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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리성 김작가 Dec 21. 2024

내가 기다리는 나만의 그분은 어떤 분인가요?

“그분이 왔다.”

뭔가 느낌이 왔을 때 하는 표현입니다. 그분의 정체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신(神)’을 가리키는 것만이라는 것은 확실하죠. 자기 능력으로 했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일을 해냈을 때, 이렇게 표현합니다. 평소에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나 평소보다 뛰어난 신체적 역량을 발휘했을 때, 주문처럼 읊조리곤 합니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지름신’이 대표적입니다. 무언가에 홀려서 이것저것 사게 됐을 때, ‘지름신’을 그분이라고 표현합니다. 자기 의지보다는 뭔가에 홀려서 충동 구매한 것이라며, 위로하고 싶어, 그렇게 표현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좋든 그렇지 않든, 평소 자기답지 않은 생각이나 행동을 할 때 그분이 왔다고 표현합니다.     

여기서 질문 하나 해볼까요?

그분은, 내가 가만히 있는데 그냥 오시는 걸까요? 내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그냥 오시는 거냐고 묻는 겁니다. 어떤가요? 아닙니다. 집중적으로 한 생각이 그분을 불렀다는 게 맞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고심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할 때, 아이디어를 알려주시는 그분이 옵니다. 어떻게든 끝까지 잘 해보려고 노력할 때, 그분은 나에게 힘을 보태줍니다. 평소보다 좋은 역량을 발휘하게 하거나, 주변 상황을 그 방향으로 안내합니다. 온 우주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말하는 장면은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나는데요. 이런 느낌이 들 때가 바로 그분이 오셨을 때가 아닐지 싶습니다.     


지름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도 사고 싶고 저것도 사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으니, 매력적으로 보이고 꼭 필요한 것으로 여기게 만듭니다. 안 사면 안 되게 하는 거죠. 때로는, 안 사면 손해라는 생각까지 하게 합니다. 마케팅에 현혹돼서 홀리기도 하지만, 이 또한 자기 마음이 그리로 향하고 있었기에 받아들이게 되는 겁니다. 아무런 관심이 없는 제품은 마케팅 할아버지가 와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으니까요. 막상 사서 돌아오거나 택배로 배달이 되면, 간절했던 그 생각이 절반이나 그 이상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후회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하고 바로 반품하기도 합니다. 다시는 이러지 않아야지 하면서도, 때가 되면 또 그리됩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해야 합니다. 구매 충동을 억제하는 것보다, 생각의 방향을 돌리는 게 더 좋은 방법이라는 거죠.  

   

나에게 일어나는 일은 그냥이 아닙니다.

그 방향으로 생각하면서 추구하고 있어서 일어나는 겁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이 그냥이 아닙니다. 자주 언급하는 말로, 이발하고 나온 사람은 사람들 머리만 보게 됩니다. 새 신발을 신고 나온 사람은 어디를 보게 될까요? 사람들 신발을 보게 됩니다. 그냥도 아니고 우연도 아닙니다. 내 생각의 방향이 그리고 향하고 있으니 보게 되는 겁니다. 동네에 생긴 지 오래된 가계가 낯설게 보일 때가 있지요? 그때까진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했는데, 눈에 들어온 이유가 뭘까요? 그와 관계된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에 자주 눈에 띄는 것이 있나요?

자주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자주 가게 되는 곳은요? 내 눈에 보이고 내가 자주 만나게 되고 자주 가게 되는 곳. 그것들이 향하는 것이 바로, 지금 내 생각이 향하는 방향입니다. 그 방향으로 길을 내고 있으니 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 겁니다.      


어릴 때 하던 놀이가 있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 흙으로 된 바닥을 나뭇가지나 뾰족한 돌로 긁어서 길을 냈는데요. 그 길들을 한 곳으로 향하게 했습니다. 그곳은 작은 웅덩이가 된 거죠. 그렇게 만들고 가만히 보면 물이 잘 흘러 내려오는 길이 있고, 그렇지 않은 길이 있습니다. 차이가 뭘까요? 한 번이라도 더 긁어서 깊게 길을 낸 길의 물이 잘 흐릅니다. 자주 갔던 길에서 더 잘 흘러가게 된다는 것이지요.


 나에게 오시는 그분이 어떤 분인지는, 내 마음이 향하는 방향에 따라 달라집니다. 마음에 평화를 주시는 그분일지, 충동 구매를 일으키게 하는 그분일지 결정되는 겁니다. 어떤 분이 오시기를 바라시나요? 그분이 오시기에 합당한, 생각과 말 그리고 행동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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