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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랑이 Jun 11. 2024

먼저 눈에 띈 물건들을 비워봐요



바쁜 업무가 끝나고 6월을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삼분의 일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무엇이 그리도 바빴는지 이렇게 글을 쓸 시간도 없었던 걸까요? 아마도 업무에 익숙해져 망가져버린 제 생활을 찾는데 힘을 다한 거 같기도 합니다. 한 달여간을 함께 하지 못한 아이들과 밥도 같이 먹고요. 바쁘다며 만남을 미루자던 저의 의견을 불평불만 없이 받아주었던 좋은 사람들과 주말 내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토록 하고자 했던 하루 하나 글쓰기를 저의 바람과는 다르게 뒷전으로 미루고 있나 봐요. 오늘만은 꼭 하고 말 거라는 생각에 10시가 되자마자 모든 집안일에서 손을 멈추고 바로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한숨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바람처럼 흘러가버린 업무의 흔적들이 제 책상 위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기 때문에 말입니다.


사용했던 물건들을 제자리에 놓으며 정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들만 정리하면 예전의 제 책상으로 돌아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러나 그것은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그동안 다이어리를 꾸민다 구입했던 마스킹테이프를 시작으로 많은 물건들이 늘어나 있는 것을 그제야 알게 돼버렸거든요. 아이쿠야...




아니, 도대체 요 몇 달 새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미니멀라이프를 외치며 홀가분하게 살겠다는 꿈을 한창 꾸고 있었던 건 기억이 나지만 왜 이렇게 된 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도대체 왜! 왜 이렇게 된 거냐고..' 이제라도 도망간 제정신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효효~ 그나마 대부분이 앞으로 잘 쓸 수 있는 물건들이라서 다행일지도 모르고요. 다시 시작하는 미니멀라이프. 그 처음은 말하지 않아도 잘 알아요. 바로 비우는 일이죠. 그렇게 잘 비웠던 저였지만 다시 비우는 일은 참 쉽지가 않았습니다. 더 많은 생각들과 싸워야 하거든요. 그래도 비움은 꼭 필요하기에 조금 더 힘을 내 봅니다.







그 비움의 처음은 다 쓴 펜이었습니다. 다 사용했다는 말이 반가울정도로 쓰임을 다 했다는 것은 비우는 사람으로서 참 뿌듯한 일이거든요. 아마도 그건 요즘 기록하는 일에 무척이나 즐거움을 느끼고 있던 덕분인지도 모르겠어요. 무슨 생각이 그렇게 많고 할 말이 많은지. 그리고 그렇게 끄적이는 게 은근 스트레스도 풀리고 재미있더라고요. 다행히도 꾸준히 쓰니 여러 개의 펜도 비울 수 있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사용할 펜들이 많이 남 있긴 하지만 이렇게 끄적이다 보면 금세 다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답니다.


이를 시작으로 조금이라도 눈에 띄는 물건들이 있으면 바로 비워내기로 다짐을 하며 집안을 어슬렁 거렸습니다. 그 순간 바로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움이란 게 말이죠. 한동안 잊고 있었던 바로 그 시작인 집안을 어슬렁거리는 행동, 그렇게 저의 진짜 비움이 시작되었답니다.




다시 시작하는 미니멀라이프







비움 그 두 번째는 바로 입지 않는 옷입니다. 매일 출근을 하고 있기에 아침마다 옷장문을 여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의식하지 않으며 자주 입는 옷을 선택하고 있다는 거 아세요? 저 역시도 그렇고요. 그러다 보니 입는 옷만 입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침 출근준비를 하는 시간은 의식이나 생각을 알아챌 수도 없이 참 빡빡하지만 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조금의 여유시간이 생겨 평소 입지 않았던 옷을 입어 보게 되었습니다. 헉!! 네네. 작더라고요. 어쩜 저는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손이 가지 않았던 거고요. 지금이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울 수 있는 기회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혹시 비워야 할 옷들이 옷장 안에 있지는 않나요? 알면서도 저처럼 비우지 못하고 있지는 않나요? 제 글을 읽는 지금 비울 수 있는 기회입니다. 저랑 같이 비워봐요. 고고고.







마지막으로 비울 물건은 바로 북 스탠드입니다. 제가 산 건 아니고요. 그러나 눈 깜빡할 새 제 물건이 돼있더라고요. 물론 사용해보려고도 했습니다. 저 역시 다이소 물건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제 책과 다이어리를 견뎌내는 게 좀 힘들어 보였답니다. 조금만 더 단단했더라면. 아쉬움을 뒤로하고 어쩔 수 없이 비워냈습니다. 근데 왜 속이 다 시원한 거죠? 휴~~


얼마 되지 않는 물건들을 비웠을 뿐인데도 비움이라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새삼 깨닫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또 물건들로 집안을 가득 채운 저도 참. 반성합니다. 정말 방심하면 한순간이라는 것도 새삼 깨달았네요. 이제 정말 시작인 거겠죠? 해봤자라는 생각도 들법하지만 그래도 우리 포기는 하지 말자고요. 비움뿐만이 아닐 겁니다. 다들 화이팅 하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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