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같은 내새끼 두려운아이
오은영박사님이 아이들의 치유를 위해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
금쪽같은 내 새끼 애청자이다.
얼마 전 본 금쪽이는 두려움으로 인해 혼자 학원을 오가는 것도 힘들어했다.
초등학생 여자아이였는데 고양이, 비둘기, 강아지 같은 동물도 무서워하고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아이의 어머니는 도대체 아이가 무슨 이유로 이러는지 종잡을 수 없다.
더 어린아이였을 때는 밝고 적극적인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방법 저 방법 백방으로 알아보았지만 ADHD약을 처방받는 것과 상담을 받고 여러 검사를 하는 것이 전부였다. 아이가 혹시 자폐스펙트럼은 아닌지도 걱정하고 있었다.
또래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이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오은영박사님의 말씀에 따르면 아이는 소리공포증이 있었고 소리의 원리를 알면 공포가 확연히 줄어드는 아이였다. 아이의 엄마는
"뭐가 무서워?"라고 대답하며 아이의 두려움은 받아들여주지 않았다.
"네가 그럴 때마다 말하기가 싫다."라고 말하며 화를 내고 못마땅한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아이가 잘못될까 봐 엄마 역시도 '두려워' 했다.
아이는 속마음을 이야기할 때 엄마가 화내는 것이 무섭다고 했다. 아이의 두려움을 안아주고 수용해 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엄마는 아이의 공포심을 간접 체험하기 위해 번지점프대 위로 올랐다.
한 발짝이라도 떨어지는 것이 공포 그 자체였고 그제야 아이의 두려움을 동일하게는 아니지만 짐작하고 이해하게 되었다. 아이의 두려움은 번지점프대 위에 있는 것처럼 공포스러웠던 것이다.
아이는 점점 안정을 되찾아갔다.
오은영 박사님이 해주신 말씀 중 정말 와닿았던 말씀이 있었다.
대력 이런 의미였다.
아이가 두렵고 불안함으로 가득 차있는데 어떻게 다른 아이들처럼 일상적인 활동을 하는데 에너지를 쏟느냐는 것이다. 대부분의 에너지를 두렵고 불안해하는데 쓰고 있기 때문에 뭔가를 배우고 친구를 사귀고 하는데에 쓸 에너지가 없었던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부부싸움이 심했던 가정에서 내 마음은 기댈 곳 없이 외롭고 두렵고 불안했다. ADHD증상이 어린 시절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도 남아있음을 느낀다. 성인이 되어서도 장 보러 가는 것조차 두려웠고 사람을 만나러 가기 전에도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심지어 연인을 만나는 데이트 전에도 두렵고 불안했다. 막상 만나면 사라지긴 했지만 어딘가에 갈 때마다 늘 불안과 두려움이 따라다녔다. 때문에 온전히 활동을 즐기기까지 적응하는 시간이 남들보다 오래 걸렸다. 조금씩 감정을 인지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전보다는 마음이 편안해지고 있는 걸 느끼지만 아직도 아침에 일어날 때 심장이 이유 없이 두근두근 뛸 때가 있다. 늘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상태였던 것 같다.
직장을 그만두고 불안이 커졌을 때, 만약 내 마음이 안정적이었고 자신을 믿을 수 있는 건강한 정서를 지녔다면 그 시간 동안 편히 쉬면서 건강 회복에 힘쓰고 하고 싶은 활동을 하고 글도 많이 써두었을 것 같다. 그런데 당시에는 무슨 일을 하든 불안이 따라다녔다. 무기력한 마음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며 자책으로 얼룩진 날도 많았다. 내 무의식에는 꼭 뭔가를 하고 성과를 내야 가치 있는 존재이고 그렇지 않으면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버림받는다는 관념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데 썼으니 다른 활동을 할 에너지가 남아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또 이런 힘든 시기를 거쳤기 때문에 이렇게 상처를 들여다보며 제대로 마주하게 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내 안의 두려움과 불안을 알아차리고 정화해 나가면서 꾸준히, 또 즐겁게 하고픈 일을 하나 둘 시작해 본다.
좋아하는 카페에 구석진 공간에 앉아 고소한 커피와 달콤한 디저트를 시켜놓고 글을 쓰는 이 시간이 좋다.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