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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생 Dec 31. 2021

서른 하나를 닫는 31번째 글

포기하지 않은 나에게 박수를



 별일 없이 하노이에 머물렀다면 오늘 저녁은 아마 주변 지인들과 모여 저녁을 먹거나 남편과 스크린 골프를 갔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엄마의 극구 반대에 부딪히고 할머니 발인 일정이 연기되지 않았다면 한국에 올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히고 지난 2년간 한국에 들어오지 못했던 이유는 베트남으로 돌아가는 길이 순탄치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점차 전 세계적으로 하늘길을 여는 분위기라 베트남도 조금씩 제재를 풀고 있지만, 심했을 때는 2주를 호텔에서 격리하고 또 집에서 2주를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게다가 특별입국이니 개별입국이니 외국인들의 입국은 반드시 승인을 받아야만 가능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 있어 한국에 나오면 돌아가기까지 3-4개월은 기본으로 걸렸다.


 아무리 본가에 머무른다고 해도 말이 3-4개월이지 한국에 체류하며 사용하는 비용과 베트남으로 돌아갈 때 격리 비용이 300~500만 원 깨지는 걸 생각하면 경제적 부담이 컸다. 그래서 2년간 조금 더 풀리면 와야지, 국제선 정기노선 재개되면 와야지 이렇게 차일피일 미룬 것이다.


 그러다 정말 예상치 못하게 한국에 왔고 그래서 이번 연말은 가족들과 보낼 수 있었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만난 가족들은 그대로인 듯 하지만 어딘가 조금씩 달라진 것 같고 잔소리해야 할 게 많이 생겼다.


 하노이에 살면서 계속 새 아파트만 골라 살아서 그런가 내 나이만큼이나 나이를 먹은 집에 고쳐야 할 것들이 많이 보인다. 아마 돌아가기 전까지 계속 마음에 걸릴 것 같다. 어딘가 미안한 마음을 밑거름 삼아 2022년에 어떤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야 할지 잘 생각해야겠다.


 12월이 시작될 때만 해도 31일 동안 매일 글을 쓸 수 있을까 의문이었는데, 쓰다 보니 계속 쓰게 되었다. 잘 쓴 글을 발행한다기보다 그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남겨두고 싶은 생각들을 남기다 보니 가능했다. 이렇게 그냥 쓰다 보면 어쩌다 생기는 게 글 쓰는 습관이라면 왜 여태 미루었는지 모르겠다.


 2022년에는 서른둘이라 32개의 글을 남기려면 12월 한 달로는 부족하다. 그러니 부지런히 생각날 때마다 쓰고 싶을 때마다 써야겠다.


 21년을 마무리하는 기념으로 도전한 31일 동안 글쓰기. 어떤 주제로 써야 할지 오랫동안 고민한 날도 있었고 어떤 글은 우연히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신기한 조회수를 경험하기도 했다. 또, 할머니를 보내는 기간 동안은 이런 감정을 글로 남겨도 될까 고민했지만 나중에는 그래도 나의 작은 도전을 포기하지 않고 남긴 것에 칭찬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백신부터 시작해서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는 코로나 관련 문제로 잠식당한 2021년이지만 그래도 잘 버텨낸 나와 남편, 그리고 가족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서른한 번째 글을 마무리한다. 안녕 2021년. 안녕, 나의 서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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