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느 주말 대형 쇼핑몰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아이쇼핑을 마친 뒤 주차장으로 내려가기 전에 생과일 주스를 사기로 했었다. 키오스크가 고장난 관계로 직원에게 직접 주문을 해야 했다. 앞에 사람이 구매를 마치고 내 차례가 되어 무엇을 주문할까 고민하고 있던 찰나였다. 별안간 내 주문을 받던 직원 외에 나머지 직원이 한데 모여 작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닌가. 중요한 업무사항을 전파하는가보다 싶었다.
주문이 끝나고 내 순서를 기다릴 때였다. 직원들이 두명씩 짝지어 무언가를 구경하는 듯 줄줄이 나오는 게 아닌가. 그들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더니 어느 방향을 보지 않는 척 하면서 흘겨보는 중이었다. 왜그런가 싶어 그들이 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순간 이 직원들의 행동에 정말 고개를 가로젓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이 보고 있던 건 매장 구석 한켠에 앉아있던 손님이었다. 그 손님은 눈이 불편한지 책을 볼 때 눈쪽으로 가까이 당겨 읽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몸이 불편하신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직원들 눈에는 일하다 말고 나와 꼭 구경을 했어야 할 광경이라도 됐던 것인가. 정말로 어떤 직원은 웃음을 참지 못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내 눈은 매장 천장 위 폐쇄회로(CC)TV를 향했다. 각도로 보아 직원들의 행동이 다 찍혔음은 분명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내 손엔 휴대전화가 들려 있었다. 순간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대형 쇼핑몰에 입점한 누구나 한번쯤 먹어봤을 법한 음료 브랜드 직원들의 경악스러운 행동. 기자가 아니더라도 손님으로서 충분히 사실관계를 물을 수 있는 사안 아닌가.
이 고민을 할 때 직원들의 시선을 받았던 손님은 여전히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어 보였다. 고심 끝에 쇼핑몰 내 통합 오피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주말 당직 근무를 하고 있던 본사 직원이 있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직원은 너무나도 놀란 표정이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사람이라면 선이란 게 있는데 어디 개인적인 공간에서가 아닌 많은 고객이 보는 가운데 그런 행동을 벌였으니 말이다. 직원은 곧바로 현장으로 가 조처하겠다고 했고 직속 브랜드인 만큼 관련 재교육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결말이 어떻게 맺어질진 모르겠다. 다만 나는 어딘가에서 그런 비슷한 모양의 행동을 한 적은 없는지 글을 쓰는 지금도 돌아보고 있다. 어느 누구도 내가 그 사람보다 낫다거나, 상대방이 나보다 못하지 않는다. 나만큼 다른 사람도 그만한 가치와 귀함이 있다. 나를 높이고 남을 낮게 여기지 말자 이 일을 계기로 다시 한번 되짚고 잊지 말아야겠다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