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퍼머넌트바이올렛 May 16. 2024

나의 최고의 유희였던 만화들에게


어릴 때는 정말 책을 안 읽고 맨날 만화책만 그렇게 봤다.

우리 엄마는 그런 나에게 만화라도 보는 게 어디냐고 했었다.

만화도 책은 책이니까?


오래 살았던 동네 아파트 단지 상가에 만화방이 있었다.

언니랑 매일 도장을 찍었다. 만화방 사장님이 우리를 알고 신권이 나오면 제일 먼저 빌려주기도 했다.

그때 섭렵한 만화가 꽤 된다.

슬램덩크부터 시작해서 불의 검, 테니스의 왕자, 원피스, 풀하우스, 헌터헌터 등 정말 장르를 가리지 않고 봤던 것 같다.


그중 나의 최애는 바람의 검심.


뭔가 한방에 끝나는 총보다는 칼싸움이 더 긴장감 있고 아날로그 같은 감성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약간 사이코 같지만 그때는 너무 빠져 있었음)

게다가 주인공이 매우 잘생겼고, 볼에 십자 흉터.. 히무라 켄신 사마!!!

성격도 츤데레 그 자체로 절제미와 스위트함 사이에서 청소년의 환상을 자극하기에는 최고의 캐릭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때 지금처럼 인터넷이 잘 되어 있었다면 정말 딥한 마니아가 되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인터넷이 발전하고 모든 콘텐츠들이 파일화되기 시작하면서 만화방이 많이 문을 닫았다.

내가 자주 가던 동네 만화방도 문을 닫게 되었고, 그때 만화책을 싸게 팔았는데, 용돈을 다 털어서 바람의 검심을 샀던 기억이 난다.

참고로 우리 언니는 풀하우스와 불의 검을 샀다. 애국자…ㅎ


그렇게 우리 집에 망한 만화방의 책들이 한 트럭 대거 들어오게 되고…

그 후에 완결이 나지 않은 만화들은 심지어 새로 사기도 했다.


순정만화보다는 SF나 뭔가 장인이 길러지는 장르와 스포츠 만화 등을 더 좋아했다.

장인이 길러지는 장르의 최고봉은 미스터 초밥왕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혀를 내두르는 그 마르지 않는 감상의 페이지가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빵순이는 따끈따끈 베이커리를 보면서 머릿속으로 멜론빵 먹기를 터득하기도 했다.

스포츠 만화에서 유난히 테니스의 왕자를 좋아했는데, 내가 테니스를 치기 전이라 순수하게 봤던 것 같다.

그 후에도 너무 어이가 없는 맛에 보는 중이고, 현재 소장 중이기도 하다.


순정만화는 일본 만화보다는 한국 만화를 선호했던 것 같다.

당시 최고의 순정만화는 단연코 꽃보다 남자였는데… 일단 주인공 츠카사의 외모에 몰입이 불가했달까…

아무리 잘생겼다고 우겨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나는 당시 3인의 한국작가 이미라, 한승원, 원수연 님의 만화를 열심히 봤다.

주인공의 외모가 라이언정도는 되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하면서 봤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그때는 내가 순정만화를 많이 안 봐서 그랬다는 사실을 깨우치고 이후에는.. 이하 생략한다.


가끔 깊은 생각 없이 즐거운 것을 보고 싶을 때 소장한 만화를 꺼내곤 한다.

요즘 제일 많이 꺼내는 것은 얼마 전 언니가 크리스마스 선물이랍시고 들고 온 ‘코우다이가의 사람들‘이다.

말은 크리스마스 선물인데 본인이 본가에서 보려고 가져다 둔 것 같지만, 덕분에 나도 심심할 때마다 보는 중이다.

순정만화의 B급 감성이라니, 최고다.


성인이 되고 이제는 책을 더 많이 읽어서 현저히 만화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예전 만화를 보면 머릿속에 펼쳐지는 그때의 추억이 어찌나 생생한지!


나의 어린 시절 무한한 상상력을 심어준 만화책들아…

내가 할머니가 되어도 재미있어주길!




매거진의 이전글 커서 뭐가 될까 했던 나의 학창 시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