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XSW 2019 (3)
SXSW 축제는 90년대 초반까지 음악축제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물론 현재도 북미 최대 음악축제로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그 분위기는 다소 주춤된 상황이다. 아무튼 SXSW 주 무대인 오스틴 6번가는 우리나라 홍대 거리와 비슷하게 클럽이 즐비하고, 저녁이면 길거리 공연(버스킹)하는 무리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리고 행사기간 이 일대 크고 작은 클럽이나 공연장(Venue)에선 국가별 음악 쇼케이스가 펼쳐진다. 작년까지 우리나라도 이곳 6번가 벨몬트(공연장)에서 K-pop 공연이 진행됐는데, 올해는 델몬트 공연장 3배(3천 명 수용 가능) 규모인 ACL 공연장에서 그 무대가 펼쳐졌다. 이는 K-pop에 대한 대외 인지도가 미국 시장에서 높아졌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잠비나이’는 평창올림픽 폐막식 무대를 장식한 밴드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미 10년 전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적 음악 페스티벌에 참가해 그 인기와 명성을 얻은 밴드이다. 2014 SXSW 행사에 참가 경험이 있는 '잠비나이'는 올해 새로운 음악과 북미시장 접수 완료를 위해 다시 이곳을 찾았다. 피리, 해금, 거문고 중심의 우리 국악과 드럼, 베이스 바탕의 전자음악이 상호 믹싱을 이루면서 공연장은 거대한 용광로가 되었다. 특히 거문고와 해금의 선율은 누구나 헤드뱅잉 하게 만들었다. <K-pop Spotlight> 포문을 연 잠비나이는 참관객으로부터 연신 앙코르 세례를 받으며, 북미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한 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공연 전 기자간담회가 진행되었는데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유명한 KIRARA는 그가 아닌 그녀로서 K팝을 세계에 알리고자 오스틴을 찾았다고 밝혔다. 이미 국내 유명 록 페스티벌에서 그녀의 일렉트릭 음악이 검증받은 만큼 해외서도 충분히 통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여기에 우스꽝스러운 뮤직비디오와 우주복 같은 기괴한 차림으로 나선 히치하이커는 누구나 쉽게 리듬을 탈 수 있는 일렉트릭 음악으로 객석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무대 뒤에서 만든 그는 무대의 모습과 달리 차분하고 순둥순둥 한 이미지로 살짝 놀라기도 했다.
SXSW 2019 (메인) 하이라이트 영상에 등장한 청하는 SXSW 시작 전부터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무엇보다도 어릴 적 달라스(오스틴에서 차로 3시간 거리)에서 7년 가까이 지낸 그녀는 이곳 무대가 남다를 것이며, 고향 친구들도 청하의 공연을 보기 위해 이곳을 많이 찾아왔다. <벌써 12시>, <Roller Coaster>, <Love U> 등 인기곡을 매들리로 부르며 관객과 소통했고, 능숙한 영어실력으로 그녀를 보기 위해 달라스에서 달려온 친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10년 만에 고향 땅을 밟은 만큼 자신의 앨범에 수록된 곡뿐 아니라 프로듀스 101 경연 때 불렀던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의 <7 rings>와 제시 제이(Jessie J)의 <Bang Bang>을 불러 관객들에게 또 다른 붉은 노을과 즐거움을 제공했다. 무대 끝나고 대기실에서 만난 그녀의 어릴 적 소꿉친구들과 셀카 찍는 모습은 또 다른 그녀의 순수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마지막 무대는 아이콘이 장식했다.
<죽겠다>로 첫 무대의 시작을 알리자 객석은 온통 붉은 물결로 일렁이었다. 붉은색 응원봉은 아이콘을 상징하는 것으로 현지 팬들에게도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마치 아이콘 콘서트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특히 우리나라 초등학교 금지곡이 된 <사랑을 했다>는 미국 현지에서도 떼창의 연속이었으며, <취향저격>, <리듬 타> 등도 따라 부르며 그들은 열광했다. 아이콘도 객석의 뜨거운 반응에 보답하듯 앙코르 곡도 3~4곡 이상 부르며, 관객들과 아낌없이 교감하며 무대 위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쇼는 끝났고, 무대에 불은 꺼졌다.
K-pop 쇼케이스를 끝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일주일 동안 미국 시장에 우리 문화를 꽃피우고자 음악, 영화, VR 등 다양한 장르와 콘텐츠를 펼쳐 선보였다. 하지만 뭔가 부족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BTS, BTS 노래 부르지만, 결국 BTS를 벗어나지 못한 우리 콘텐츠에 무엇을 더 담아야 할지 아니면 무엇을 더 빼야 할지 숙제를 갖고 다음 마켓을 준비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