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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원 Jul 01. 2020

대륙의 숏 비디오 완전정복-(1)

오리지널 틱톡. 더우인(抖音)의 급류를 타다

 나는 지금 소위 사람들이 일컫는 대륙에 살고 있다. 

그리고 그 대륙의 경제중심 도시 상하이에서 숏 비디오 영상제작 일을 하고 있다. 


 2015년, 그리고 2016년 한국에서 푸릇푸릇한 꿈을 안고 드라마 PD로 만 2년을 근무했다. 당시 몰락하는 지상파와 떠오르는 종편, 그리고 만개하는 뉴미디어 시장을 지켜보다, 도무지 이대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악의 노동환경에서 내가 씹어먹어야 하는 고생이 이 전통적인 시스템 하에서 도무지 가성비가 나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무렵 부모님의 한숨을 뒤로하고 사표를 냈다. 


드라마 조연출 시절 (필자명-이희원), 일평균 수면시간 2시간 30분의, 한 달에 손에 꼽을 정도만 퇴근할 수 있었던 신나는 근무환경


  그리고 택한 행선지는 바로 이 곳 중국. 딱히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이 곳에 온 것은 아니다. 그저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뿐이었고, 한류 빨?로 이 곳에서  잘만하면 뭔가 되지 않겠나? 하는 안일한 생각 정도만 갖고 왔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 쳐맞기 전까지. 모든 인생이 그러하듯, 인생의 펀치를 정통으로 맞아가며 3년을 버텼다. 그리고 지금은 상하이에서 숏 비디오 영상제작을 하고 있다. 


 본래는 중국에 오자마자 전통적인 매체에 실리는, 전통적인 스타일의 광고 영상 감독으로 일을 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언어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이 곳에서 내가 이들에게 내밀 수 있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비루한 기술뿐이었다. 그리고 묵묵히 시간이 흘렀다. 

중국에서는 광고영상 감독일을 하면서 때로는 직접 카메라도 들었어야 했다

 

 그 사이 중국에는 숏 비디오라는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당시 한국에서 60분짜리 예능과 드라마를 대체할 새로운 장르로써 유튜브의 5~15분짜리 콘텐츠들을 주목할 시점, 중국에서는 30초에서 1분짜리 영상 콘텐츠 장르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2016년 9월 바이트 댄스의 더우인(抖音), 글로벌 명칭 틱톡(tiktok)이라는 플랫폼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바이트 댄스사의 로고와, tiktok(抖音)app


 아니 도대체 30초, 1분 안에 무엇을 보여준단 말인가? 첫 시작은 직접 만드는 나만의 뮤직비디오였다. 오로지 핸드폰만으로 촬영을 하고, 꽤나 전문적인 영역으로 여겨졌던 편집과 이펙트 툴, 그리고 당시 유행하는 음악을 활용하여 손쉽게 나만의 개성 있는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친구들과 공유한다. 틱톡은 거의 완벽하게 자신의 플랫폼을 통해 가능하게 만들었고 이게 꽤나 쿨해보였다. (여기서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외부와 온라인 만리장성을 쌓은 중국과 달리 이미 글로벌 시장에는 틱톡과 거의 유사한 뮤직컬리(musical.ly)가 나와있었지만 2017년 11월 바이트 댄스는 대륙의 자금으로 금세 인수해버린다.) 

초창기 시절의 숏비디오 플랫폼(왼쪽은 tiktok, 오른쪽은 musical.ly)


 중국 10대-20대에서 먼저 반응이 불기 시작했다. 버스에서 잠깐, 화장실에서 일을 보다가 잠깐, 밥 먹다가 잠깐잠깐 보는 형태의 콘텐츠 향유 방식은 그들에게 금세 적응이 되었고, 습관이 되었다. 그와 동시에 콘텐츠의 다양성도 점차 확보되어 나갔다. 개그 콩트, 여캠, 댄스, 뉴스, 토크, 브이로그, 게임방송, 펫, 쿡방, 먹방 심지어 숏 드라마 까지. 

다양한 장르로 진화된 두오인(抖音)의 숏 비디오


 물론 중국에서도 유튜브와 비슷한 형태의 자국산 플랫폼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지만, 더우인(抖音)은 그들이 가지고 있던 콘텐츠 장르를 거의 완벽하게 1분 안쪽으로 경량화시켰다. 물론 더 자극적이고, 간결한 방식으로. 그렇게 기존 플랫폼들은 젊은 층들의 핸드폰 이용시간 점유율에서 더우인(抖音)에게 점점 자리를 내주고 있는 실정이다. 더 무서운 것은 더우인(抖音)의 이용자들이 단순히 젊은 층들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 중국에서는 조금만 주위를 둘러봐도 지하철 좌석에 앉아 틱톡을 보고 있는 중장년층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중국의 유튜브라 부를 수 있는 bilibili


 한국에서 유튜브의 부흥을 바라만 바라만 봤지만, 중국에서는 모든 미디어, 커머스, 광고 업계가 더우인(抖音)으로 정리되는 이 경이로운 순간을 강 건너 구경으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이 급류의 중심에서 중국인들 속에 들어가 개헤엄이라도 쳐보고 싶었다. 이 급류가 얼마나 급류였냐면, 단적으로 말해 중국의 더우인(抖音)은 현재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고 있다. 아시다시피 중국 정부는 사람들이 모이고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한다. 소수의 트래픽이라면 바쁜 그들도 신경 쓰지 않지만, 거대해진다면 그들도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것이 온라인이던 오프 라인이던. 현재 중국에서 틱톡은 공중파 수준 이상의 검열과 통제가 존재한다. 다시 말해 은 더우인(抖音) 현재 중국 전 인민들이 모이는 트래픽 공간이라는 의미다. 

