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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Oct 20. 2024

흥미를 잃고 망설여지는 요즘

요즘 옷을 보러 가면 입어보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마저도 하지 않고 그냥 나오는 경우가 많다. Paul 제공

어제 대형 쇼핑몰을 찾아 정말 오랜만에 옷을 샀다. 패딩 같은 코트인데 입어보니 꽤 오래 입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음에 들었지만 가격 때문에 고민을 하기도 했다. 사실 그렇게 비싸지도 않은데 곧바로 카드를 꺼내지 않는 내 자신을 보면서 나이가 든건지 철이 생겨가고 있는건지, 거울에 비친 작년하고도 또 달라진 내 얼굴을 보며 머쓱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학부시절 옷을 어디서든 보이면 샀다. 이때는 저렴한 게 타깃이 됐다. 돈이 없었지만 멋을 부리고 싶었다. 그렇다고 과한 패션철학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무난한 옷 가운데 내 돈으로 구매가능한 브랜드를 섭렵했다. 지금도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하는데 내가 갖고 있는 후드티와 맨투맨은 이때 다 산거라고. 적어도 두달 동안은 매일 다른 걸 입을 수 있을 정도로 많다.


이후 직장을 갖게 되면서 좀 더 비싼 브랜드가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고 해봐야 폴로나 라코스테 정도였다. 셔츠나 가디건을 사모으기 좋았다. 그리고 좀 더 시간이 지났을 무렵 메종 키츠네 같은 걸 살 수 있었다. 그렇게 내 옷장은 3개가 됐다. 빈공간들이 꽤 있었는데 이젠 꾸역꾸역 넣어야 될 정도로 공간이 없어졌다.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주로 셔츠를 입어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옷들은 입는 시간이 줄게 됐다. 그나마 주말이 기회였는데 5일 동안 나름의 격식을 갖춰 입고 살아 주말 만큼은 좀 편안해지고 싶었다. 물론 이쁜 옷 갖춰 입으면 좋지만 단 이틀 동안을 위해 많은 옷을 파헤치는 건 머리속을 뒤죽박죽으로 만들기 딱 좋았다. 그래서 그냥 집히는 푸근한 옷들이 주말 일정에 나서게 됐다. 즐겨 입었던 가디건이나 코트 등은 알맞은 철이 다가와도 여전히 옷장에 있어야 했다.


이전에 내 즐거움은 옷을 사는 거였다. 물론 사는 것 뿐만 아니라 가서 구경만 해도 즐거웠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 중 가장 좋은 것이었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 한가지 종류로만 입어야 하니 다른 종류의 옷들을 못입게 되면서 흥미를 잃어가게 됐다. 이 사실은 처음엔 몰랐다. 당연히 예전처럼 관심이 있는줄 알았는데 최근 들어 어딘가에서 세일을 한다고 해도 감흥이 없는 걸 몇번 경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됐다. 떨어진 관심 말이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물론 합리적인 소비 습관을 형성하는 데 좋은 징조이지만 내가 그동안 방만한 구매를 하진 않았다. 누구에게나 하루를 어김없이 살아갈 자신만의 탈출구를 마련해두니까. 내겐 옷이었는데 쇼핑몰을 방문해도 시큰둥해진 반응에 씁쓸해지기도 했다.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는 건데 그것이 꼭 반대가 돼 일을 하기 위해 사는 것 같고, 역전 현상은 삶을 지탱해주는 요소들까지 번진 것 같아서.


어제도 그랬다. 겉으론 집에 동일한 옷이 있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이것의 근원은 앞서 언급했던 문제로부터 온 거다. 이날도 지난날들과 같이 "에이 뭘 사. 그냥 말자"라고 단념했을 거다. 현장에 같이 간 짝궁이 제발 좀 꼭 사라고 날 다독이지 않았으면 말이다. 내게 왜 그렇게 본인에게 소비를 하지 않냐는 말도 덧붙여줬다. 왜 젊은날 놀아본 사람만 이제 여한이 없어 그만한다고 하지 않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내 경우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다음날 다시 시작되는 한주를 두고 내일 입고갈 옷을 미리 꺼내두면서 고민할 일단 한숨을 쉬면서 셔츠 옷걸이들을 뒤적이는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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