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다시 학교를 찾았다. 강연 요청이 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사실 반년 정도를 주기로 언론고시반 학생들이 바뀌기 때문에 강연 준비에 큰 부담은 없었다. 어쨌든 내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니 만약 N수생이 포함돼 있다면 최근 경험을 풀어주면 되는 거다. 다행히 이번에 만났던 친구들은 모두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다.
아무리 많이 했어도 늘 긴장되는 게 강연이다. 특히 최근 취재를 먼 거리로만 다니다보니 피곤함이 누적돼 상태가 영 좋지를 못했다. 그래도 부족한 나에게 무언가 기대를 갖고 온 자리인데 대충할 순 없었다. 아이스커피를 제일 큰 사이즈로 구매한 뒤 벌컥벌컥 마시며 강의실로 향했다.
질답을 포함해 1시간 정도 강연을 할 마음이었다. 그런데 웬걸, 너무나도 진심으로 들어주는 학생들 덕분에 강연만 1시간을 넘기게 됐다. 질답까지 포함해 시간은 2시간이 지나있었다. 내가 PPT를 넘길 때마다 본인에게 필요한 정보인가 싶어 연신 카메라로 촬영을 하는 학생들을 보자니 작은 거라도 더 설명해줘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강연을 잘 마무리했다.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한 학생이 내게 와 여러 질문을 던졌다. 솔직히 질문 2개 정도 할 줄 알았는데 못해도 꼬박 20분은 넘게 학생과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기자 준비를 좀 더 열심히 할 수 있는지, 인턴은 어떤 걸 해야 하는지 등 진심으로 고민한 뒤 내게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다. 초롱초롱한 눈빛은 덤이었는데 참 큰 열정이 느껴졌다.
학년을 물으니 4학년이라고 했다. 학보사를 한 탓에 학점도 꽉 채워 18학점이 남았다고 했다. 학교 내규가 바뀌어 이젠 취업계도 내지 못하니 별 수 없이 학교에 붙잡혀 있어야 했다. 학생은 내게 남은 1학기를 무얼로 채우면 좋겠냐 물었다. 나는 주저 없이 해외로 많이 나가보라고 했다. 가까운 곳이든 먼 곳이든, 내 마음대로 시간을 쓸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라면서 말이다. 정답은 아니지만 넓은 세상을 경험한다면 또 다른 길을 생각해볼 여지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귀뜸도 해줬다.
학생은 강의실을 나서며 내게 연신 고맙다고 인사했다. 내가 해준 건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고 경험을 나눴을 뿐인데.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취준이란 길을 가며 얼마나 두렵고 답답할까. 나도 그랬으니까. 특히 오답이라도 털어놓을 선배가 없었다는 게 아쉬운 점이었다. 멋진 선배는 될 수 없어도 똑같은 시기를 보내는 후배에게 작게나마 발판을 마련해주는 역할을 해준다면 그걸로 된 것 아닌가 싶었다.
나도 강의실을 나와 차를 끌고 학교 정문 앞으로 나갔다. 정문 앞 정류장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학생들로 붐볐다. 저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살까 궁금했었다. 또 각자 원하는 꿈을 꾸고 있을까, 혹 그런 걸 찾지 못해서 조급해하거나 불안해하고 있진 않을까 괜히 오지랖을 부리고 싶기도 했다. 이런 보기 좋은 소리를 하기엔 나 역시 세상이 정해준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만 대학시절을 보낸 것 같다. 한 번 뿐인 돌아올 수 없는 그 시절, 어쩌면 오늘도 언젠가 아쉬워할 손꼽히는 젊은날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