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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jae Shin Jan 07. 2023

신데렐라

그녀의 이름은 왜 숯검댕이였을까?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우리 모두 알고 있는 동화들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들은 지역과 세대를 아울러서  다양한 소재와 재치로 우리에게 따뜻한 감성과 교훈을 줍니다. 하지만, 익숙한 결말과 구성으로 지루하기도 합니다. 이 메거진에서는 그 뻔한 이야기들을 건축가의 시선으로 새롭게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신데렐라는 하루 종일 궂은일을 하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겨우 휴식을 취하는 힘든 일상을 보낸다. 오늘날처럼 편리한 주방이 있더라도 한 끼 식사를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닌데, 하물며 주거 공간에 주방이라는 특화 공간이 없던 시절에는 어땠을까? 신데렐라라는 그녀의 이름에서 인류의 역사와 같이 하는 힘겨운 가사노동을 엿볼 수 있다.     


그녀의 이름은 재투성이


신데렐라의 원전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1634년 이탈리아의  잠바티스타 바실레(giambattista basile)가 구전을 엮어 출판한 펜타메로네(Pentamerone)에 담긴 La gatta Cenerentola였다. 바실레의 이야기에 호박마차와 유리구두 그리고 12시를 알리는 종소리 등의 요소 더해 우리가 알고 있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만든 것은 1697년 프랑스의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가 출판한 Histoires ou contes du temps passe or Les Contes de ma Mere l'Oye에 수록된 cendrillon이다. 이후에 그림형제를 거쳐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주인공의 이름이 모두 신데렐라다. 그렇다. 신데렐라라는 그녀의 이름이 중요하다.


가장 오래된 이탈리아 버전의 Cenerentola는 '재'를 뜻하는 'cenere(체네레)'와 '~하는 사람'이라는 'tola(툴라)'의 합성어다. 프랑스어의 cendrillon과 영어의 cinderella도 마찬가지다. 화로나 화덕에서 요리해야 하는 생활에서 불을 피우고, 재를 치우던 주인공의 상징적 이름이다. 우리말 번역한다면 ‘재투성이’나 ‘숯검댕이’ 정도일 텐데 부엌일을 한다는 의미로 ‘부엌데기’라고 하거나 거주하며 부엌일을 하는 이를 지칭하는 ‘식모’나 ‘식순이’ 일 수도 있겠다. 그중에서 외관상의 특징을  살린 재투성이가 가장 적절해 보인다.

1854년 george cruikshank의 신데렐라 일러스트 / 1899년 신데렐라 일러스트 / 고구려 안악3호분 벽화 (357년추정)


눈이 맵고, 재를 뒤집어쓰는 주방


오랜 기간 서 실내 조리공간 중앙에 화로 놓고, 화로 위에 갓을 두어 연기를 밖으로 배출하는 방식이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표현된 주방의 모습도 비슷하다. 11세기~12세기 등장한 굴뚝은 상류층에서 사용되다 16세기가 되어서야 보편화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원전들이 쓰인 17세기에는 벽난로와 굴뚝이 조합된 화로에서 요리를 하는 것이 보편적이었겠다. 가구처럼 이동 가능한 독립된 난로가 처음 등장한 것은 17세기 후반이니 신데렐라는 구경도 못했을 것이다. 추측건대 우리의 가여운 신데렐라는 벽난로에 불을 피우고, 무거운 솥을 걸어 물을 끓이고 요리를 해야 했고, 식사를 마치면 열기가 식지 않은 검은 재 치우고 화로 청소를 마쳐야 겨우 한 숨 돌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얼굴과 옷에 재가 묻어 거뭇거뭇 했겠다.

벽난로를 주물난로로 바꾼 Franklin stove (1742) / 도구를 올려두고 요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독립된 난로 형태의 조리대는 주방공간의 변화를 가져왔다.


100년의 변화


18세기부터는 뜨거운 주물난로 위에서 조리를 하는 cooktop stove가 등장해  주방이 혁신적으로 변했지만, 연료는 여전히 나무와 석탄이었다. 배출되는 재를 치우는 것은  수많은 신데렐라들의 몫이었다. 1826년 가스화덕(gas stove)과 1891년 전기화덕이 개발되었지만, 주방에서 검은 재를 치우고 청소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벗어나는 현대적인 주방은 20세기가 되어야 찾아볼 수 있었다.

가스 스토브가 설치된 바우하우스 교장 관사 주방 (1926) / 스웨덴 bolinders社 가스 스토브


우리 주방 50년

우리나라는 석유를 연로로 하는 휴대용 조리기구인 석유풍로가 1980년대까지 널리 사용되었다. 1960년대 시작된 LPG와 1970년부터 도입된 도시가스가 보편화된 지금은 가스조리대(gas stove)가 일반적이다. 최근 주택설계에서는 가스스토브를 사용하지 않고 하이라이트나 인덕션 같은 전기조리대(electric cooktop)만 사용하기도 한다. 지난 몇십 년을 제외하면 인류의 요리는 매운 연기와 함께해야 했고, 식사  후에는 검은 재를 치워야 했다. 신데렐라의 이름이 재(cinder)에서 유래한 것도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신데렐라가 왜 얼굴과 옷에 검은 재를 뒤집어쓰고 집안일을 했는지는 더더욱이 이해하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1970년대 우리의 주방 / 연탄을 사용하는 아궁이에 솥을 얹은 입식 조리대와 석유풍로
도시가스(LNG) 보급이 시작된 1970년대 이후 일반화된 gas stove와 최근 사용이 확대되고 있는 electric cook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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