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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덕이아빠 Dec 06. 2018

참새의 침공

나는 참새에게 침공당했다

오늘은 정말 이상하고 번거롭고 당황스러운 일이 생겨버렸습니다.


평소처럼 집으로 가는 길을 걷고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총각 나 좀 도와줘’라며 불러 세웠습니다. 결혼은 몇 달 전에 했으니 사실 엄밀히 말하면 총각은 아니지만, 많은 새신랑들이 그렇듯 어리게 봐준 게 괜히 기분이 나쁘지 않아 아주머니에게 다가갔습니다. 그게 바로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습니다.


아주머니는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나에게 잽싸게 무언가를 주었고 엉겁결에 받았습니다. 따뜻하고 꼬물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상황 파악이 끝나기도 전에 ‘총각이 죽지 않게 좀 봐줘’ 하고 가버린 아줌마. 저 아줌마 뭐지 싶어 당황한 제 손에는 털이 다 나지도 않은 작은 참새 새끼가 들어 있었습니다. 속살이 다 보여 징그럽고, 꾸물럭 거리는 것이 꼭 벌레 같아서 하마터면 소리를 지르며 떨어뜨릴 뻔했습니다. 정말 못생기고 또 다 죽을 것같이 탈진한 녀석이었습니다.


수염도 안 깎아서 덥수룩하고 편한 동네 차림으로 돌아다니던 저에게, 아주머니는 뭘 믿고 이 새 새끼 녀석을 주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 중에 하필 말이죠. 집도 좁고 회사에도 나가야 하는데 이 녀석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요. 총각이란 립서비스에 괜히 낚여서 이런 거추장스러운 놈을 받아버렸습니다. 대체 저에게 뭘 어쩌라고 이런 걸 맡겨 버리고 사라지나요. 화가 확 솟구쳤습니다.


뭐 버릴 수도 없고 집에 데려왔습니다. 이런 천덕꾸러기 같은 놈이 집에 와버렸으니 저는 어찌해야 하나요? 어미새를 찾아주든 아니면 있던데 다시 놓고 오든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디에다가 처리해야 할까요… 일단 이름은 천덕이라고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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