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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씨 May 27. 2024

<인터스텔라>를 읽는 시간 1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기억되는 것

안녕하세요. 안씨입니다.

오늘은 영화 <인터스텔라>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제 '인생영화'인 만큼 재밌는 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10년 전의 기억에서부터



제가 고등학생일 때 개봉했던 영화로 기억하고 있는데요. 과학선생님께서 영화에 나온 이론들을 수업시간에 설명해 주시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에는 <인터스텔라>에 나왔던 과학 이론들과 우주에 대한 얘기가 어딜 가나 들려올 정도로 꽤나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죠.


10여 년이 지난 지금, 2024년에 다시 봐도 지난 간이 무색할 만큼 멋진 비주얼과 작품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인터스텔라>를 조금 깊게 들여다볼 생각입니다.


1. 직접적으로 보여지는 영상 자체가 지닌 아름다움


2. 과학에 대한 심도 깊은 탐구(영화예술에서의 고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3. 심리묘사


4. 구조적 완결성(작법에 대한 얘기를 조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위 네 가지는 제가 영화를 다시 보며 인상 깊게 봤던 요소들입니다. 이미 충분한 시간이 지난 만큼 다른 매체나 글들을 통해서 해당 내용을 접해본 분들도 계실 텐데요. 제가 가진 시각과 비교해 보셔도 꽤나 재밌는 경험이 되실 것 같습니다.




보여지는 것 - 유희적 측면에서




인터스텔라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장면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인듀어런스호가 목성을 지나는 장면과 블랙홀로 접근할 때가 그렇습니다.


지금껏 우주를 배경으로 한 많은 영화들이 있었지만 이만큼 정교하고 아름답게 표현된 우주는 볼 수 없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 내용이 어떠하든 위 사진과 같은 영상이라면 관객의 마음을 충분히 사로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 점을 영화학에서는 ‘어트랙션 영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유원지에 가면 놀이기구를 ‘어트랙션’이라고 부릅니다. 지금은 놀이기구를 뜻하는 말로 쓰이고 있지만 국어사전에 명기된 외래어로서의 뜻은 ‘극장에서 손님을 끌기 위하여 짧은 시간 동안에 상연하는 공연물’입니다. 초기영화 시절 관객들의 이목을 끌고 극장으로의 발걸음을 유도하기 위해 자극적이거나 즐거움 만을 내세운 공연을 어트랙션이라 불렀던 것입니다. 자극적인, 즐거운, 스릴 있는 등의 키워드에서 착안하여 현대 한국에서는 놀이기구를 그리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어트랙션 영화’란 아방가르드 운동과 대척점을 이루며 할리우드 영화의 성공을 견인해 온 소위 오락영화의 기원과도 같은 표현이라 보면 될 것입니다. 더욱 정갈히 얘기하자면 복잡한 플롯과 정서적으로 몰입된 캐릭터보다는 관객을 위해 충격, 스릴, 볼거리를 제공하는 영화라 설명드리면 될 것 같습니다. (「영화이론이란 무엇인가?」 Richard Rushton & Gary Bettinson / p.255)


다시 영화로 돌아가 보자면 제가 지금까지 한 말로 미루어 볼 때 <인터스텔라>는 어트랙션 영화일까요? 대답은 ‘그렇지 않습니다.’입니다. 어트랙션 영화는 말 그대로 자극적인 ‘흥밋거리’에 불과합니다.


다소 논란이 있겠지만은 저는 소위 말하는 어트랙션영화(오락영화)의 예술성을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세상 만물이 각자의 위치와 쓰임이 있듯 영화도 그렇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오락영화는 분명 관객의 즐거움을 위해 만들어진 좋은 영화입니다. 또한 예술영화는 복합적인 요소로 인해 예술로 평가받을 만한 좋은 영화입니다. 각자의 쓰임이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인터스텔라>를 ‘오락영화만큼이나 흥미로운 그림을 지닌 비오락영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들 때 VFX에 힘을 주어 눈을 즐겁게 만들 순 있습니다. 그리고 자극적이고 매력적인 스토리로 관객을 빠져들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훌륭한 스토리, 배우들의 연기, 거장의 연출과 촬영, VFX 등등… 그 수많은 요소를 모두 잘 챙기기란 정말이지 어렵습니다. 그런데 <인터스텔라>는 그 대부분의 요소를 고루 챙기고 있다는 게 저의 주장입니다.


스스로를 영화학도라 칭하며 수년간 영화를 공부해 온 제가 ‘인생영화’로 이 작품을 꼽아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글의 초반에 언급한 4가지 우수함 중 첫 번째는 결국 ‘어트랙션 영화만큼 흥미롭고 자극적인 영상미’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글이 길어져서 이만 끝내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조금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재밌는 장면 골라 한마디 보태볼까 합니다.




다른 방식을 통해 전해지는 영상미




이 두 장면은 쿠퍼가 자녀들의 학교에 학부형 상담을 다녀온 뒤 장인과 대화하는 컷입니다.


보통 영화에서는 인물 간의 대화를 OS(Over the Shoulder) 샷을 통해 보여주는 게 일반적입니다. 말하는 이와 듣는 이 사이의 관계를 설정하기 용이하고 촬영을 통해 대화의 흐름에 연출적 옵션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말하는 이의 표정을, 듣는 이의 반응을 한 장면에 담을 수 있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는 특이하게도 나란히 앉아 있는 두 인물 사이에 카메라를 위치시켰습니다.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촬영방법입니다.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인류를 구하기 위한 우주로의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내면에는 구세대, 기성세대, 신세대 사이의 충돌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신세대를 지키기 위해 우주로 떠나는 기성세대, 그리고 그를 방관하는 구세대와 실행하는 기성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신세대 등의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장면을 통해 쿠퍼와 장인의 견해차이를 더욱 극명히 보여주고자 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대화하는 상대를 등지고(카메라가-그리고 관객이) 있는 것만큼 상대의 말을 듣지 않겠다는 강한 표현은 없으니까요.


이처럼 영화는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낸 볼거리뿐만 아니라 모든 장면을 통해 관객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토마스 엘새서와 말테 하게너의 영화이론에 나오는 ‘창과 틀’ 혹은 ‘눈과 시선’ 개념을 접목시켜 본다면 더욱 흥미로운 지점이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책과 개념은 후에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인터스텔라를 다시 예시로 들면 되겠네요.)


어쨌든 제가 생각하는 영상미는 단순히 ‘보여지는 것’에 국한되진 않습니다. 영상으로 표현하는 모든 것, 그중에서도 어떤 목표를 지니고 미를 추구하는 모든 것이 영상미가 될 수 있다 생각합니다.


인터스텔라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영상미를 살펴봤습니다. 재밌는 장면들이 더 있지만 아쉽게도 내용이 너무 길어지면 말 많은 사람이 될 뿐이니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말하지 못한 영화의 세 가지 우수성은 이어서 다른 글로 소개드리겠습니다.


제 글을 읽고 재미와 흥미, 반대 의견과 다른 의견을 느끼고 가지게 된 분들이 있다면 댓글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아하는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니까요!


그럼 이만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년 5월 27일, 안씨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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