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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Sep 01. 2024

시골마을 학생들의 떨렸던 인터뷰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은 되찾을 수 있는 걸까. Paul 제공

번주 퇴근을 앞뒀을 무렵 한통의 메일이 들어왔다. 열람해보니 경상남도 지역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보낸 것이었다. 본인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희망하는 진로에 있는 사람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시간이 된다면 꼭 응해달라는 간곡한 부탁이 담겼었다.


나는 메일을 보자마자 곧장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는 학교로 전화를 걸어 학생들이 정말 재학중인지 확인 취재(?)를 했다. 맞다는 답을 들은 뒤 학생들의 메일에 답을 남겼다. 저녁쯤 시간이 괜찮으니 통화로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것이었다. 연락을 받은 학생들은 연신 감사하다며 인터뷰를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약속한 시간이 됐고 한 학생이 전화를 걸어왔다. 학생의 목소리는 준비한 질문을 빠짐없이 물어보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터라 무슨 대답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그래도 최대한 성심껏 대답을 해줬다. 그런 내 노력을 알아챘는지 학생은 사전에 내게 보내준 질문 이외에 추가 질문을 잇따라 던지기도 했다.


기억하는 학생의 마지막 질문은 이것이었다. 왜 이 직업을 택했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난 반대로 "왜 이 직업을 갖고 싶냐"고 질문을 던졌다. 초등학생 때부터 꼭 하고 싶었는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나도 비슷한 취지로 답을 해줬던 것 같다. 매일이 그럴 순 없지만 누군가 한명이라도 내 기사를 통해 도움을 얻었단 말을 들었을 때 그 뿌듯함이 지금껏 자리를 지켜줬다고.


통화가 끝날 무렵 내가 물었다. 메일을 보낸 기자들 가운데 회신 온 사람이 있냐고. 학생은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그렇게 통화를 마무리했고 다음날 학생은 내게 다시 메일을 보내왔다. 시골 작은 마을 학교를 다니며 무작정 메일을 보냈고 관심있게 답변을 해주리라 생각을 못했는데 정말 감사했다고 말이다. 내가 해준 말들이 앞으로 꿈을 향해 나아가는데 작은 밑거름이 됐다는 말도 덧붙이면서 말이다.


나는 이런 답장을 보냈다. 2년 전쯤 대구 지역 학생들이 나에게 동일한 메일을 보낸 뒤 회사 앞까지 찾아와 만난 적이 있다고. 그때 학생들에게 도움을 줬던 건 내가 지금 이 일을 하기까지 내가 잘나서가 아니었다는 걸 잘 알기에 내가 가진 걸 필요로 하는 이가 있다면 기꺼이 나눠야겠다는 다짐을 한 덕분이라고. 결심에 실천을 함께 하는 것 뿐이라고 쿨하게(?) 적었다.


이 메일을 보냈던 날 학교 강연 요청이 들어온 바 있다. 내가 세운 결심에 또 다른 실천을 해야 할 순간이 다가오는 것이다. 뜬금없지만 요즘 이런 자리를 가질 때마다 그들의 시간이 부러워진다. 뭐든 치열하게 고민해서 해낼 수 있는 찬란한 나이 아닌가. 이런 말 하면 '감히 내 앞에서'를 준비한 어른들이 잔뜩 있다는 걸 안다. 고작 내가 이런 마음이 드는데 우리네 부모님이 왜 그렇게 입이 마르도록 '젊음이 아깝다'고 했는지, 그렇담 더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걸 우린 잘 알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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