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험, 난 처음이었다고
구직을 하면서, 여러 기회를 통해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다. 물론 가장 기본적인 것은 내 이력에 대한 이야기와, 구인-구직의 핏을 맞춰보는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는 것. 뭐 추가적인 것으로는 희망하는 연봉이라던가, 회사가 바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 정도가 아닐까 한다.
글쎄, 기회가 이어진다고 해야할까, 지난 브런치 글에서 이야기했던 인터뷰에 이어 추가적인 인터뷰가 있었다. 새로운 인터뷰 경험, 그 기록.
지난 인터뷰가 있고나서, 추가적인 인터뷰는 "케이스 스터디"라는 것이었다. "케이스 스터디"라고 하면 보통 생각하는 것은 다른 회사 등의 사례를 리뷰하면서 Good / Bad 포인트를 찾는 것. 나도 당연하게(!) 그렇게 생각을 했고, 디지털 마케팅에 있어 최근 사례들을 간단히 살펴보고 인터뷰를 보고자 했다.
그런데, '케이스 스터디가 무엇인지, 준비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변이 조금 특이했다.
케이스 스터디는 특정 시나리오를 가지고,
이에 대한 대응 등을 보는 것이며,
준비물은 필기구와 계산기.
...네?
암턴, 그렇게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은근히 긴장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아무래도 Offer가 된 포지션이 Media Planner이다보니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다양한 미디어에 대한 Planning을 세우는 것이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Meta, Google, 네이버, 카카오에 다양한 DA까지, 주로 디지털 채널 미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것을 다뤄왔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물론 나에게 안맞다면 될대로 되라의 마음도 약간 그래도 디지털 미디어의 세계는 계속 변하고 있고, 특히 해외에서 다루는 미디어는 우리나라에서 다루는 것과 다르기에 이 부분이 가장 긴장하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지금까지의 인터뷰에서는 내가 해야할 포지션에 있어서 (가상으로) 어떤 식으로 다양한 채널을 운영 할 것인지, 예산 범위를 어떻게 배분하고 어떤 채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묻거나, 과거에 운영을 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는 형태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Offer된 포지션에 있어 내 이력과 능력, 운영 방향이나 대응과 같은 Fit을 실질적인 레벨에서 보기 위해 실무 눈높이의 질문이었다고나 할까.
인터뷰가 시작되고, 간단한 질문이 있었다. 여기까지는 무난한 인터뷰. 어떤 것이 가장 성과가 좋았는지, 기억에 남는 경력은 무엇인지, 디지털 마케팅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등등.
그렇지만, 본격적인 '시나리오 기반의 케이스 스터디'라는 것이 시작이 되자, 약간의 당황함도 없잖아 있었는데, 이 '케이스 스터디'의 흐름은 아래와 같이 진행이 되었던 것.
1. 가장 기본적인 '시나리오(라기 보다는 설정)'를 준다.
2. SWOT 분석을 하고, 이를 브리핑한다.
3. 좀 더 상세한 '시나리오 #1'를 준다.
4. 상세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수치적인 계산을 한다.
5. 지금까지의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시나리오 #2'를 준다.
6. 시나리오에 따라 최종적으로 전체적인 계산을 하며, 어떻게 그러한 결론에 도달했는지 브리핑을 한다.
그러니까 계산기는 4와 6의 과정에서 수치를 직접적으로 계산하기 위한 도구였고, 필기구는 시나리오에 따른 메모를 하기 위한 도구였던 것. 거기에, 나는 내 나름의 상상력과 논리력을 동원해서 응답을 하는 것이 바로 '케이스 스터디'였다. 계산기와 필기구 외에는, 다른 것을 전혀 쓸 수 없는 상황.
물론 시나리오를 알려주는 과정에서 질문을 하거나, 다시 요청하는 것은 가능했다. 그리고 인터뷰는 영어였다 ㅎㅎ..
그래서 나의 '케이스 스터디' 과정과 내 답변을 정리하면...
