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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신 Aug 30. 2023

 안타까운 교사들의 시간

- 교육감들, 교육자치의 힘을 국민께 증명해 내야

역사는 순리대로 바뀌기도 하고,  어떤 계기를 통해 바뀌기도 한다. 나는 서이초 젊은 교사님이 유명을 달리 한 날 "우리 교육은 일단 멈췄다"라고 생각했다. 49재 날인 9월 4일이 아니라 7월 18일 그날  위태롭게 유지되던 교육이 이미 멈춘 것이다. 사회전체가 당황했다. 언론을 통해 경기도에서도 유사한 죽음이 알려졌다. 그들의 죽음이 안타깝고 슬펐지만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랐다.


이미 교육은 위기였다, 말들을 안 했을 뿐


학교는 대선 교육공약, 교육감의 선거공약, 교육정책들의 최종 소비처로서 늘 업무 과부하 상황이라 교사들이 힘겨워했다. 특히 한국사회 대입 무한경쟁 앞에서 초중고 교육은 위기로 치닫고 있었다.

무경감을 외치는 진보 교육감 시대로 접어들었다지만 잡무는 줄어들지는 않아 수학여행, 학폭, 안전 등 업무 매뉴얼은 더 늘어났다. 그렇다면 학생인권조례에 의해 학생인권은 신장되었나? 진보 교육감의 조례들, 특히 교육청과 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라는 옥동자를 낳고 제대로 키우지를 못해 현장에서 학생인권조례는  형해화되어 있다. 상황이 이런데, 뭐가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이 반비례한다는 건가?


10년 전 서울 교육청은 교육청렴도에서 만년 전국 꼴찌였다. 청렴도 꼴찌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책연구를 맡겨 보니, 첫 번째 이유는 잊을 만하면 불쑥불쑥 드러나던 학교 운동부 비리였고, 다른 하나는 학교 내 업무분장의 비 민주화였다. 그 두 개의 원인 해결을 위해 서울 교육청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운동부 비리는 여러 차례 사회 문제가 되고, 엘리트 체육을 지양하는 진보 교육감의 철학에 따라 점차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학교 업무분장의 비 민주화, 예를 들면 담임 기피 현상이 심한 가운데 젊은 교사, 묵묵하게 맡은 일하는 교사, 전근해 온 교사, 기간제교사에게 특히 어렵다는 초등 1학년, 6학년 담임 업무를 맡기거나 일 폭탄을 떠맡기는 문제에 대해 특히 교사들의 내부청렴도에 대한 불만이 컸다. 서이초 교사 사례가 저 경력 교사로서 일 폭탄을 안은 경우다.


"멈췄지… 그래 일단 멈췄는데, 다시 갈 수는 있는 걸까?, 간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어떻게 가야 할까?"


지난 1달여 진행된  서이초 교사 죽음의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고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사건은폐 축소 무마에 대한 서울 교육청이나 단위학교의 초기 행보도 미심쩍다. 더구나 최근 교육부가 내놓은 교권 회복대책에 만족하는 교사, 학부모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교사 6 단체가 주장하는 생기부에 교권침해사항을 기재하자거나(교총 안), 교원의 학생 지도 시 아동학대법 면책 등등 정책과 법이 바뀌면 교사들이 소나기는 피해 가겠으나, 공교육은 멈췄다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걸까?


그러던 중 9월 4일 서이초 교사 49재를 맞아 전국교사들이 재량휴업을 하고 집회를 한다고 했다.


 "공교육 멈춤의 날".


학교장 재량휴업일은 학교 구성원이 결정하면 되는데 서울 교장협의의 경우 지난 8월 24일, 그 공을 서울 교육감에게 넘기며 9월 4일을 임시휴업으로 정해달라길래 “자신들의 권한과 책임도 못 지키는 교장들”이라고 생각했다.


