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의 싸움
나는 하루를 시작할 때마다 내 안에서 버리고 싶은 감정들을 포스트지에 적어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 놓는다.
두려움, 외로움, 짜증, 의심, 비교, 상처, 거절감 등등...
그것들을 한참 째려보고 있으면, 힘겹게 포스트지에 적힌 찌그러진 글씨들은 하나 둘 빳빳이 고개를 들어 나를 더 노려보곤 한다.
나 스스로 떨궈 버리고 싶은 감정들은 제 의지와 상관없이 벌거벗은 채 포스트지에 적혀 나와 눈싸움을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그들을 향해 힘주어 따진다.
“왜 내 마음에 들어와 나를 힘들게 하느냐고..!!”
그들은 적반하장 나에게 되뇌어 소리친다.
“그게 너 자신이라고!”
나는 결국 외로운 싸움 끝에, 항복의 의미로 흰색 수건을 던지듯, 두드러진 화를 끙끙거리며 홀로 삭여 본다.
내 안에서 “나가!”라고 냉정히 소리칠수록, 더 깊숙이 후벼 파듯 들어오는 감정들을 어떻게 떼어낼 수 있을까.
흘리듯 적은 감정들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조차 꼴 보기 싫어 마음의 등을 돌려보지만, 눈을 내리깔면 희미하게 보이는 나의 낮은 콧잔등처럼 변함없이 그 자리에 아주 딱 붙어 있더라...
내 마음에 덕지덕지 찐덕지게 묻어 있는 것들을 떼어내고 싶은 나의 욕망은, 웃음이 안나는 상황에서 손으로 내 입꼬리를 억지로 들어 올리는 것과 같았다.
그것은 급급히 행복을 담아내고자 애쓰는 초라한 자신만 드러내는 미끼로 사용되고 있었다.
누구보다 집요하게 나 자신을 찾고자 스스로 찬물을 끼얹으며 초점을 찾던 나였는데, 꼴 보기 싫은 놈들만 더 선명히 보이니...
목이 쉬도록 “나가!”라고 소리 지르는 나 자신을 향한 집요함보다 그들에 대한 인정이 더 절실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