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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Fly Feb 17. 2019

23. 최선을 다한 결과

현실의 퍽퍽함

개인적으로 sbs의 '골목식당'을 즐겨보는 편은 아닌데, '라디오 스타'의 출연 게스트가 재미없어져 채널을 돌리다 포방터 시장 편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돈가스 가게를 우연히 보다가 과연 '최선을 다한다'는 게 뭘까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다가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잡아 줄을 서야 할 정도가 되어버린 가게. '인성'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 홍탁 집과 대비되면서 방송은 '착한 사람'에 대한 로망을 잔뜩 심어놓은 거 같아 내심 편하지는 않았다.


이번 회기동 편에서 나온 피자집은 '빈틈없이 최선을 다한다'는 게 얼마나 자신을 괴롭히는 일인지 여실히 보여줬다.  20년 가까운 시간을 요식업에서 직원으로 일하다 처음 갖게 된 작은 피자집. 모든 걸 걸었기에 설렁설렁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또한, 그의 완벽주의에 가까운 성격도 한몫했다. 하지만, 너무 열심히 하는 바람에 가게를 연지 한 달 만에 드러누워 몇 달을 쉬게 된 것. 모의 장사를 운영했을 때도 그의 성격은 어디 가지 않았다. 묵묵히 열심히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도 속이 타들어가는 게 보일 정도.  


인생의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 아니, 그 정도로 야심 찬 건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걸 잘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했냐고 묻는다면, 확실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최선을 다한다는 것의 의미가 퇴색되는 경우를 허다하게 봤기 때문에 더욱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변명하는 걸 수도 있다.


우리 주위에 그런 일은 허다하다. 돈만 있으면 인성과 능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지는 상황을 얼마나 많이 목격했는가. 뉴스에 갑질 기사로 나면 그나마 반성합니다 하며 고개를 숙이는 척 하지만,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랬다고 같은 일은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어디서 봤는데 그런 일이 밖으로 드러나려면 천 번인가, 만 번 이상 쌓여야 그렇게 터지는 것이라고 한다.


불경기가 장기화되면서 20대의 취업률은 57.8%로 2명 중 1명은 실업 상태이다 (출처: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 2018.10월 기준). 물론, 이 수치도 꽤 높게 잡힌 것이라고 짐작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빽’이 없으면 서류를 내도 소용없는 곳들이 얼마나 많은 지, 혹은 서류를 낼 수는 있지만 이미 정해진 합격자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뉴스는 정말이지 최선을 다하고 싶지 않게 만든다. 이런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예전에도 그랬고, 그때도 안 되는 사람은 안되었다. 하지만, 스카이 캐슬이 점점 많아지면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현실이 더욱 고착화되어버린 게 현재의 모습이다. 열심히 사나 대충 사나 원하는 걸 얻을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면,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그러면 차선책은 무엇일까? 내가 열심히 안 해도 대충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 됐든 간에.  


물론, 이런 나의 성향이 나체가 말하는 '르상티망 (ressentiment)'이라고 할 수도 있다 (출처: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529883&cid=60657&categoryId=60657). 상대방에 대한 열등감을 부정함으로써 내가 우위에 있다고 믿는 감정. 돈이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저 사람의 부는 잘못 축적된 것이니, 차라리 아무것도 없는 내가 낫다고 치부해버리는 것.


하지만, 현실과 상관없이 무작정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 그들의 노력은 눈물 없이 볼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지만, 딱 거기까지이다. 돈과 '빽’, 소위 '기반'이라는 게 없는 사람은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원하는 걸 얻을 수 없다는 것이 팩트 (fact)이다.


'골목식당'의 최종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 같은 냉소적인 시청자에게는 하나뿐이다. 열심히 오랫동안 최선을 다해서 살고, 인성까지 좋으면 언젠가는 도움을 받아 성공할 수 있다는 것. 물론 그게 당연하지만, 혼자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지쳐있는 피자집 사장의 모습에 눈물이 더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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