책임만 피하는 교장들이 무슨 재주로 우리 교육을


물론 교육감도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런데 책임을 진다는 것은 각자 주어진 권한과 책임 내에서 가능하다. 9월 4일을 학교 자율 휴업일로 지정하는 것은 교육감이 할 일이 아니고, 교육부가 결정할 일도 아니며, 단위학교가 결정할 일이 아닌가? 서울 교장들의 영리한 책임회피로 느껴졌다.


대다수 교장의 수십 년 교육 경험이 그렇게 ‘몸 사리는’ 것으로 귀결되는 오늘의 교육 현실, 그런 사람들이 무슨 재주로 우리 교육을 멈추고 우리 교육을 책임지겠다는 것인가!


9월 4일 ‘공교육 멈춤’에 대해 전교조 출신 교육감인 세종의 최교진 교육감은 '교육공동체 회복의 날'로 삼자며 선뜻 나섰고 서울 조희연교육감이 뒤를 잇자 이주호 vs 조희연•최교진 대립으로 되고 말았다.  여태까지 6회째, 수만 명 교사를 이끌던 교사 그룹이 9월 4일 집회를 포기했으며, 다른 그룹은 계속 진행 중이다. 9월 4일 집회 요구사항은 다음과 같다고 전해진다.


‘아동학대법 개정’/‘진상규명(재수사) 촉구’/‘교권보호 법안 통과’/‘현장 목소리 반영(공동요구안 내용)’/‘교육부 반대 의사 표명’


사랑하는 제자들과 함께 생활하던 공간에서 생을 마감한 교사들의 죽음 앞에 위의 요구사항들은 솔직히 너무 협소하다. 이렇게 사건 발생 후 제대로 된 해법이 안 나오고, "네가 이걸 바꾸면 돼"라며 남의 책임으로 돌리는 한, 우리 사회도 우리 교육도 늘 도돌이표가 될 수밖에 없다.


남의 책임으로 돌리는 한, 교육은 늘 도돌이표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서이초 문제는 학폭 문제뿐 아니라 교사 업무분담의 비민주성, 학부모 악성민원, 코로나 3년간 교사와 학부모 관계의 불안정성, "각종 공문과 행사 매뉴얼 폭탄"을 던지는 교육청과 교육부에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육부와 국회는 물론 각 시도 교육감은 함께 비를 맞는 것을 넘어 비를 멈추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교육감들에게 교장들이 9/4 재량휴업일 해달라고 공을 던졌을 때  그 공을 단순히 받을 것이 아니라  그 공을 받아서 문제해결의 열쇠를 쥔 교사와 교장들이

공교육 세우기의 홈런을 쳐내기 위한 힘을 강력히 세워주어야 한다.


교육감들, 교육자치의 힘을 국민에게 증명해 내야


이상 변죽만 울리지 말고 교육감들은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획기적으로 고취시키며 아울러 비를 멈추는  대책 - 학생, 학부모, 교사의 균형을 바로 잡는 교육자치의 힘을 이번에 국민에게 증명해내야 한다.  

교사들이 그날 혼자 짐을 지지 않도록 재량휴업에 파면까지 운운하는 교육부에 강하고 논리적으로 맞서야 한다.


지금 우리 교육은 멈춰있다기보다 깊은 수렁에 빠져있다. 그리고 교사들은 그 해법 앞에서 길을 잃었다는 느낌이다. 교사인 지인은 학교 일이 바빠 9월 4일 집회에 못 나가는데, 지인의 70대 어머님이 노구를 끌고 집회에 대신 참여한다고 한다.


선진국, 후진국 할 것 없이 어느 사회에서나 문제는 발생한다. 그러나 그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는 방식에서 한 사회의 성숙도는 드러난다. 이번 서이초 사태와 9.4‘공교육 멈춤 집회’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 특히 우리 교육의 성숙도는 아직 멀었다는 느낌이다. 특히 교사집회를 둘러싸고 드러난 교육부의 쌍팔년도식 겁박을 보니 멀었다기보다 퇴행 중이다.


안타깝고 답답한 교사들의 시간이다.


(이 글은 교육언론 창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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