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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생 Dec 21. 2021

한국행 비행기표를 샀다

할머니께


 이렇게 갑자기 한국에 가게 될지 몰랐는데 그리고 그 이유가 할머니가 될 줄은 더 몰랐는데, 아니 아니길 바랬는데. 오후에 갑자기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낮에 가족 단톡방에서 아빠가 저녁에 고기 먹을래? 방어 먹을래? 얘기하고 동생과 엄마가 저녁 약속이 있다는 얘기를 나눈 뒤였다. 종종 그런 대화가 오고 가고 나면 엄마가 '너네 아빠는 무슨 고기를 또 먹는다고 저러니'라며 전화가 오곤 했어서 그런 내용을 예상하고 전화를 받았다.


 울먹이는 엄마의 목소리에서 할머니임을 직감했다. 병원에서 빨리 오라고 할머니가 위독하다고 하셨단다. 2주 전, 12월 초만 해도 할머니가 요플레나 마이 밀 같은 대체 식사를 잘 드신다고 하여 잔뜩 사서 넣어줬다고 했다. 코로나로 면회도 못 가고 가끔 영상통화나 사진으로만 봐왔지만 그래도 잘 버텨주고 계신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라니. 


 엄마랑 전화를 끊고 동생과 아빠한테 차례로 전화를 했다. 하필 또 퇴근 시간이라 차가 막힌다고 했다. 바로 영사관에 전화해서 격리 면제가 가능한지 알아보았다. 사망진단서와 항공권 구입한 내역이 필요하단다. 아직 어떤 것도 결정할 수 없어서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그 외 필요한 서류들에 대해 알아보고 어떡해야 하지 마음이 너무 혼란스러웠다. 엄마랑 다시 통화를 했을 때 겨우 병원에 도착했다고 했고 잠시 후 다시 전화가 왔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엄마의 목소리로, 글로 부고를 들었을 뿐이라 실감이 안 나면서도 마음이 너무 먹먹하다. 사진첩에 저장되어 있는 할머니를 보고 싶으면서도 보면 마음이 힘들 것 같아 보기가 어렵다. 할머니에게 인사를 건네기 까지는 아직 많은 관문이 남아있다. 


 저녁에 돌아가신 거라 목요일 아침에 발인이라고 했다. 인천 공항으로만 입국이 가능해서 집까지 가려면 몇 시간이 더 걸린다. 대충 계산해봐도 목요일 오전 11시는 되어야 도착할 수 있다고 하니 엄마가 오지 말라고 했다. 와도 인사도 못하는데 와서 뭐하냐고 49재에 오라고 했다. 새로 들어간 직장도 이틀밖에 안됐는데 어떻게 그러냐고 걱정을 했다. 취업이야 다시 하면 되고, 안되면 안 되는대로 또 기회가 올 때까지 다른 방법으로 살면 된다. 그런 건 내게 문제가 아니지만 엄마는 내가 걱정이 되었나 보다.


 내게는 다행스럽게도 화장터에 목요일에 시간 예약이 안되어 금요일 오전으로 발인이 연기되었다고 한다. 다시 한 번 직계 비존속에 포함되는 가족을 확인하고, 비행기표를 결제했다. 코로나 이후 2년 만의 한국행이다. 돌아오는 비행기표는 없이 편도만 예약 가능하고, 입국 승인까지 4주가 걸린다고 하여 가능한 바로 신청을 해야 한다. 전혀 예상치 못한 시기에 할머니에게 그리고 엄마에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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