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학교 취창업센터를 통해 멘토링 프로필을 남겨둔 바 있다. 실제 질문이 올지 모르겠지만 기자를 희망하는 후배들이 혹시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란 기대감을 갖고 문을 두드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런 마음을 먹게 된 건 학부시절 아쉬웠던 경험이 있어서였다. 꿈을 구체화하고 싶은데 교수님을 찾아가도 취창업센터를 찾아가도 내게 도움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취업을 하면 이런 아쉬움이 드는 후배가 없도록 해야겠다 결심했었는데 뭐 실천을 한 셈이다.
커다란 결심과 다르게 올해까지도 질문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애초에 취창업센터 홈페이지를 열람하는 학부생이 얼마나 되겠나. 그래서 프로필을 삭제할까 고민도 해봤지만 나같은 후배가 1명이라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어제 한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내 프로필을 보고 도움을 요청한 같은 과 후배의 연락이었다. 기자가 되고 싶은데 도통 방법을 찾지 못하다가 내 프로필을 보게 됐다고. 기다림 끝에 얻어낸 수확이었다.
후배의 도움 요청은 꽤 막연했다. 언론사 준비를 어떻게 했냐는 질문 달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무언가 내 답변도 요점없이 길게 늘어질 것 같아 어떻게 준비했는지 간략하게 요악하며 이렇게 답장을 보냈다. 기자는 이런이런 현실을 마주하며 살아야 하는데 충분한 고민 끝에 정말 하고 싶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도움을 주겠다고 말이다. 보통 이런 말 뒤에는 별다른 회신이 돌아오지 않기 마련이다. 그런데 다음날 새벽 그 후배로부터 다시 메일이 왔다. 내 의도를 알아챘는지 더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해서.
질문도 첫 메일보다 더 날카로워졌다. 무엇보다 마음이 갔던 건 어떤 고민을 통해 기자가 되기로 결심했는지에 대한 설명이었다. 물론 글로만 마주했던 후배의 고민과 생각을 다 알 순 없지만 그가 짧은 호기심에 내게 메일을 보낸 건 아니라는 점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첫 메일 답장은 휴대전화로 했었는데 두번째 메일은 노트북을 열고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려 답장을 보냈다. 그렇다고 첫 메일 답장을 대충한 건 아니었다. 무언가 할 말이 많을 것 같아 더 편한 쪽을 택한 거다.
질문에 답을 하면서 학부시절을 돌아보게 됐다. 문창과로 전과하기 위해 시험을 보던 날 나와 어떤 학우 딱 2명이 있었다. 제시문에 알맞은 작품을 써낸 뒤 들어간 문창과는 현역으로 실기시험을 보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먹이는 곱지 않은 시선이 넘쳤었다. 그래 너네는 시간이 지나도 그런 이야기만 하면서 세월을 흘려보내라 난 내 길을 가겠다 다짐하며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지금 문창과 후배가 내게 진로의 길을 묻고 있으니 참 감회가 새로운 순간이지 않나.
떠올려보면 참 막막했던 것 같다. 아무리 원하는 길과 직업을 정했다고 해도 막상 나아가려고 하면 두려운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해낼 수 있을지도 아니면 못할 수도 있고 이건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에 그렇다. 아마 이 후배의 마음도 똑같지 않을까 싶다. 목표를 세우긴 했는데 신발끈을 단단히 묶고 출발선을 나서려니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일 것이다. 부디 치열하게 고민한 과정은 그 어떤 것보다 귀한 가치를 발휘한다는 걸 후배가 앞으로의 시간을 통해 알았으면 한다. 그리고 받았던 여러 도움을 잊지 않고 누군가 자신을 찾는다면 기꺼이 내어줄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