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인도에서 10년을 살았다.

인도에서 10년을 살았던 사람이, 한국에서 다시 보게 된 인도에 대해

by Indiaz


나는 인도에서 10년을 살았다.


전봇대가 쓰러져 집을 덮치는 바람에

전기구이가 될 뻔한 적도 있고,

뎅기열에 걸려 혼자 방에서 고독사할 뻔한 적도 있다.


그런데도 기어이,

10년을 살았다.


주변 사람들은 늘 묻는다.


“굳이 인도에 왜 갔어요?”

“인도를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사실 아니다.

나는 인도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처음부터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살았다.

어쩌다 보니 남았고,

버티다 보니 시간이 흘렀다.


다만 그 시절,

나는 한 문장에 꽂혀 있었다.


KBS에서 방영한 남극 다큐멘터리에서

故장순근 박사님이 하셨던 말이다.


“자기가 버틸 수 있는 일 중 가장 힘든 일을 하면 성공한다.”


나는 그 말을 사실처럼 믿으려고 애썼다.

스스로를 세뇌하듯 되뇌며

또 버텼고, 또 버텼다.


그리고 2023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인도에서의 대학 생활,

재난영화 같았던 화폐 개혁,

그리고 실제 재난이었던 코로나까지.

이제는 전부 ‘경험’이라는 이름의 추억이 되었다.


인도에서 살다 돌아오면

사람이 조금 이상해진다.


사소한 것들에 자꾸 감사해진다.

쿠팡 로켓배송이 기적처럼 느껴지고,

경적 소리 없이 길을 걸을 수 있는 하루가 괜히 고맙다.


샤워를 하고,

양치질을 하고,

설거지까지 수돗물로 할 수 있는 하루가

문득 감사하다가,

가끔은 이런 평온을

당연하게 누려도 되는지

불안해지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조금 이상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누가 뭐라든,

인도는 나를

꽤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혼자 있는 시간을

불안하지 않게 만들어줬고,

진짜 소중한 것들이 뭔지 알게 해줬다.


무엇보다

굳이 내가 제일 잘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이상하게도

한국에 돌아와서야

인도가 더 잘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인도에서 10년을 살다 돌아온 사람이,

한국에서 다시 보게 된

인도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