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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Aug 18. 2024

나보다 남을 낮게 여기지 않는 마음

늦은 출국심사를 마치고 나오니 가지런히 정리돼 있던 짐들. 항공사 직원에 분실 책임 의무는 있겠으나 가지런한 정리는 당연함이 있지 않진 않나. 감사함이 컸다. Paul 제공

최근 어느 주말 대형 쇼핑몰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아이쇼핑을 마친 뒤 주차장으로 내려가기 전에 생과일 주스를 사기로 했었다. 키오스크가 고장난 관계로 직원에게 직접 주문을 해야 했다. 앞에 사람이 구매를 마치고 내 차례가 되어 무엇을 주문할까 고민하고 있던 찰나였다. 별안간 내 주문을 받던 직원 외에 나머지 직원이 한데 모여 작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닌가. 중요한 업무사항을 전파하는가보다 싶었다.


주문이 끝나고 내 순서를 기다릴 때였다. 직원들이 두명씩 짝지어 무언가를 구경하는 듯 줄줄이 나오는 게 아닌가. 그들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더니 어느 방향을 보지 않는 척 하면서 흘겨보는 중이었다. 왜그런가 싶어 그들이 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순간 이 직원들의 행동에 정말 고개를 가로젓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이 보고 있던 건 매장 구석 한켠에 앉아있던 손님이었다. 그 손님은 눈이 불편한지 책을 볼 때 눈쪽으로 가까이 당겨 읽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몸이 불편하신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직원들 눈에는 일하다 말고 나와 꼭 구경을 했어야 할 광경이라도 됐던 것인가. 정말로 어떤 직원은 웃음을 참지 못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내 눈은 매장 천장 위 폐쇄회로(CC)TV를 향했다. 각도로 보아 직원들의 행동이 다 찍혔음은 분명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내 손엔 휴대전화가 들려 있었다. 순간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대형 쇼핑몰에 입점한 누구나 한번쯤 먹어봤을 법한 음료 브랜드 직원들의 경악스러운 행동. 기자가 아니더라도 손님으로서 충분히 사실관계를 물을 수 있는 사안 아닌가.


이 고민을 할 때 직원들의 시선을 받았던 손님은 여전히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어 보였다. 고심 끝에 쇼핑몰 내 통합 오피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주말 당직 근무를 하고 있던 본사 직원이 있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직원은 너무나도 놀란 표정이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사람이라면 선이란 게 있는데 어디 개인적인 공간에서가 아닌 많은 고객이 보는 가운데 그런 행동을 벌였으니 말이다. 직원은 곧바로 현장으로 가 조처하겠다고 했고 직속 브랜드인 만큼 관련 재교육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결말이 어떻게 맺어질진 모르겠다. 다만 나는 어딘가에서 그런 비슷한 모양의 행동을 한 적은 없는지 글을 쓰는 지금도 돌아보고 있다. 어느 누구도 내가 그 사람보다 낫다거나, 상대방이 나보다 못하지 않는다. 나만큼 다른 사람도 그만한 가치와 귀함이 있다. 나를 높이고 남을 낮게 여기지 말자 이 일을 계기로 다시 한번 되짚고 잊지 말아야겠다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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