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현의 씨네뮤직을 제 시간에는 못 듣고, 할 일을 마치고 전날 것을 유튜브로 오전 시간에 듣는다. 그러다, '페이지터너'에 대해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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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연주나 클래식 공연에서의 페이지터너(Page Turner)는 단순히 악보를 넘기는 역할 같아 보여도, 실제로는 연주의 흐름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고 섬세한 역이다. 타이밍에 맞게 종이를 넘겨야 한다. 연주자가 연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확한 시점에 악보를 넘기고, 페이지터너는 무대 위에 있지만 존재감은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 예를 들어 악보가 잘못 놓이거나 떨어졌을 경우 재빨리 정리하고 연주자의 지시나 제스처에 유연하게 반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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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기 위해선 음악 구조나 반복 기호에 익숙해야 하며, 악보 페이지 구성도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이다. 손이 악보나 건반 위를 가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빠르고 부드럽게, 하지만 조용하고 자연스럽게 넘겨야 할 것이다. 긴장하거나 앞서 가지 말고, 연주자의 리듬에 맞춰 함께 ‘호흡’마저도 맞춰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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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에게 불필요한 주의를 끌지 않도록 존재를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조용한 착석에서 부터 튀지 않는 색감의 깔끔한 복장, 방해 없는 태도.
어떤 경우에도 연주가 끊기지 않도록 돕는 것이 최우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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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이라는 시간과 공간 안에서도 페이지터너처럼 조용히 그리고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헤아리는 분들이 내게 함께 계신다. 무언가 힘들어 보일 때 아이들의 정말 무해한 사랑스러운 모습을 슬쩍 보내주는 이도.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게 되는 그러면서 웃음을 주는 그런 항상 함께하는 조용한 페이지터너 같은 분. 조금 멀지만 알람 맞추듯 늘 곁에서 꼼꼼히 챙겨 주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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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고 작은 기쁨에도 본인의 기쁨처럼 즐거워해 주는 그런 분들.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많이 생각해 본다. 나의 갈 길을 깨닫게 해 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