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인사 생활
18개월차 아기에게 인사를 배우다.
18개월차 딸내미가 '안녕'에 맛을 들였다. 지나가는 모든 사람에게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짓는다. 어쩌다 택시를 타면 택시 아저씨에게도, 유모차를 타고 마트를 갈 때에도, 놀이터에서 만난 언니, 오빠에게도. 심지어 지나가는 강아지에게도 손을 흔든다.
이틀 전에는 다 같이 등산복을 맞춰 입고 지나가시던 어머님들께서 딸아이가 손인사를 하자 물개 박수를 치셨다. 어쩜 이리 예쁘냐고, 인사도 잘한다고. 그러자 아기는 기분이 좋았는지 펄쩍펄쩍 점프까지 뛰어 보이며 까르르 웃었다. 손해를 모르는 그 미소에 나까지 행복해졌다.
그렇게 산책을 하다 보니 딸아이의 인사로 덩달아 안면을 튼 사람들이 열댓 명은 된다. 매일 나와 같은 시간대에 동네 놀이터나 산책로를 나오는 분들이다. 어떤 할머니는 우리 딸을 보고 기다렸다는 듯이 간식을 주기도 하고, 어떤 여자아이는 자기 장난감을 스스럼없이 내주며 집에 가기 전에만 돌려달라고 했다.
친화력 갑인 딸아이를 보며 나의 인사성을 되돌아볼 정도다.
사실 나는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인사하는 게 좀 불편하다. 쑥스럽기도 하고 거부당할 때의 민망함이 싫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도 나의 사수였던 차장님이 조용히 나를 불러 물었다.
"혹시 너 인사 잘 안 하니?"
나는 화들짝 놀라며
"네? 아닌데요. 열심히 하고 있는데요"
했다.
"그래? 누가 네가 좀 차갑다는 말을 해서. 일단 인사를 잘해야 돼"
"네..."
열심히 하긴 했다. 아침에 내가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사무실 자리를 이리저리 돌며 국장님과 선배님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인사가 먼가 엉성한 부분이 있었다.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고 하기에는 애매한 인사 거리와 목소리가 문제였다. 나는 행여 내 인사가 업무에 방해가 될까 봐, 상대방의 무표정이 눈치 보여서 멀찌감치 서서 인사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쉽다. 인사만 잘했어도 첫인상을 좋게 남길 수 있었는데. 지금이야 업무를 하고, 부대끼면서 편해졌지만 좀 차갑다는 이미지는 한동안 계속 날 따라다녔다.
그런데 우리 딸을 보니 그 용기가 존경스럽다. 일단 얼굴만 마주치면 손을 흔든다. 놀이터에서 언니, 오빠에게 손을 흔들었는데 못 보면 다가가서 어깨를 툭툭치고는 다시 손을 흔든다.
'내가 인사하는데 너 안 보니?'
그런 느낌이다. 그러면 딸아이보다 나이 많은 언니, 오빠도 18개월 차 딸아이를 동급으로 쳐준다.
"응, 안녕~"
밝게 인사하며.
'아, 저렇게 하는 게 인사구나'
일단 상대방이 뭘 하고 있든지, 무표정이든지 너무 신경 쓰지 말 것. 그들도 막상 인사를 하면 좋아한다.
눈동자를 마주치고 확실하게 인사할 것.
내가 인사한 줄 모르면 소심해지지 말고 한번 더 인사할 것.
용기를 가질 것.
딸이 가르쳐 준 인사 방법이다. 아직 딸아이가 거부당한 경험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 딸아이의 인사를 무심코 지나치더라도 나는 뒤에서 잘했다고 박수를 쳐 줄거다. 네가 더 멋진 거라고. 그러려면 나부터 인사에 대한 좋은 경험과 추억을 쌓아야겠다. 당장 현관문을 나설 때부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중인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