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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Jul 30. 2024

어쩌다보니 상도 받고

받은 상장은 거실 책장 한구석에 끼워뒀다. 언제 꺼내볼지 모르겠지만. Paul 제공

한달 전쯤 후배로부터 연락이 왔다. 상신을 올려야 하는데 내것도 적어달라는 거다. 영문도 모르고 일단 써달라는 대로 적었다. 이후 알아보니 꽤나 알려진 상에 기사를 출품하는 것이었다. 사람이 참 간사하다고 그날부터 혹시나 발표가 빨리 나지 않을까 수차례 홈페이지를 들락날락거렸다. 수상 발표가 있는 당일에도 말이다.


수상 발표 당일 예상치 못하게 바쁜 취재가 있었다. 일정을 다녀온 뒤 멍하게 있는데 후배로부터 연락이 왔다. 수상에 선정됐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선후배를 포함해 내 이름 석자가 떡하니 있는 것 아니겠는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솔직히 이 일을 하면서 상을 받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이런 일도 있구나 싶었다. 문득 선정된 기사의 현장이 스쳐지나갔다. 언제 올지도 모르는 취재원을 인터뷰하기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뻗치고 있었던지. 그래도 다행히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있어 기사 마감을 할 수 있었다.


시상식 전날밤 나는 거울 앞에서 여러 옷을 걸쳐봤다. 셋업이야 업무 특성상 매일 입는 거지만 그래도 뭔가 좀 다르고 이쁜 옷이 없나 살펴보고 싶었나보다. 결국엔 자주 입던 검은색 자켓을 입고 시상식이 열리는 곳으로 향하게 됐다. 이날은 참 더웠는데 왠지 자켓을 벗기가 싫었다. 괜스레 어깨에 힘을 좀 주고 싶었던 걸까. 시상식 장소 앞에서 만난 선후배들을 보고 남몰래 웃음을 터뜨렸다. 어디서든 노트북을 펼쳐야하는 우리 모두 어디에서 굴러도 티가 나지 않는 검은색 백팩을 들고 왔기 때문이다.


시상식이 진행됐고 왜 이 기사가 뽑혔는지 간단한 심사평을 들을 수 있었다. 수상자들은 앞에 나가 상을 받고 사진과 카메라 기자 앞에서 멋쩍은 웃음을 지어야 했다.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미소를 머금으려고 노력했다. 어색해하지 않으려는 발버둥이었다. 뭐 그런대로 무난하게 일정을 마칠 수 있었다.


스케줄이 모두 끝난 뒤 집으로 향하는 길에 상장을 펼쳐봤다. 기자엔 내 이름이, 수상명엔 취재보도부문이 적혀있는 게 퍽 어색했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 일을 하면서 상을 받는다는 건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렇다. 세상을 놀라게할 단독도, 대단한 영향력을 끼치는 보도를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고 기회를 떠나 역량이 내겐 없다 단정지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선후배들 보도에 숟가락을 살짝 얹었을 뿐인데 말이다.


그래도 이 일을 하면서 지워지지 않는 족적하나는 남기게 됐구나 약간의 뿌듯함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물 위에선 보이지 않지만 그 밑에선 나름 최선을 다해 발버둥치고 있었음이 증명된 셈이니까. 감사한 일이었다. 어쨌든 좋은 기회를 잡은 거고 또 다른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근간을 하나 더 채웠으니.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있을까 싶지만 늘 그래왔던 것처럼 별다른 욕심없이 내가 해야 할 부분에 대해 최선을 다해야지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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