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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해 May 19. 2022

울릉도의 첫낯

늦여름의 울릉도-독도 (2021~2022) #2 | 모든 것이 좋았다.

간신히 도착

울릉도에 오는 것은 짐작한 것보다도 더 어려운 일이었다.

우리의 일정에서 울릉도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 아침뿐이라 전날부터 강릉에 와서 하루를 보냈었다. 그런데 당일 아침, 배를 운행하기에 날씨가 좋지 않아 4시간 정도 출발 시간이 연기가 되어 울릉도는 오후에나 들어가게 되었다.

항구에서 보는 바다는 잔잔해 보였다. 배에 오르기 30분 전에 멀미약을 먹을 때만 해도, 이전의 여행들에서 그랬던 것처럼 혹시 모를 일이니 먹기는 하지만 멀미할 일이 뭐 있나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배를 타고 보니 뱃길에는 아직 험난한 파도가 치고 있어서, 멀미약이 지켜주려 애는 썼지만 내 속도 머리도 울렁거려 눈을 감은 채로 높은 물결을 느끼며 어렵게 울릉도에 들어왔다. 어릴 때 말고는 멀미하는 일이 없었는데, 멀미약을 먹고도 멀미가 나는 건 생에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스러웠다. 그제야 배 시간 연기가 된 것이 그래도 일찍 가보려고 최소한으로 늦췄던 것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에서 우도에 들어가는 것처럼 갈매기들의 배와 발가락을 올려보며 바람을 쐬면서 가는 유쾌한 길일 줄 알았는데, 여기에선 멀미에 갇혀 자리에서 일어날 수도 없었다.

여러 가지 생각과 깨달음과 함께 그래도 안전하게 도착을 했다. 하늘은 조금 흐렸지만 항구의 바닷물이 맑고 그 안이 정말 잘 보여서 힘든 멀미의 기억이 싹 가셨다. 벌써 물놀이가 기대된다.

강릉에서 울릉으로
울릉도 저동항


2022, 멀미 이제 안녕.

작년의 힘들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두 번째 방문에서는 포항으로 가서, 멀미가 나지 않는 아주 많이 큰 배를 타기로 했다. 이번에 우리가 탈 배는 원래 작년까지 제주도를 다녔었는데 올해부터는 울릉도로 다니게 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엔진 때문일 진동과 새벽 일찍 도착하는 것으로 인해 잠을 깊이 많이 잘 수는 없었지만 비교적 괴롭지는 않게 잘 도착했다.

씨다오 펄, 울릉도 가는 배
배 타고 울릉도 도착


울릉도의 거처

이번 여행의 숙소는 한 곳에서만 쭉 있기로 했다. 오지는 아니지만 섬이고 처음 오는 곳이다 보니 어쩐지 불안하여 사람이 많이 오가고 독도로 가는 배편이 있기도 한 저동항 주변에서 계속 지내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한 숙소는 '위드U'라는 곳이다.

이곳은 단독룸과 게스트하우스를 겸한 곳이어서, 원하면 조식을 먹을 수 있고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어 빨래도 가능한 점이 좋았다. 비록 세탁기를 쓰는 것은 경쟁이 말도 못 하게 치열해서 좀처럼 빨래를 할 수가 없기는 했지만, 잘 노려 중간에 한 번 하였다.

우리 방은 침대 옆의 작은 창문이 나있어 저동항이 보이는데, 아침에 일어나 바깥 날씨를 보는데 유용했다. 언제부터인지 흰색 면 침구에 집착하는 병이 생겼는데, 침구가 깔끔한 편이다.

숙소 창문에서 보이는 풍경
위드U 호텔&게스트하우스, 조식


2022, 바다 앞 숙소

올해는 내수전 해변 앞으로 숙소를 정했다. 처음과 처음이 아닌 것은 정말 차이가 큰 것 같다. 두 번째 방문일 뿐인데도 처음 올 때 걱정했던 불안함이 이제 전혀 없을 뿐 아니라 고향에 오는 것 같은 반가운 기분마저 들었다. 굳이 숙소를 나눌 필요를 느끼지 못하여 이번에도 한 곳에서만 머물기로 했다.

우리 숙소는 바다 앞이어서 파도 소리가 적당한 배경음으로 기분 좋게 들렸고, 예쁜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독도와 육지로 가는 저동항에서 그리 멀지 않아 다니기도 편리했다. 동쪽을 향해 있어서 일출을 보기에도 좋았다. 유나님은 매일 일찍 일어나서 일출을 보셨다.

시에스타 펜션 내부
내수전 숙소 앞에서 보는 일출


미리 말해보는 소회

생에 처음으로 울릉도에 와서 느낀 점은, 말이 잘 통하는 해외 같다는 것이다. 친근하고 익숙한 국내의 모습과 풍경이 이국적인 해외의 느낌이 동시에 온다.

제주도와 같이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인데, 제주도보다는 좀 더 바위와 절벽이 많은 험한 지형이고 아직은 관광지 특유의 인공적인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풍경이 거칠고 어쩌면 동남아시아의 어떤 섬 같기도 하와이의 화산섬 빅아일랜드 같기도 하다. 해마다 적어도 한두 번은 해외에 갔었지만 국내 탐방만 하던 요즘의 내게 이러한 이국적인 느낌이 새롭고 멀리 떠나온 기분이 들어 좋았다.

그리고, 하루 안에 전체를 돌아볼 수 있는 크기의 섬이어서 한 번의 여행에서 모두 다녀서 살펴볼 수 있는 것도 좋았다. 대신 거친 길이 많아서 튼튼한 SUV 차와 약간의 담력과 실력이 있는 운전자가 있으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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