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30분 요리시간이 주어져도 어떤 이는 감미로운 요리를 만들 수 있고, 어떤 이는 차마 먹기 힘든 요리를 만들기도 한다. 비단 요리에서만이 아니라 면담에서도 이렇게 30분이라는 시간에서 큰 결과의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먼저 요리할 때를 생각해 보자. 요리의 질을 높이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이 불의 사용이다. 음식의 종류와 재료에 따라 센 불, 중간 불, 약한 불을 적절하게 써야 맛있는 요리가 탄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테이크를 할 때는 센 불로 익혀야 겉은 바삭하고 속은 육즙이 갇혀 부드럽게 된다. 약불로 익힐 경우, 육즙은 모두 빠져나가고 고기는 질기게 된다. 양념갈비를 할 때는 중불 또는 약불로 해야 한다. 만약 센 불로 제육볶음을 요리하면 고기는 다 익지 않았는데, 양념이 타버려서 맛이 없게 된다. 이런 불을 사용하는 법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요리의 맛이 결정이 된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불 쓰는 법에 대해서 정작 가르치는 곳이 없다. 그래서 훌륭한 어머니(스승)가 옆에 없거나, 요리에 본능적인 감각이 없다면, 대부분 요리는 어려운 것이라고 여기게 된다.
마찬가지로 직책을 맡아 팀원들을 면담을 할 때, 면담 자체를 많이 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짧은 면담을 하더라도 면담의 스킬이 있다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 이런 스킬에 대해서는 요리의 불 세기 법과 같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면담에 필요한 기초적인 내용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면담은 총 대화시간에 맞추어 서론, 본론, 클로징으로 명확하게 나누어 진행해야 한다.
서론은 반드시 일상적 이야기 또는 칭찬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칭찬은 직접적 칭찬과 간접적 칭찬이 있으며, 새로 역할을 맡거나 내공이 쌓이지 않은 사람에게는 직접적 칭찬을 쓰고, 해당 분야에 면담자보다 오래 근무했거나 내공이 쌓인 사람에게는 간접적 칭찬을 이용한다. (상세 내용은 아래 예시 참조)
본론은 서로 오해가 없도록 명확하게 메시지가 전달되어야 한다. 말하기 힘든 내용이라고 하여 돌려 이야기하거나 애매하게 이야기하면, 면담이 끝나고 잘못 이해하여 바로잡는데 더 힘든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면담을 하지 않으니만 못하다. 그리고 본론의 메시지는 적을수록 좋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3개를 넘어가서는 안된다. 사람의 인지적 특성상 3개 이상의 메시지를 면담에서 기억할 수 없다. 3개 이상의 메시지가 전달이 되면, 모든 메시지가 다 잔소리로 변하게 된다. 가급적 한 번의 면담에 한 가지의 메시지만 전달하는 것이 가장 좋다.
클로징 항상 아름답게 마무리되어야 한다. 각종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의 인지적 특성상 중간에 아무리 힘든 대화를 나누든 간에, 마지막에 좋은 인상으로 대화를 마치면, 그 대화 전체를 좋게 기억한다. 또한 본론이 즐거운 대화였으나, 클로징이 나쁘게 끝나면 그 대화 전체는 나쁜 대화로 머릿속에 기억된다. 따라서, 본론의 내용이 부정적이고 힘든 대화일수록 클로징을 좋게 끝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논설문에서 의미하는 서론, 본론, 결론의 결론은 앞의 내용을 요약하는 것이다. 하지만 면담의 결론은 기분 좋게 면담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면담의 결론을 '클로징'이라는 표현으로 쓰고 있다.
위의 방법으로 면담을 진행한다면, 성공적인 면담 결과(설득, 동의)를 만들어 내지 못할 수는 있으나, 적어도 실패하는 면담(부정, 불신)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3명의 직원이 있다고 가정하고, 어떻게 면담을 해야 하는가?
직원 A : 세명의 직원 중에 가장 어리나, 가장 큰 마켓을 담당함. 올해 새롭게 이 역할을 맡게 되어 현재 큰 부담을 가지고 있음. 장점은 고객에 맞게 유연하게 대응할 줄 알아, 고객으로부터 매우 좋은 피드백을 받고 있음. 단점은 그동안 작은 조직만 담당하여 현재와 같은 큰 조직에서 일해 본 경험이 없어, 사람들을 이끄는 능력이 부족함
직원 B : 세명의 직원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현재 분야에서만 20년 넘게 근무함. 장점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항상 기대하는 성과를 달성하고, 원만하게 조직운영을 이끌어 오고 있음. 단점은 이 분야에 너무 오래 있다 보니,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살리고, 새로운 도전을 하지 못함
직원 C : 작년에 새로 입사한 직원으로 약 10년이 조금 넘는 경력을 가지고 있음. 장점은 매우 주도적인 성격을 가지고 구성원들을 리드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구성원들을 강하게 드라이브함. 단점은 구성원들과 대체로 잘 지내나, 일부 구성원들과 마찰이 심하게 발생하고 있음.
