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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꼬르륵 Apr 29. 2024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아이

애벌레(아이가 좋아함)맘 언어치료기

‘내가 걔 얼굴을 보고 있으면 근심이 떠나가는 거야’     


회사 선배가 그랬다. 막내딸 얼굴만 보면 너무 좋아서 근심이 떠나가더라고. 하루는 하도 쳐다봐서 아내가 그만 좀 쳐다보라고 뭐라고 했단다.      


내가 애가 없었다면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을 거다. 그런데 둘째가 꼭 내가 그랬다. 둘째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자면 나는 기분이 좋아지고, 순식간에 화가 누그러지고 평화가 찾아오는 것이었다. 이런 말을 하자니 첫째한테는 미안하다. 첫째는 첫째대로 다른 감정이 든다. 첫째를 보면 짠하고, 눈물 나고, 대견하고, 대단하다. 어쨌든 이 글은 둘째에 관한 글이니, 구체적으로 적자면 ‘언어발달 검사에서 지연 판정을 받은 둘째에 관한 글‘이니 둘째를 소개하는 데 집중하겠다. 한마디로 둘째는 나에게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랑스러운 존재다.      


그 아이의 속눈썹, 큰 눈, 폴짝거림, 그렁그렁한 눈물, 말랑말랑한 볼, 짧게 내뱉는 모든 말들이 마냥 귀엽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피어나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둘째가 지난 3월,

또래 아이보다 1년 이상 언어발달이 지연되고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36개월이 지났으나 언어 수준이 21개월로 나왔다). 그리고 나는 ’올 게 왔구나’라는 마음으로 아이를 데리고 언어센터를 다니고 있다.     

바람은 하나였다. 아이가 건강하고, 밝게 자라는 것.      


기어코 언어센터를 다니게 됐다는 말에 어른들은 ’다 부모 마음이 불안해서‘ , ’다 때 되면 한다더라‘ 라는 말을 했다. 그런 말보다 애를 언제 어디 있는 센터에 데려가는 건지, 그럴 때마다 네가 휴가를 쓰는 것인지, 고생이 많겠다든지 정도의 세심한 관심을 보여주신다면 좋을 텐데. 어쩐지 나는 그런 말들이 다 불쾌했다. 나라고 애가 문제가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센터에 가겠는가. 나도 무수히 고민하고 기도했다.      

그런데 콘크리트 바닥을 화가 나서 뒹굴면서도 ’어어‘ 소리밖에 내지 않는 아이를 보며 나는 부모로서 어떻게든 아이를 도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원하는 것을 말하고, 받을 수 있게, 또, 답답하지 않게. 그래서 대화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루가 온통 답답한 것투성이라면, 그래서 그 기분이 매일 매일 학습된다면 이 아이의 성격은 어떻게 될까?     


부디 둘째에게 세상이 알면 알수록 재밌는 곳이 되길. 그런 마음으로 아이와 언어 심리연구소의 문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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