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는 아빠를 좋아해

딸바보 아빠의 눈물겨운 모기와의 사투

by 꼬르륵

18개월 차 우리 딸은 아빠 판박이다. 이목구비부터 식성, 성격까지 아빠를 쏙 닮았다. 우리 남편은 의사표현이 확실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예민하고, 상대방의 기분이나 스타일의 변화를 빨리 알아채는 편이다. 늘 깔끔한 상태이고 싶어 하고, 한 주에 이틀은 고기를 꼭 먹어야 한다. 땀을 흘릴 정도로 운동하고, 샤워하는 것을 좋아하며 머리 만지는 것을 싫어한다.


그 말인즉슨, 우리 딸도 의사표현이 확실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스타일이라는 거다. 얼마나 의사표현이 확실한가 하면 자기 딴에는 고개를 도리도리 돌려서 거절한 밥을 한 번이라도 더 권하면 밥숟가락을 냅다 쳐버린다. 다른 사람의 기분도 잘 알아채서 내가 전화로 남편에게 살짝 볼멘소리를 하면 어느새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그만큼 예민하고, 상대방의 감정 변화에도 민감하다. 남편처럼 씻는 걸 좋아해서 손을 씻겨주는 걸 좋아하고, 세수를 시켜주면 더 명량해진다. 남편이 안 좋아하는 두부, 콩류는 절대 안 먹고, 남편이 좋아하는 양파, 수박, 고기는 잘 먹는다. 그리고 내가 머리 묶어주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가끔씩 서운할 때도 있다. 남편만 똑 닮은 나의 유일한 딸. 하지만 한편으론 나처럼 음흉하게 혼자 생각하고 말 안 하는 성격보다 낫겠다 싶었다. 그런데 한 가지. 다른 건 몰라도 이거 하나만은 남편에게 안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닮았다!


그건 바로 모기를 부르는 체취다.


희한하게 남편은 연애 때부터 모기에 잘 물렸다. 분명히 나도 같은 장소에 있었는데 남편만 잔뜩 물렸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자기가 다 물려서 너를 지켜줄 수 있어서 좋다며 온갖 로맨틱한 척을 했었다. 결혼을 하고부터는 모기에 물린 날이면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또 나만 물린 거냐 했다.


그런데 우리 딸이 남편의 체취까지 똑 닮았다. 유모차를 타고 잠깐 공원을 돌다가도, 집 현관문 바로 앞에서도 꼭 모기에 물렸다. 자면서도 물렸다. 누구는 원래 애들이 더 잘 물린다고 해도 나는 꼭 그게 남편을 닮아서인 것 같았다. 급기야 남편에게 당신 닮아서 모기도 잘 물린다고 얼굴이고 팔목이고 빨갛게 물려서 속상하다고 그랬다. 남편은 내 터무니없는 잔소리(?)를 듣고 모기와의 전쟁을 선포한다며 심기일전했다.


다음날 남편은 뿌리는 홈 × 파을 퇴근 하면서 무려 네 개나 사 왔다. 잠들기 전 남편은 온 집안의 창틀에 홈 ×파를 뿌려댔다. 집안의 전등과 천장까지 다 뿌리고, 이번엔 액상형 모기 퇴치제를 딸의 발 밑에 놓고 전원을 켰다. 퇴치제 향이 방 전체로 알싸하게 퍼져나갔다. 그 다음이 또 있었다. 남편은 모기기피제를 본인 손에 쫙 뿌린 다음 딸아이의 옷, 다리, 팔에 펴 발랐다. 그렇게 세 단계를 다 거치고 나니 저만치 누워있는 딸에게 나는 모기약 냄새가 내 코까지 왔다. 목이 칼칼해질 정도로 단단히 대비를 한 남편은 마지막으로 딸아이의 옆에 누웠다.


"당신 거기서 자면 애기 답답해해. 자면서 얼마나 움직이는데"


그러자 남편,


"당신 내가 왜 애 옆에서 자는 줄 알아. 이렇게 하면 모기가 나를 물고 애를 안 문다고"


"허이고. 눈물겹다. 눈물겨워"


눈물겨운 부성애 났다 싶었다.


그런데 다음날. 남편은 어제 자기가 자는데 모기가 애를 안 물고 자기를 물었노라고. 비록 잠결이었지만 자기는 쏜살같이 모기를 쳐서 잡아냈노라고. 그리고 다시 한번 나와 딸의 안전을 확인하고, 방 안에 모기약을 다 친 후 잠들었노라며 자랑했다(?). 그래서 잠을 설쳤다며.


그리고 오늘도 남편은 모든 대비를 마치고, 딸아이의 옆에 곱게 누워 잠들었다. 인간제물이라도 된냥 모기에게 '나를 물어라~'하고 누워있는 남편을 보고 있자니 웃펐다. 나중에 딸이 사춘기가 돼서 혹시라도 아빠에게 대들기라도 하면 말해줘야지. 아빠가 이렇게 너를 위해 희생했다고. 딸을 위해 기꺼이 모기에게 자기 피를 내 준 아빠의 사랑에 딸은 뭐라고 하려나.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