고 빨간펜 선생님이 되곤 한다. 그래서 일전에 잭 웰치 시절이 GE에서는 최소 5명의 팀원이 있어야 팀장을 시키는 불문율이 있었다. 



모든 실마리는 현장에 있다

위에서 언급한 이론에 기반한 것은 아니나, 조직의 임원들은 오랜 직장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인원 충원에 대한 요구가 항상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새롭게 인원을 충원해도 그 효과가 거의 없었다는 것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즉, 일손의 부족 문제는 단순히 사람의 부족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깨닫는 최고의 인재들은 이 상황을 다른 방식으로 타개한다. 업무 효율의 1% 증가는 개선활동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업무 효율의 10% 이상 증가는 혁신으로 가능하다. 그리고 이런 혁신이 조직에서 일어나기 위해서는 혁신을 이끌어 낼 강렬한 필요가 있어야 한다. 부서의 인원 부족에 대한 내부 목소리가 높아질 때, 이것은 혁신을 위한 강렬한 필요가 된다. 혁신은 아이러니하게 현실의 궁핍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선장이 상어 떼가 우글거리는 바닷속으로 뛰어들어가라고 명령하면 누가 뛰어들겠는가? 실제 배의 갑판에 불이 나서 타 죽게 생겨야, 바닷속으로 뛰어들 것이다. 온실 같은 좋은 환경에서 혁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혁신을 만들어 내기 위해 어떤 임원들은 상황을 더 척박하게 만드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 


필요는 요구가 되고, 요구는 행동을 만들어 낸다. 그 혁신의 행동은 항상 현장에 답이 있다. 하지만, 그동안 리더들에게 그 답이 잘 들리지 못했던 것뿐이다. 


한 회사에서는 업무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찾기 위해 현장 근로자들만 참석하는 전체회의가 고급 리조트에서 2일간 열렸다. 그곳에서 참가자들은 무수히 많은 건설적인 제안들을 경쟁적으로 만들어 냈다. 그중 '쉬는 시간을 다 같이 쉬는 것이 아니라 각 조별로 나누어 쉬는 제안'을 바로 적용하여, 각 작업조마다 공정 중단 시간 30분을 없애게 되어, 회사 전체로는 2명의 인원 절감 효과를 그다음 주에 바로 가져올 수 있었다. 


그렇다면 리더들은 왜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뢰가 쌓이기 위해서는 직접 보고, 대화하는 터치가 있어야 하나, 자리에 앉아 보고서로만 전달받는 리더는 현장을 알 수 없고, 그러기에 그들을 믿을 수 없다. 수십 년에 걸쳐 오직 현장 사람들 많이 알고 있는 비밀과 지혜들은 그렇게 깊은 바닷속의 보물처럼 묻혀져 있는 것이다. 


올라갈수록 여유가 있어야 한다

일할 시간이 없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시대, 어디에서나 있었던 현상이다. 하지만, 소수의 최고에 인재들은 바쁘다고 말하지 않는다. 바쁘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당신을 모르는 제삼자는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이미 한계에 차 있다고 생각하고, 당신은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직급이 낮을 때는 바쁜 척을 귀엽게 봐줄 수 있으나,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사람이 여유가 넘처야 한다. 팀장들은 반드시 업무 위임을 통해 그들이 혁신하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토양과 환경을 만들어 주고, 적극적으로 칭찬과 격려를 통해 흥을 넣어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10%의 혁신이 아마 가능할 것이다. 이것을 못하면 직접 일을 처리하느라 매일 바쁜 사람이 될 것이고, 아마 1%의 개선을 달성할지도 모른다.  


한 부장님께서 본인이 매우 바쁘다는 신세한탄을 하시면서, 최근 일화를 이야기 주셨다.

"요즘 얼마나 힘드냐면, 얼마 전에는 저녁 회식을 하다가 코피를 쏟았지 뭐야. 하하하"

멋진 대기업 부장님 이시지만 그 내막에는 빛과 그림자처럼 혹자가 부러워하지 못할 사연이 있는 법이다. 품격 있는 직장생활을 위해서는 일을 적극적으로 위임하고, 새롭게 혁신적으로 접근하여 여유를 가져야 한다. 대부분의 일상 업무 중 80%는 당장 중단해도 큰 문제가 없는 것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리하여 혁신과 창의를 추구하는 사람은 일손을 더 달라고 하지 않는다. 사람의 코피와 땀을 짜서 이루는 1% 개선을 목표로 하지 마라. 원래 일을 못하는 사람일수록 야근이 많고, 일이 많다고 한다. 효과적인 인재는 절대 바쁘지 않다.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현명한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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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박찬균, 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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