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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서김 Dec 26. 2020

나라별 관제사 차이(아시아 편)

한국 vs 일본 vs 중국 vs 동남아

아쉽지만 아시아 편에서 끝난다.(아시아만 돌아다니는 LCC 조종사라서;;) 재미로 쓰는 글이라 불쾌한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

# 한국 관제사

 한국 공무원이다. 공무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그대로다. 대체로 젊은 관제사들은 또박또박 말하고, 발음도 신경 쓰는 편이다. 여자 관제사들은 전반적으로 딕테이션이 좋다. 반면 경력 많은 아저씨들은 만사가 귀찮다. 아저씨 관제사들은 투박한 한국 영어 발음에 ‘나는 내 멋대로 말할 테니 이해는 조종사 너네가 알아서 해라’라는 느낌이다. (아닌 분들도 많다. 재미로 쓰는 거니 이해해주길!) 조종사와 관제사가 명확하게 의사소통해야 좋은 관제인데, 어떤 관제사는 래퍼보다 빠르게 자기 할 말만 한다. 듣는 사람도 생각 좀 해주세요 흑흑.. 전형적인 한국 영어 발음이다 보니 가끔 영미권 조종사들이 못 알아듣기도 한다.


 조종사가 관제사의 말을 이해 못하면 다시 말해달라는 의미로 “SAY AGAIN”이라고 한다. 외국에서는 몇몇 바쁜 공항을 제외하고는 “SAY AGAIN”을 하면 관제사는 더 천천히, 더 또박또박 말해준다. 한국에서 Say again을 하면 몇몇 아저씨 관제사들은 한가한데도 짜증 내면서 더 빨리 말한다. 못 알아들어서 다시 말해달라고 한 건데 더 빨리 말하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초보 부기장 때는 이런 관제사 아저씨들이 미웠다.(지금도 초보부기장인 건 함정)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다. 이놈의 정이 뭐라고. 외국에 나갔다가 한국 공역으로 들어오면서 한국인 관제사의 투박한 목소리를 들으면 집에 돌아온 것 같이 반갑고 좋다. 엄하고 무심한 아빠가 미워도 가족이니까 사랑할 수밖에 없는 느낌이랄까.

 

*제주공항에는 조종사 사이에서 유명한 관제사가 있다. 늘 밝게 인사해주고, 따뜻한 목소리를 지녀서 이 분과 관제하면 괜히 마음이 따뜻해진다.

# 일본 관제사

 일본 영어를 쓴다. 처음에는 알아듣기 힘들다. 하지만 일본 영어만 익숙해진다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관제사가 일본 관제사다. 관제사 개인의 차이가 없다. 모두 또박또박 말하고, 말하는 속도까지 일정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다른 나라 관제사들은 관제사별 실력이나 발음의 차이가 존재한다. 일본 관제사들은 일정한 발음에 일정한 말 속도로 관제한다. 익숙하면 알아듣기 편하다. 전 세계 공용 관제 표준교재가 있다. 교재에는 1분에 몇 단어를 사용해야 하는지 권고사항이 있다. 일본만 그 권고사항을 철저히 따르는 느낌이다.


 그리고 공항 관제를 정말 잘한다. 바쁜 공항에 가도 일본 관제사가 하라는 대로 하면 갑자기 급하게 강하하거나 갑자기 옆으로 꺾거나 하는 일이 없다. 동남아시아 공항에서 관제를 받을 때는 빈번히 급강하를 지시해 연료 낭비가 심할 때가 많고, 착륙 순서가 바뀌기도 한다. 일본은 도쿄 나리타 공항 같은 바쁜 공항에 가더라도 내가 얼마나 강하할지, 다음엔 어느 방향으로 갈지 예측 가능하다. 일본 정부는 밉지만 관제를 보면 ‘역시 일본’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 중국 관제사

 중국 공안. 고압적이고 화난 말투다. 가끔은 대답도 안 한다. 중국 관제사한테 잘못 걸리면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른다. 순순히 따라야 한다. 무섭다.

# 동남아시아 관제사

 베트남, 라오스, 태국 등. 아직까지 관제절차를 완벽히 정립하지 않은 듯하다. 중구난방일 때가 많다. 동남아시아 출신 기장과 비행한 적이 있다. 동남아 공항에 접근하면 접근한 순서에 상관없이 빠르게 하강해야 한다고 했다. 먼저 하강해야 먼저 착륙 허가를 준다고 한다. (정확한 지는 모름.) 우리나라나 일본은 접근 순서대로 착륙 허가를 내주니까 최대한 천천히 내려간다. 일반적으로 천천히 내려가야 연료 소비가 적기 때문이다.


 라오스와 베트남은 공산권 국가여서 그런지 중국과 비슷하게 무뚝뚝한 느낌이다. 한 번은 베트남 관제사가 이상한 지시를 내려 이해할 수 없다고 답하니 화를 냈다. 본인이 잘못한 걸 깨달아도 별다른 사과가 없었다. 반면 태국 관제사들은 부드럽다. 목소리가 공기반 소리반이다. 무뚝뚝한 라오스 공역을 넘어 태국 공역으로 넘어가면 딱딱했던 공기가 부드러워진다. “사와디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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