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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Dec 17. 2023

작은 것도 나눌 줄 아는 넉넉한 마음

핫팩을 들고 앞장 서 걷는 짝궁을 보며 이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Paul 제공

지난 주말 전시회를 가기 위해 짝궁을 만났다. 저녁에는 다른 약속이 있었기에 점심을 먹고 가자며 이르게 만났다. 배부르게 밥을 먹은 뒤 곧장 커피를 사러 가려다가 건물 밖에 붕어빵을 파는 것 같은 포장마차가 눈에 들어왔다. 짝궁은 곧장 "사러가자"며 날 이끌었다. 오랜만에 붕어빵을 먹을 수 있겠지 싶었는데 짝궁 손에 이끌려 간 곳은 국화빵과 달걀빵을 팔고 있었다.


영하 10도로 내려갔던 날 어떤 빵이든 상관없었다. 그저 따뜻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면 충분하다 싶었다. 빵을 후다닥 사고 다시 건물로 들어가려는데 바람이 정말 세차게 불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빵을 팔고 계신 할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포장마차는 바람을 막아줄 별다른 장치가 존재하지 않았다.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전부 몸에 추위가 전달되고 있었다. 우리는 추운날 정말 고생이 많으시다는 말을 건넨 뒤 다시 차로 돌아왔다.


이후 서울로 향하려고 했는데 짝궁이 대뜸 이런 말을 했다. 아무래도 그 할머니에게 따뜻한 무언가를 전달해드리고 싶다고 말이다. 당시 차에는 뜯지 않은 핫팩이 있었다. 이에 내가 "핫팩을 데워서 전해드릴까"라고 물었고 짝궁은 "그러자"고 답했다. 차에 걸었던 시동을 껐고 핫팩을 요리조리 흔들어 따뜻하게 데운 뒤 우리는 다시 건물 밖에 있는 포장마차로 향했다.


할머니는 여전히 빵을 바쁘게 팔고 계셨다. 우리는 "아까 빵을 구매했는데 너무 추우신 것 같아서 가져왔다"고 말하며 핫팩을 건네드렸다. 우리 뒤에 다른 손님들도 있었기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바 있다. 하지만 할머니는 우리의 마음을 아셨는지 환한 미소로 핫팩을 받아 주머니에 넣으셨다. 물론 하나로 부족한 날씨였지만 조금이나마 온기가 채워졌으면 했던 나눔이었다.


짝궁과 내가 이날 일찍 만났던 이유는 전시회에 몰리는 사람을 피해보자는 계획 때문이었다. 그래서 점심도 일찍 만나 먹었다. 그런데 계획하지 않았던 핫팩 전달을 위해 10분 이상을 흘려보내야 했다. 이로 인해 서울로 향했던 도로는 예상보다 많은 정체가 빚어져 오랫동안 가다서다를 반복해야 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행동으로 원래 계획이 좀 틀어졌으니 우리는 손해를 본 것이었을까.


우리 둘은 매번 만남을 파할 때 두 손을 잡고 기도를 한다. 여러가지 기도 내용 중 이 대목은 꼭 잊지 않고 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가진 것을 필요로 하는 곳(사람)이 있다면 기꺼이 나눌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을 달라'다. 매우 사소한 제목 같지만 실제로 이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단돈 1만원이라도 후원금으로 내놓는 손길이 떨어지는 건 나름의 대단한 결심을 세워야하기에 그렇다.


짝궁이 우리의 기도 제목을 복기해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이 내용으로 글을 써야지 마음 먹었을 때 문득 우리가 늘 해오던 이 기도 제목이 떠올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무엇보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짝궁의 마음이 참 귀하게 느껴졌다. 우린 언제든 핫팩을 또 사면 되니까 말이다. 이날의 작은 실천이 있었으니 앞으로도 꾸준한 행동이 이어지는 우리 둘이 됐으면 하는 소망을 조심스레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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