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집콕 크리스마스가 내심 반가운 당신, 사실 나도 그렇다.
크리스마스란 자고로 적당한 고칼로리 음식들을 차려놓은 채 특선영화나 넷플릭스를 보며 따뜻하게 보내는 것이 제맛이거늘, 단군 아래 한민족으로 구성된 유교 민족 대한민국에 사는 솔로는 각종 기념일에 관한 적절한 대처법을 마련해 두어야 하는 것이다.
어째서 솔로는 불필요한 대화의 근원지가 되고는 하는가. 보통 둘 중의 하나를 받는다. 동정 혹은 질문. 아직도 젓가락질을 못해서 어떡해요.. 하는 정도의 안타까움을 버텨내거나, 지금 내 상황이 어째서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에 관해 보편타당한 썰을 풀어내며 변호해야 한다.
아니라고 하지 마라. 기념일이 되면 저마다 인사를 나누며 오늘의 계획이나 약속에 대해 묻곤 하는 것, 너무나 당연한 관습이 아닌가. 그중 누군가는 자신이 오늘을 얼마나 알차고 놀랍게 보낼 예정인지에 대해 온 몸으로 티를 내고 싶어 안달하기도 한다. 정말 봐주기 힘들다.
기념일을 좀 혼자 보낼 수도 있는 거 아닐까. 전 세계적으로 약속이나 한 듯한 강력한 허례허식 커뮤니케이션에 나는 완전히 지쳐버렸다.
위 심정에 내심 공감한다면 슬론 역시 그럴 것이다. 영화 <홀리데이트>의 주인공이다. 여자 사람 솔로 슬론은 앞서 언급한 구구절절한 내용들과 흡사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전 남자 친구의 바람에 크나큰 배신의 상처를 안고 사랑과 연애에 마음을 굳게 닫아버린 인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녀와 우연히 얽히게 된 남자 잭슨이 있다. 누구나 예상하듯 남자 주인공이며 훗날 그녀와 썸도 타고 할 거 다 하는(?) 포지션을 맡고 있는데 사람 자체가 겁이 없다. 뒷 생각을 별로 안 하고, 솔직하고, 현재에 충실하고, 책임은 좀 안 진다. 그러나 비겁한 짓은 안 한다. 한 마디로 흠 좀 매력 없진 않은 캐릭터다. 과거의 상처로 똘똘 뭉쳐 마음의 빗장을 굳게 내린 슬론과는 크게 대비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이 둘은 가족 친지 친구에게 시달려 vs 책임 운운할 필요 없이 기념일을 즐기고 싶은 정도의 목적을 가지고 만나 각종 기념일마다 데이트를 하는 '홀리데이트'가 된다. 이름부터 이상하며 친구도 연인도 아닌 애매한 관계 '홀리데이트'는 그래서 어쩌면 더 쿨하고 신나게 놀 수도 있는 관계다. 이런 컨셉이 제법 매력적이다.
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을 주의 깊게 보는 편이다. 가장 트렌디한 감성이 반영되고, 사회 변화에 따라 더 가벼워지고 더 복잡해지는 인간관계의 모습들을 잘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홀리데이트> 속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sns에 사로잡힌 요즘 세대들의 관계 맺기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너무나 완벽하고 멋진 영화라기보다, 슬론의 삽질이 어느 정도 공감이 갈 정도로 현실적인 캐릭터라 매력 있는 영화다. 타인으로 살다 연애로 발전하기란, 요즘 세상에 더욱 어렵지 않나.
그러니 나는 위와 같이 이번 크리스마스를 합당하게 보낼 수 있는 이유서를 만들었다.
당신의 홀리데이트는 당분간 넷플릭스로 정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