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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생 Mar 11. 2023

첫 계약을 성사시키다

몰라도 아는 척 포장해 보기


 3월이 되고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되었다. 그 와중에 결혼준비를 위해 한국에 간 팀장님이 코로나 확진이 되어 예정보다 2주 정도 더 한국에 머물게 되었다. 그리고 3월 30일은 사무실 이사가 예정되어 있어 더욱 정신없는 나날들이었다. 


 다행히 같은 팀 베트남 직원들이 모두 한국어를 잘하는 편이고, 업무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알려줘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처음 맡아서 하던 일은 메일과 카카오톡채널, 전화 등 각 채널별 접수되는 서류들을 정리하여 베트남 직원들이 일할 수 있게 하는 일이었다. 단순 업무지만 청구를 위한 구비서류를 다 갖추지 않고 전달하는 고객도 많았기에 부족한 서류가 있을 경우 추가 제출 안내가 필요했다. 


 이 외에도 갑자기 새로 생겨난 일일보고와 주간보고 시스템에 해당 내용을 작성하고 검토하고 보고하는 일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업무였던 신규 계약을 따내는 것. 물건을 팔려면 해당 물건에 대해 내가 잘 알고, 써보거나 특징을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일을 시작한 지 고작 2주 정도 지난 시점 아직 모든 상품에 대한 정보가 입력되지 않았을 때, 대표님은 계속 나를 홀로 미팅에 내보냈다. 불안하고 실수할까 두려웠지만, 내게 붙은 '팀장'이라는 수식어 때문에, 한국인이라서, 기존 담당자가 휴가 중이라서 등등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었기에 피할 수 없었다. 


 고객과의 미팅 일정이 잡힐 때마다 고객이 문의한 상품에 대한 특징, 보상범위, 발생할 수 있는 상황 등등 최대한 많은 정보를 속성으로 배웠다. 대표님은 주로 외부 일정이 많아 사무실에 없었고, 기존 담당자는 휴가 중이니 베트남 직원들을 붙잡고 궁금한 점과 꼭 알아야 할 부분들을 반복해서 묻고 기억했다. 미팅 중에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을 때는 확인 후 알려주겠다는 답변을 할 수밖에 없었다. 때로는 몰라도 아는 척하는 게 통할 때도 있었고, 때로는 정말 모르는 내용이라 당황하기도 했다. 그래도 어쩌고 저쩌고 하다 보니 첫 계약도 따내고, 점점 우리가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졌다. 


 문제는 처음 입사당시 부여받은 업무 외에 해야 하는 업무가 너무 많아져서 주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각종 보고 업무에 신규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도 알아야 했고, 모든 회의에 다 참석해야 했으며 그 와중에 사무실 이사준비도 해야 했다. 그래도 해야만 하는 일이니까, 해내야만 하니까, 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표님은 다른 부분은 모르겠지만, 자료에 대해서는 꼼꼼한 스타일이었다. 어떤 프레젠테이션 자료나 소개자료 같은 걸 만들 때, 자간, 그림 간의 간격, 소개 내용도 썼다가 다시 쓰길 반복하는 그런 성향이었다. 나도 기본적으로 그런 성향을 갖고 있고, 학생 때 각종 조별과제 및 대외활동 발표자료는 내가 도맡아 만들며 쌓은 스킬이 있었다. 하지만 회사를 대표하는 글을 쓰거나 하는 것은 입사 1개월도 안된 내가 쓰기엔 당연히 무리가 있었고, 그래서 간단한 소개글조차도 대표님은 여러 번 수정하며 이랬다 저랬다를 반복했다. 그래도 처음에는 괜찮았고, 그런 점이 이해가 됐다. 왜냐면 나도 그런 사람이니까, 어떤 생각에서 1안 2안 3안 갔다가 다시 1안이 좋은 것 같다고 돌아오는지 아니까.  


 그러나 점차 늘어난 업무의 무게는 견딜 수 있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회사는 영업이 잘 돼서 수익이 나야 좋다. 다만, 이 회사의 조직구조 상 영업을 전담으로 하는 인력은 없었고 영업활동이라고 할만한 활동을 하는 건 대표님이었다. 그래서 그는 거의 외부에 있었고, 어쩌다 소개를 받거나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을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상품을 소개하고 설명하게 했다. 그렇게 생기는 단톡방은 밤낮과 주말을 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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