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언어치료사로 일하던 시절에는 부모님들은 치료비용을 100% 부모님들이 부담을 해야 했다.
그래서 비용적인 부담으로 인해 언어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이들이 치료실에 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10여 년 전부터 '발달재활 바우처' , '마중물 바우처' 등으로 나라에서 치료비의 많은 부분을 지원하고 있다. 덕분에 치료실의 문턱이 낮아지게 되었고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 치료실에 많이 오게 되었다.
바우처 제도가 시행되기 전과 이후를 모두 경험한 언어치료사 입장에서는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좋은 제도임이 분명하지만 치료사 입장에서는 '치료의 질'과 관련해서 솔직한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왜냐하면 나라에서 주는 돈에는 반드시 '감사'라는 행정절차가 동반되기 때문이었다.
바우처 관련 감사가 나오는 시즌이 되면 치료사들은 많은 서류를 준비해야 했다.
치료에 에너지의 거의 전부를 쏟아붓던 것에 비해 서류준비에 양보해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치료에 집중하던 시간의 일부를 감사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가끔 회의에 빠지기도 했다.
치료실을 운영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다가 작은 치료실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때부터 '바우처를 하지 않는 치료실'이라는 마음을 먹었다.
왜냐하면 바우처 제도가 없던 시절에 치료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했던 제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때 치료사로서의 보람이 가장 컸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생각을 언어치료실 원장님이나 동료들에게 말을 했을 때 들었던 말은 “바우처 안하고 언어치료실하면 망한다.”였다.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1인 치료실 <온맘>은 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단단해져서 8년 전과 비교했을 때 더 안락하고 편안한 곳에서 아이들과 부모님들과 함께 하고 있다.
바우처를 하지 않은 1인 언어치료실을 찾아오는 부모님들께서 하시는 공통적인 말씀이 있다.
“다른 큰 센터보다 조용해서 좋아요.”
“원장님이 직접 치료를 하셔서 좋아요.”
“아이들에게 꼭 맞는 치료를 해주셔서 좋아요.”
<온맘>을 찾아오는 부모님들 중 바우처 제도를 포기하고 오시는 부모님들도 있다.
바우처 제도를 포기하고 1인 언어치료실을 시작했던 나의 진심이 부모님들께 자연스럽게 전해진 것 같다.
작년에는 “7년 차 1인 언어치료실 이야기”라는 내용의 전자책을 썼다.
블로그에 1인 언어치료실에 대한 글에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밀댓글로 문의를 하는 분들도 생겼다.
용기를 내어서 1인 언어치료실에 대한 이야기를 전자책에 담았다.
남들 다 하는 바우처 제도를 하지 않아도 부모님들이 찾아오는 곳이 되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 건 아니다. 바우처가 필요한 분들이 있고 그 제도를 활용해야 하는 치료실도 분명 있다.
'바우처 제도를 하지 않는 치료실'이라는 생각의 틀을 세우고 운영을 한 8년의 시간들, 참 보람된 시간이었다. 우선은 치료실을 찾아오는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1인 치료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능력있는 선생님들이 도전을 하시는 것을 보면서 더 보람을 느꼈다.
8년 차에 접어들며 이제는 새로운 고민을 해본다.
'바우처를 하지 않는 1인 언어치료실 온맘'을 넘어서 아이들과 부모님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가는 치료실이 되어야 할지 다시 한번 고민을 해본다.
앞으로 질적인 업그레이드가 된 1인 치료실이 되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