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해 동안 일하거나 병원 가는 일 외엔 어디를 가 본 적이 없었다. 우리에겐 그 정도마저의 여유도 없었지만 2년 전부터는 옆지기의 가속기로 온 다른 환자들보다 특이 케이스에 항암제도 1. 2차 실패했고 온갖 잦은 수혈에 부작용에. 이제 겨우 3차 신약 셈블릭스가 듣는 듯 하지만 면역에 취약하니 늘 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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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한국 백혈병 환우회 23주년 창립 기념일'이었고,
기념일을 맞아 공모전이 있었다. 그곳에 응모한 옆지기가 상을 받게 되었다. 참석 여부를 묻는 안내에 이것저것 걸리고 생각하게 되어 여러 번 고민하다가
참석하겠다고 했고, 그날이 어제 토요일 2시 30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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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비슷한 시간(약속) 강박? 이 있어서 그 시간에 맞춰 점심을 집에서 먹고 옷이나 그런 것을 미리 꺼내 놓고 일어나서 입을 알람까지 맞췄다. 그렇게나 싫어했던 엄마와 똑같다. 옆지기는 전철을 선호하지만 난 지하가 싫고 내 다리. 허리 때문에 그곳까지 가는 버스를 찾아내었고 노선까지 꼼꼼히 계산해서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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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노선을 보고 있자니 예전과 많이 달라진 모습에 동굴에서 10여 년 동안 동면하고 있다가 나온 것처럼 연신 "우와~, 여기가 이렇게 바뀌었네.. 원래 이랬는데.."등 이런저런 얘길 하며 대방동에 도착해서 모르는 곳에 가면 약간 불편해하는 나와는 달리 내비게이션처럼 유난히 잘 찾는 옆지기에 어린애 마냥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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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많은 사람들..
페이스북에서 친구로 맺어서 나만 알아볼 것이라고 생각했던 안기종. 이은영 공동 대표님께서 반가이 알아봐 주시며 옆지기 약에 대한 근황과 함께 글 잘 보고 있다고... 난 또 바보짓을 했다. 나도 모르게 눈이 붉어졌다.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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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과 후원해 주시는 분들의 인사와 기념일 행사.
이후 시상식을 했다. 끝에는 단체사진까지.
많은 분들이 아프고 견디고 이겨내고 계시구나 하는 마음이 병원에서만이 아니라 이곳에서도 느꼈다. 그런데 병원에서의 보았던 모습과는 다르게, 밝고 따스함과 안전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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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린 두 시간의 행사와 왔다 갔다 두어 시간의 이동시간 이래저래 다 합쳐봐야 5시간 정도의 평소엔 없었던 우리 만의 행사로 긴 거리를 다녀왔다. 옆지기 는 옆지기대로 피곤함이 역력해 보였고 난 나대로 허리가 무너지듯 아팠다. 웬만하면 사진도 올렸을 텐데 아무것도. 어제저녁은 두통약을 먹고 몸살 앓듯 그렇게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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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하던 대로 움직였지만 지금에서야 조금 정신을 차린다. 환자 앞에서 내가 더 아파한 듯도 ㅜ
아침에 일어날 때는 근육통이 세게 오는지 옅게 깬 잠결에 '아.. 다리야...' 그 모습을 소파에서 일어나 보고 '더 피곤했겠지' 하는 생각에 침대로 가서 팔다리를 주물러주고 우리는 아침을 일으켜 세웠다. 이 정도로 몸들이 약해졌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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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상을 받는 재주는 남다르다.
제대로 표현도 못했네.
"축하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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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사진은 동작동 국립묘지. 그 버스 노선이 이곳을 지나가기에 하늘도 푸르고 버스 안에서 사진을 찍고 마음으로 기도했다.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꼭 찾아오겠노라고. 하늘이 유난히도 파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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