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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랑 Sep 09. 2023

다중우주에 대한 꿈을 꾼 언니

To. E.Gatsby.     


언니가 다중우주에 대한 꿈을 꿨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잡고 있었는데 결국 버티지 못하고 떨어졌다고.

그런데 곧 다른 세상에서 다른 삶을 살아가는 '나'를 보았다고 했다.      


"그래서 세상이 가상현실, 게임이라고 하잖아." 내가 말했다.


"그렇긴 한데.. 너무 생생해." 언니가 웃으며 대답했다. 


"맞아. 그건 그래. 너무너무 생생해." 나도 웃으며 맞장구쳤다.


"그래도 그 꿈을 꾸고 나서 힘 좀 빼고 살아도 되겠다 싶더라고."


"의미 있는 꿈이다."     


나는 화장실에 가려다 말고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있잖아.. 다중우주 얘기가 나와서 떠오른 건데. 내가 있는 우주에서 의식할 수 있는 건 내 의식뿐이잖아. 너의 우주에서는 너의 의식만을 알아차릴 수 있고. 지금 내가 관찰하는 우주에서는 내가 제일 오래 살아있게 된대.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죽음을 볼 수밖에 없는 거지. 아마 너의 우주에서는 내가 먼저 죽는 장면을 볼 수밖에 없을지 몰라. 나도 나와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보게 될 거고. 사실 상상하기도 싫지만, 그래도 다른 우주에서 나는 너보다 오래 살고 있는 거야. 문득 그냥 생각이 나서 말해봤어.”


“아, 그렇구나.. 그래도 너무 슬프다.”

언니는 내 말에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치. 그래도 세상에 내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날이 오더라도 난 다른 우주에서 잘살고 있을 거야. 알고 있으면 좋겠어.”


“너무 슬플 것 같지만, 알고는 있을게.”


“이게 무슨 소린가 하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내 말을 이해하고 있구나.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좋다.” 

내가 머뭇거렸던 이유는 이상한 말 하지 말라는 반응을 듣지 않을까 싶어서였는데 언니의 표정과 말을 듣고 이해받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그러게, 나도!” 언니가 대답했다.


그러게, 종종 이런 이야기도 나누자. 살아가는 세상에 호기심을 갖는 건 재밌는 일이야.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탐구하는 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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