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다이어트가 필요한 우리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은 삶을 산지 꽤 오래되었다.
어떤 이들은 ‘쉼’의 삶이 그저 공백일 뿐이라고 폄하할지도 모르는 긴 시간이다.
전에도 ‘쉼’에 대한 내 생각, 그중 퇴사와 백수 생활에 대해 가볍게 다룬 적이 있다.
내용인즉슨,
백수의 삶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쉬는 것을 보류해 보라는 조언이었다. 시간관리가 안 되는 사람은 매우 나태해지기 때문이다. 당시 처한 나의 상황에서는 매우 현실적인 조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제는 다른 방식의, 이면의 생각이 새롭게 가지를 치기 시작했다.
과연 나는 몸이 쉬는 동안 마음도 쉬었었나?
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나는 몸은 쉬고 있었을지언정, 끊임없이 나를 채찍질해 왔고,
게을러질 때마다 나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이렇게 살면 안 된다고 주문을 걸어왔다.
나도 모르게 남과 비교했다. 다른 사람이 가진 직업, 집, 돈, 명예, 그 모든 것들을 외면하고 살 수는 없었다.
잘된 사람을 보면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검색했다.
새로운 이상, 또는 새로운 일이 무엇인지 찾아 보기 위해 아무도 없는 이곳에 왔는데
영어라도 마스터하지 않으면 이 공백의 시간 동안 나는 실패한 삶을 산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과 긴장이 항상 삶을 지배하고 있었다.
쉬고 있었지만 남과 나를 끊임 없이 비교했다.
어릴 때부터 항상 가지고 있던 조급병은 조금도 고쳐지지 않았다.
이렇게
평온한 듯 평온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았다.
고요함과, 한편으로는 게으름이 침잠하는 일상 속에서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잊고...
아니 깨닫지를 못했다.
지나고 보니, 그러했다.
우리는 직장의 스트레스에서 잠시 떠나 여행을 가고, 책을 읽고, 좋아하는 취미를 만들고, 장소를 바꾸거나 주변 환경을 바꾸어 기분 전환을 하고, 또다시 현실로 복귀하고, 그런 삶을 반복하며, 자신에게 나름의 방법으로 휴식을 준다.
어느 순간 그것조차도 반복되는 삶이 되어 버렸다. 무언가 빠진 것을 느꼈다. 여행을 다녀와도 크게 변한 것은 없었다. 여행하는 시간 동안은 아무 생각 없이 행복했지만 일상으로 복귀하면 변한 것은 없었다. '여행 약빨’은 며칠 가지 않았고 그래서 퇴사를 결정하고 백수의 삶을 선택했다.
온전히 쉬면 달라지리라 여겼다.
그. 런. 데.
그렇게 어렵게 결정한 퇴사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원하던 휴식임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마음도 함께 휴식하는지에 대해서는 한번도 자문하지도, 깨닫지도 못했을까.
비우지 못하고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몸이 휴식하면 자연스럽게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 휴식과 리프레쉬가 마음의 휴식으로 100프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마음에게도 휴식을 주고,
마음을 컨트롤하는 법을 터득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다각도로 가져야
마음이 진짜로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