면담은 또한 나와 상대방의 직위에 따라서 내용이 달라져야 한다. 우선 상대방의 직위에 따라서 Tone 조절이 필요하다. 하위직일수록 직접적인 설명을 많이 넣어야 하고, 상위직일수록 Coaching에 가깝게 이야기를 전달해야 한다. 나의 직위도 높을수록 아랫사람이 직접 처리할 수 있게, Empowerment 시키고 질문을 통해 스스로 답하게 해야 한다. 만약, 답을 말해주고, 지시해주면 그것에 대한 Ownership이 살아지게 된다. Ownership은 상대방만 가져야 한느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도 상대가 오너십을 가지게 말하고 가이드해야 한다 (부하직원이 Ownership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부하직원의 귀책보다는 대부분 상사의 귀책이다)
여기에 대한 면담 예시 상황으로 당신이 Director이고 직원이 Manager라고 가정하면, Diretor는 Manager의 문제를 먼저 나서서 이야기하거나 직접 해결해 주려고 해서는 안된다. Manager가 자신의 이슈를 직접 이야기하도록 만들어 내야 하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Director는 전략적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자신의 시간을 확보하고, 동시에 Manager에게 empowerment를 시킬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Director는 너무 많은 회의에 불려 다니고, 너무 많은 면담에서, 너무 많은 이슈를 직접 챙기느라 정작 중요한 전략적 업무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굉장히 쉽고, 당연한 이야기나 실제 일터에서 많은 훌륭하신 팀장님과 임원분들이 잘 못하고 있는 부분이다.
직원 A :
도입 : 새로 조직을 맡고 고객에 대한 응대가 좋아져서, 고객 및 관련 부서에게 들었던 피드백/칭찬을 공유함.
본론 : (1) 목표 달성 및 조직운영 관련 이슈를 이야기하고 점검함 (2) 현재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본인에게 필요하거나, 내가 도와줄 부분에 대해 물어 봄. (3) 본인의 애로사항 (다수의 구성원이 있는 팀을 이끄는 것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 그때 해결책에 대해 같이 논의함. 만약,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는 다면, 팀 운영하는 것은 어떤지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져 (탐침 질문), 이야기를 이끌어 내도록 함
클로징 : A에 대한 조직의 높은 기대를 이야기함. 그리고 이런 기대에 맞게 잘해주고 있다는 점을 전달함
일부 면담자들이 서론을 자연스럽게 이끌어가기 위해 클로징에서 써야 할 조직의 기대치를 도입에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면 피면담자들이 초반에 부담을 가지게 되어, 방어적이고 경계를 보일 수 있다. 면담 시간이 충분하고, 면담이 길어지지 않을 것이라면, 도입에 업무와 관련이 없는 일상 이야기를 하고, 칭찬으로 넘어가는 것을 권장하며, 만약 시간이 충분하지 않거나, 면담이 길어질 것 같으면, 도입에 바로 칭찬으로 시작하는 것을 권장한다.
직원 B :
도입 : 한 분야에 오래 근무하였고, 성과도 낼 줄 알며, 직위도 있는 직원에게는 Micro managing 하는 것이 더 역효과를 만들어 낸다. 그렇기에 업무적인 부분은 믿고 맡긴다는 뉘앙스를 강하고 주고, 면담은 서로 신뢰 관계를 강화시키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 그래서 일상적인 이야기로 면담을 시작한다.
본론 : (1) 업무 목표와 성과에 대해 검토한다. 마지막 부분에서 주어진 목표를 계획대로 달성하고 있고, 안정적인 조직 운영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믿을 수 있는 훌륭한 리더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과하지 않게 칭찬한다. (2) 앞으로의 환경변화에 대응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어떤 부분을 해야 할지 물어본다. 직원 B가 계속 생각을 할 수 있게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시도와 의미 있는 실패를 해보자고 하며, 소속 구성원들과 새로운 시도를 기획해 볼 것을 주문해 본다.
클로징 : 계속 건강 잘 챙기고, 취미 활동 등 도입에 나누었던 이야기들에 대해 Comment 하면서 전체적으로 면담을 긍정적 분위기에서 마무리한다.
도입에서 일상적인 이야기를 잘못하면, 면담을 쉽게 망쳐버릴 수 있다. 실패하지 않는 일상적 이야기 나누기를 위해서는 우선 주제를 건강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만약, 상대를 어느 정도 잘 알고 있다면 개인 취미, 운동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특히 상대의 취미와 운동 이야기를 들어주면 좋다. 피면담자가 말을 많이 하면, 경계도 풀리고, 신뢰가 돈독해지고, 면담자의 피드백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최근 사회 이슈가 있다면, 이런 이야기 아느냐 하며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 단, 정치, 종교, 이념적 부분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직원 C :
도입 : 빠른 조직 적응과 단기간에 계획된 목표 달성에 대해 직접적으로 칭찬한다.
본론 : (1) 현재 목표와 성과 달성 과정에서 이슈 사항에 대해 이야기하고 점검한다. (2) 앞으로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부분에서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본다. (3) 일부 직원들과 마찰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보고, 피드백을 준다.
클로징 : 최근에 C의 강점(주도성)을 보았던 사례를 이야기하며, 앞으로도 좋은 성과를 많이 기대한다며 면담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