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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신 Nov 26. 2020

코로나 세대 베이비 1

코로나 시대의 할머니가 된다는 것

열흘 전 첫 손자 로빈(태명)이 태어났다.

오늘 로빈과 영상 통화로 첫 대면을 했다.

몸무게 4.1킬로그램 , 키 60센티미터. 튼튼한 아이이다. 36년 전 로빈 아빠도 4.1킬로그램, 63 센티미터로 태어났다. 부전자전인가?

코로나 세대 베이비와만남은 그렇게 영상통화를 통해 이루어졌다.


코로나 세대 베이비, 로빈


코로나는 일상의 변화를 가져왔다.

원래는 손자가 태어나면 조부모들이 한밤중 혹은 날이 밝자마자 달려갔었는데  이젠 코로나 때문에  병원도, 산후조리원에도 일체 갈 수가 없다. 옛말에 일복 많은 사람과 일복 없는 사람이 있다더니 나는  첫 손주가 태어난 지 열흘이  됐는데도 아이도 못 보고, 며느리 미역국 한번 끓여주지 못한 '일복 없는 할머니' 된 셈이다.


솔직히 방문객의 열이 없으면 산후조리원 출입, 적어도 신생아실 아기는 양가 조부모에게 한번 정도 보여줘도 되련만 조리원 쪽 편의를 위한 과잉대응이란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로빈이 태어날 무렵 , '격정 출산 누아르'라는 <산후조리원>이란 tvN 월요드라마가 방송되었다. 출산 전후 다양한 연령, 다양한 직업의 산모들이 산후조리원이라는 산모와 신생아만을 위한 특정한 공간에 머물면서 자신의 모성을 확인하고, 자신의 모성을 의심하고, 옆 산모와 비교해보고 엄마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낸 드라마로 주제, 소재가 신선하고 연출 및  배우들의 연기력이  좋았다.


시청하다 보니 오래전 나의 출산 기억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드라마 속 스토리 전개와  주인공 대사 ' 안 봐도 비디오'였다.

왜? 다 겪어봤으니까!

드라마 속 표현대로

"임신은 고달프고,

출산은 잔인하고,

회복과정은 구차했다."

100% 공감이다.


함께 티브이 드라마를 시청하던 남편이 "정말 저러냐?"라고 묻는 걸 보니 내 남편이 출산과 육아로부터 얼마나 '타인'이었는지 속으로 새삼 섭섭하고 오래전 그 과정을 오롯이 겪어낸 내가 새삼 대견했다.


어쨌거나 오늘로 열흘째 초보 할머니인 나는 로빈의 실물은 못 봤지만 태어나자마자 아빠품에 안긴 사진을 실시간 sns를 통받았다. 그 후로 매일 아기 사진과 동영상을 받아보고 있다.


우리 출산문화를 넘어 기술발전과 새로운 세대를 만나 새로운 출산 문화를 만들며 전통을 해체하기도 하고 전통을 재구성하는 현실에서 코로나 시대 할머니가 되어 코로나 세대를 만난다는 것, 가슴이 무척 설렌다.



누구도 우리의 미래를 점칠 수는 없지만 코로나 시대 할머니 노릇이  한편으로는 편리하고 한편으로는 뭔가 미진한 것 같아 아직 실감은 나지 않지만  '좋은' 할머니가 되고 싶다.


그래서 나는 며칠 전 종영한 산후조리원 중

 내가 뽑은 명대사를 기억하고자 한다.


"좋은 엄마가 완벽한 게 아니다. 이기적인 게 아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가 행복하다."


응용하자면  "코로나 시대, 좋은 할머니는 완벽한 할머니가 아니라 행복한 할머니"라는 을  마음속에 기억하고 코로나 세대 베이비 로빈을 대면하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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