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명동 가톨릭회관에 갔습니다.
봉헌식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봉헌을 위한 33일간의 준비> 책으로 봉헌을 준비했습니다. ‘몽포르의 성 루도비코’가 지은 책인데요. 성모님께 온전히 봉헌하기 위한 준비로 초대합니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33일간 기도하는 일정입니다. 33일 안에서 두 개의 시기와 각 단계가 있는데요. 계단을 오르듯 매일 한 계단씩 오르도록 도와줍니다. 첫째 시기는, 세속 정신을 끊기 위한 단계로 12일간 진행됩니다. 둘째 시기는, 3주로 나눠서 진행됩니다. 1주는 자기 인식과 자기 죄에 대한 통회, 2주는 마리아를 알고 사랑하기 위한 단계, 3주는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사랑하기 위한 단계입니다.
봉헌식 일정은 성모님 축일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날로부터 33일 전부터 기도하게 되어있는 것이죠. 표를 보니, 일 년에 6번의 기회가 있네요. 이번 봉헌식이, 올해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본래는 어제 주일에 하기로 된 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전례력에 따라 오늘로 변경됐습니다. 월요일 오후, 봉헌식에 참석하긴 어려웠는데요. 다행히 지난 토요일 다른 모임에서 봉헌식이 진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그날 하게 되었습니다. 가족 모두가 이번 봉헌식을 위해 준비했는데요. 첫째는 아이는 학교 시험으로 봉헌식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가장 아쉬운 부분입니다.
여기서 이런 질문이 듭니다.
“왜, 성모님께 봉헌해야 할까?” 책에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성모님께 봉헌하는 것은 바로 그리스도께 이르는 길을 통과하는 것이며 성모님은 그리스도께 이르는 길이시다.” 이 말을 좀 더 상세히 설명한 내용도 있습니다. “성모님을 통하여, 성모님 안에서, 성모님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자신을 바치면 바칠수록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위하여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 봉헌의 주된 목적이며 의의이다.” 어떤가요? 뒤에 이어지는 설명을 읽고 처음 제시한 문장을 읽으면, 명확하게 이해가 됩니다.
이 책에서는 또 다른 단계를 이야기합니다.
성 베르나르도와 성 보나벤투라의 말을 인용했는데요. 하느님께로 올라가기 위한 세 계단입니다. 첫째 계단은, 우리에게 가장 가깝고 우리의 능력에 가장 알맞은 마리아시고요. 둘째 계단은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셋째 계단은 하느님 아버지라고 합니다. 하느님께로 가기 위해 성모님과 예수님을 거쳐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어지는 설명에서, 성모님과 예수님의 역할을 다르게 표현하는데요. 이 책의 핵심 중 핵심이 아닐지 싶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기도의 중재자’이신 마리아를 거쳐야 하고, 영원하신 하느님 아버지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구원의 중재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야 한다.“
기도의 중재자와 구원의 중재자.
성모님과 예수님이 우리에게 각각 어떤 의미인지, 명확하게 설명해 줍니다. 성모님을 따르는 의미와 예수님을 따르는 의미가 어떠한 것인지도 짐작하게 합니다. 성모님께 대한 기도의 응답은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이고 예수님께 대한 기도의 응답은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기도의 중재자께 드리는 기도와 구원의 중재자께 드리는 기도가 다른 거죠.
성모님은 신앙의 모범이라고 표현합니다.
가장 어려운 순간, 하느님의 뜻을 겸손하게 온전히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성모님을 공경하는 이유입니다. 함께 기도해달라고 청하는 이유입니다. 매일 온전히 봉헌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살기를 다짐하고 청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