코로나로 숨진 리원량 의사를 국가적으로 추모하는 4월 4일 당일 중국 정부는 틱톡 내의 상업적인 콘텐츠들과, 라이브 방송을 일제히 정지시켰다. 

 전업을 결심했다. 기존에 일하던 업계를 과감하게 손절했다. 그리고 당장 상해에 위치한 숏 비디오 광고회사에서 출근하여 콘텐츠 제작 업무를 하면서, 퇴근 후에는 상해에 거주 중인 또 다른 한국인과 의기투합해 더우인(抖音) 채널을 운영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 성장 속도가 감화되면서, 소비위축이다라는 말이 뉴스상 떠돌았지만 이 업계는 다른 세상이었다. 가성비 따지기를 좋아하는 광고주들은 틱톡의 문을 두드렸고, 마케팅 집행예산은 분기별로 폭발적인 성장곡선을 보였다. 출근하던 숏 비디오 광고회사에서도 매주마다 새로운 광고주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경제 위축에 따라 고용시장이 얼어붙었지만, 숏 비디오 시장의 채용공고는 날마다 차고 넘쳤다. 

중국 온라인 광고시장 성장곡선(붉은색-모바일,회색-기존온라인,청색-온라인광고에서 모바일 비중) *참고로 두오인(抖音)은 모바일에서만 이용 가능

 직접 운영하는 더우인(抖音) 채널은 반년만에 수익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운영을 시작한 지 1년이 된 지금 구독자는 330만을 돌파했고, 한 달간의 조회수 총합은 5억 뷰 정도가 나온다. 만약 당일 업로드한 영상의 결과가 좋으면 100여 개의 광고주들에게 문의 연락이 온다. 

다른 중국거주 한국인과 동업으로 운영중인 두오인(抖音)채널(왼쪽-채널 메인화면, 오른쪽-플랫폼 내부 트래픽 분석)


 그렇게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던 중 문득 숏 비디오로 평정되는 중국의 오늘이, 비단 오늘에만 그칠 것 같지는 않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만큼 숏 비디오라는 콘텐츠의 향유 형식이 가지는 중독성이 어마무시하다는 것을 느꼈다. 짧고 강렬한 자극을 찾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이다. 혹자는 틱톡을 멍청한 인간을 양성한다고 비판할 수 있다. 존중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사회학, 심리학의 프레임이 아닌 미디어 마케팅의 관점으로만 보고자 한다. 더우인(抖音)은 기존의 것에 약간의 새로움을 추가한 것이 아닌, 명백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고 여전히 증명 중이다. 

2020년 1월 두오인(抖音)의 일일 사용자가 4억 명을 돌파했다

 트래픽이 모이는 곳에 돈이 있다. 그리고 이 더우인(抖音)이 만들어내는 트래픽은 수상하기 그지없이, 꽤 오랫동안 대체되지 않을 것 같다. 중국을 공략하기 위한 한국기업이라면 반드시 더우인(抖音)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준비가 필요하다. 더군다나 코로나로 인해 얼어붙은 오프라인 경제는 더욱 온라인으로 집중되고 있다. 2003년 중국에서는 사스가 알리바바의 성장을 이끌었고, 2020년의 코로나는 더우인(抖音)의 완전한 승리의 장을 만들었다. 이제 사람들은 더우인(抖音)으로 왕홍의 숏 비디오를 보고, 구독을 눌러 팬이 되고, 그의 더우인(抖音) 라이브 방송을 보고 구매 링크를 눌러 지갑을 연다. 중국의 오늘이 한국의 내일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 틱톡도 어마 무시한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여 트래픽 확보에 혈안을 올리는 중이다. 

현재 한국 틱톡은 10-20대를 타깃으로한 연예인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 현지에서 숏 비디오 산업에 관련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연재형식으로 진행하려 한다. 필자 본인은 비록 혈혈단신으로 중국으로 건너와 무방비로 펀치를 맞긴 했지만, 이 시장에 관심이 있는 한국인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이 경기장에 올랐을 때 사용할 수 있는 가드 블로우나 회피 기술, 그리고 약간의 펀치?를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먼 과거 이 곳 상하이에서 조국을 위해 독립운동을 하시던 김구 선생님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이라도 이 한 개인이 한국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p.s 오랜만에 한글로 장문의 글을 써보는지라 익숙지가 않습니다. 글을 연재하며 차차 나아지리라 생각하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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