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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은시인 Feb 09. 2022

회복적 교정의 이상과 현실

2018년 출판했던 <회복적 교정의 이상과 현실: 구금시설 수용자의 정신건강, 고령화, 감염병 문제를 중심으로> - 그 일부를 공유한다. 


문제점 


1) 정신과 전문인력 부족


정신과 의사들은 구금시설에서 “자격을 갖춘 정신건강 전문가(Qualified Mental Health Professionals)”들이 정신건강 문제를 가진 수용자들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24]. 하지만 정신과 전문의가 있는 국내 구금시설은 극히 일부이며, 심리상담사 및 해당 자격증을 지닌 교도관 또한 그 수가 적고 활용이 제한적이다.


구금시설 내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요구도는 갈수록 높아지지만, 주된 역할을 할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실제 현장에서 정신과적인 특수성을 고려한 전문진료나 관리는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2) 근거기반 정신심리학적 프로그램의 부족


관련 연구를 통해 정신심리학적 프로그램을 기획·평가하고, 다시 이를 현장에 환류하는 이른바 ‘근거기반’ 정신심리학적 개입이 부족하다. 이미 요가나 원예, 개인 및 그룹 인지행동치료 같은 프로그램이 수용자의 정신건강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들이 보고되어 있고, 치료그룹, 인지행동치료, 동기화 면접(motivational interviewing)과 같은 적절한 개입도 필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연구기반의 관련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국가가 있는 반면, 국내 구금시설 수용자 대상 프로그램의 경우 그 도입 근거가 불분명하거나 단순 강연 위주의 프로그램 위주로 구성되는 등, 사회적 인식과 인력자원 부족 등의 문제로 인해 제한적 시행에 그치고 있다.


3) 심리치료팀과의 연계 미비


몸과 마음의 치료가 별개일 수 없지만, 현 교정의료 행정조직 체계상 포괄적인 정신심리학적 치료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교정본부 중앙조직의 의료과와 심리치료과는 보안정책단 산하에 각각 소속되어 분리되어 있다. 일선 교도소 및 구치소 심리치료팀 또한 통상 보안과 에 편재되며, 의료과와는 업무적으로 별도로 운영된다. 현장에서는 이러한 조직 편재가 구금시설 내 의료과와 심리치료과의 유기적인 연계를 어렵게 하고 있다. 


4) 교정공무원의 정신건강 관리 부재

기존의 응보주의 형행제도가 교정교화 중심, 나아가 회복적 사법으로 바뀌어 감에 따라, 교정공무원들에 대한 역할 변화와 확대도 함께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대한 이해 부족, 관련 철학 부재, 적응 문제, 이상과 현실 괴리, 보안과 인권 간 가치충돌, 중복된 역할부여 등으로 인하여 교정공무원들이 또 다른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김광훈 등에 따르면 교정공무원은 직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높다고 알려진 다른 직종에 비교해도 탈진감과 직무스트레스가 높고 직무만족도와 자아존중감은 낮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국 교정공무원들의 직무스트레스 관리를 담당하는 정신건강 전문가는 거의 없는 상황으로, 일부 프로그램만이 시범단계 또는 시작단계에 있으며, 구금시설에 고용된 의사가 교정공무원들의 건강문제를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 또한 미비하다.


제언 

 

1) 재사회화 또는 일반적 관점


우선 수용자 정신건강에 대한 스크리닝이 선행되어야 한다. 통상 수용자가 먼저 정신과 증상을 호소하지 않는 한 별도의 검사를 하지 않으므로, 입소 중인 수용자의 정신건강 상태에 대해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교정시설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한국형 정신건강 검사표의 정립 또한 필요할 것이다.


김광훈 등은 교정시설 내 정신보건센터를 확대 설치하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및 정신보건 전문인력으로 하여금 수용자뿐만 아니라 교정공무원의 정신건강 문제를 관리하고, 문제유형별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공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특히 여성 수용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특수한 상황 -자녀들과의 관계, 성폭력 피해의 기왕력 등- 을 충분히 고려하여 적절한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효과적일 것이다.


종합하면, 더 많은 “자격을 갖춘 정신건강 전문가”를 충원하고, 의료과와 심리치료과(심리치료팀)를 통합적으로 운영하여, 적절한 개입은 물론, 수용자들이 더 쉽고, 전문적으로 정신건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2) 회복적 관점


많은 정신과 의사들은 심각한 정신질환을 가진 수용자의 경우, 이들을 단순히 ‘분리(segregation)’ 시키는 것은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해롭고, 치료에 방해가 된다고 말한다. 즉, 정신질환자의 ‘분리’가 아닌 지역사회와의 ‘통합’이 회복적 수용자 정신건강 정책의 핵심이자, 공중보건 정신건강 시스템의 공통된 개념이다.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가해자 개인의 치료에 집중하는 것이 재사회화 관점의 접근이라면, 가해자의 가족들과 피해자들에게까지 적절한 정신심리학적 도움을 제공하며, 나아가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정신심리학적 교육을 하는 것이 회복적 관점의 접근이다. 회복적 관점에서 범죄란 단순히 법을 어기는 것을 넘어, 사람에게 해를 입히고, 공동체와 인간관계를 다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의 회복을 위해 수용자가 수감되어 있는 동안 지속적으로 수용자의 정신과적 문제, 관리, 치료 그리고 아직 남아있는 위험 요소들에 대해 피해자와 의사소통을 추구하고, 적절한 시기에는 ‘피해자-가해자 조정(victim-offender mediation, VOM)’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대화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할 수 있다. 단, ‘피해자-가해자 조정’ 프로그램의 경우, 훈련된 조정자가 필수적이고, 이런 조정자를 배출시키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해자의 사회복귀프로그램이 ‘지역사회’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수용자가 수감되어 있는 동안의 직업 상담, 지역사회 봉사활동 참여, 출소 후 관리 프로그램, 피해자와 함께 하는 명상 등은 출소 후에도 이들의 정신건강 관리가 공동체 내에서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데 기여한다.


https://www.pha.or.kr/journal/view.php?number=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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