1. 가장 기본적인 시나리오
한 여름, 아이스크림 트럭을 운영, 장소는 비치
2. SWOT 분석 + 나의 상상
Strength : 시즌에 어울리는 상품, 트럭으로 빠른 이동이 가능
Weakness : (젤라또를 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여름 날씨에 빨리 녹을 수 있는 상품
Opportunity : (장사가 잘되는 곳으로 이동해) 높은 판매 예상, (장소에 따라) 맞춤형 프로모션이 가능
Threat : 경쟁력이 높을 수 있음, '트럭'이라는 특성으로 인한 지역이나 주변 상인의 규제 등
3. 좀 더 상세한 시나리오 #1 + 질문
- 4개의 상품을 판매하며 각각의 가격은 다르다.
- 일 100개의 상품을 실을 수 있으며, 4개 상품을 같은 수로 실을 수 있다.
- 각 상품 별로 소싱해오는 가격이 있다.
질문 #1 : 일 별로 얻게되는 수익은?
질문 #2 : 추가 상품 판매를 하게되었을 때, 선택하는 상품은?
4. 수치적인 계산
위 질문에 대한 수치적인 계산 + 선택한 상품에 대한 이유 = 이 모든 것에 대한 종합 브리핑
5. 추가 시나리오 #2 + 질문
- 현재 통장의 잔고와 여름 시즌 끝날 때의 목표 통장 잔고 + 시즌 종료까지의 잔여일 수
- 추가 트럭을 구매했을 때의 가격
- 추가 트럭에서 판매를 진행하게 될 때의 조건 : 직원, 상품 소싱, 판매 조건
질문 #1 : 해당 조건에서 목표 달성을 위해 추가 트럭 구매를 할 것인지?
질문 #2 : 시즌 종료 시 해당 수익은 얼마인지?
6. 전체적인 계산
내 선택(목표 달성을 위한 추가 트럭의 구매 여부), 계산 금액, 계산 로직의 브리핑
결론적으로 4의 수치는 맞았지만, 6의 계산은 완전히 틀려버렸다. 3의 '추가 상품 판매'를 계산하지 못한 것. 다만 수치적인 계산은 틀렸지만, 피드백은 '계산 로직은 맞다'였다.
마무리를 지으면서, 이들이 이야기 해준 것은 빠른 상황 대처와 분석, 수치 계산을 위한 논리력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수치는 틀려도 괜찮다고 실제로, 답변을 계속 하면서 빠른 대처와 분석을 통해서 답을 해야하는 경우도 있었다. 여기에는 현재 시장의 상황 등을 고려한 상상력이 추가될 필요도 있었다. (예 -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앞서갈 수 있는 방안은? 내 답변 : '인스타그래머블'이다. 젤라도에 토핑을 얹어주거나, 트럭 자체를 '인증 장소'로 만들어 '인스타그래머블'하게 만들고, 관련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이런 인터뷰 경험은 색다른 특이한 경험이었다. 뭔가 과거나 현재에 실무적인 입장에서 답변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초적인 능력, 사고방식을 알아보는 인터뷰. 게다가 워낙 툴이 잘되어 있는 요즘 세상에, 고전적인 방식의 브리핑(화면 공유가 아니라, 시나리오를 말로 해주고 있어 계속 손으로 메모를 해야한다)에 고전적인 방식의 계산(계산기를 계속 두드리고 또 메모해놓으면서 계산해야 한다)이라니. 아마 나도 엑셀이나 구글 시트였다면 6번답을 틀리진 않았을 것! 추가 상품 계산을 해놓고 메모를 너무 엉뚱한 데 했었다
글쎄, 우리나라 모든 회사의 인터뷰를 본 것이 아니기에 이런 인터뷰를 하는 데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당장 회사에서 쓸 수 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실무적인 것만 빠르게 확인하려는 인터뷰를 주로 거의 다, 99% 경험했던 입장에서는 꽤나 신선한 경험이었다. 사람 자체의 능력과 기본적인 것들을 확인하기 위한 인터뷰라니. 차근차근 인터뷰 대상의 사람을 알아가는 인터뷰라니.
인터뷰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결과가 어찌되었든, 꽤나 즐거운 경험이 된 것으로 충분히 만족. 인터뷰를 보고나서는 긴장이 풀려 목이 꽤나 말랐는데, 준비한 것과 달라서 생긴 두려운 긴장보다는 제법 즐거움의 긴장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