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종종 파스타도 우리 음식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급식에도 파스타가 나오고, 편의점에서도 파스타를 팔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결심했다. 사라져 가는 파스타의 가치를 되찾고 맛을 찾기로…는 아니고. 우리는 파스타가 좋다. 왜냐고? 맛있거든. 그래서 우리만의 파스타 로드를 만들기로 했다.
첫 번째로 방문한 윤공 Korean Bistro (이하 윤공)은 춘심이 강력하게 추천한 곳. 파스타에 한식을 가미한 퓨전 파스타를 선보인다고 하니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됐다.
키미) 가게는 4인 테이블 다섯 개가 놓여 있는 작은 규모. 슬쩍 보니 주방도 작았다. 작은 공간에 화이트 톤과 우드 톤이 주는 아득한 느낌이 개인적으로 좋았다. 특이한 점은 퓨전 한식집인데도 포크와 나이프가 없고 수저와 젓가락만 있다는 것.
가오픈 기간 동안 나온 서비스, 동치미 소면
춘심) 우리가 윤공을 방문했을 때는 가오픈 기간이었다. 이곳의 쉐프님께서는 가오픈 기간에도 찾아준 손님들을 위해 동치미 소면을 서비스로 주셨다. 시원한 동치미 육수에 소면을 넣은 투박한 음식이었지만, 맛은 환상적이었다. 특히 파스타를 먹다가 입안이 느끼해질 때, 이 소면을 먹으면 입안이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윤공에서 판매하는 생맥주는 거품이 부드러운 게 특징. 생맥주 한 모금만으로도 입맛을 확 돋운다.
윤공의 시그니처, 된장 라구 파스타
퓨전 한식 파스타 맛집답게 윤공의 시그니처 메뉴는 바로 된장 라구파스타이다. 쉐프는 파스타 위에 올려져 있는 페코리노 치즈의 풍미가 강하니 취향에 따라 덜어 먹어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 위에 데코레이션을 한 것은 말린 토마토(썬드라이드 토마토)인데, 호불호가 강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키미) 윤공에 오기 전, 쉐프의 인스타그램에서 외할머니댁 장독대에서 훔쳐온 된장으로 만들었다고 봤다. 사실 처음엔 진한 된장 풍미 때문에 '혹시 된장이 너무 강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된장이 파스타의 맛을 헤치지 않을 만큼 부드러워서 자꾸 젓가락질을 하게 만들었다.
파스타맛슐랭 토막 상식
된장 라구 파스타에는 일반 스파게티보다 얇은 스파게티니 면을 사용했다. <파스타의 기하학>에 따르면 스파게티니와 아울리는 소스들은 비교적 가볍고 담백한 맛이라고 한다.
윤공은 파스타 맛집이지만 특이하게 육회가 인기가 많다. 우리는 궁금해졌다. 도대체 어떤 맛이길래. 보통 육회는 얇게 채 썬 시원한 배와 싱싱한 계란 노른자를 섞어 먹는다. 그런데 윤공의 육회는 다르다. 타르타르 소스가 나온다!
춘심) 육회와 시원한 생맥주는 찰떡궁합. 처음에는 맛있었는데 자꾸 먹을 수록 타르타르 소스가 좀 많이 남아서 그런지 느끼한 맛이 강했다. 느끼한 걸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소스를 좀 덜어내고 섞어도 좋을 듯.
키미) 비프 타르타르에서 영감을 받은 건가? 싶기도 했다. 소스와 섞기 전에 육회만 살짝 먹어봤다. 적절히 소금 간을 해서 그런지 육회만 멋어도 맛있었다.
춘심이 재방문을 결심했던 이유, 크림 수제비
키미) 꾸덕한 크림 소스와 노른자, 고춧가루와 고추기름을 섞으면 어떤 맛일까? 사진만 보면 흡사 '괴식'이라고 생각할 지 모른다. 하지만 윤공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다. 춘심은 이 메뉴 때문에 재방문을 결심할 정도라고. 모든 맛이 아주 조화로웠고 무엇보다 질리지 않아서 계속 먹을 수 있었다. 나중에 후기를 살펴보니 살짝 매콤했다는 평도 있었다.
춘심) 넓적하고 쫀득한 수제비를 씹을 때마다 진한 크림의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배불러도 이건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신 세 가지 음식 중에 가장 간이 세서 이 뒤로는 다른 음식을 먹으면 그 음식이 심심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쉐프가 크림 수제비를 제일 마지막에 서빙해 준 걸지도 모른다.
가게 안에는 파스타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서 꽤나 시끌벅적하다. 조용한 분위기를 선호한다면 조금 끄럽다고 느낄 수도 있을 듯하다. 가오픈 기간인데도 대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니 전체적으로 왜 인기 있는지 알 만한 가게였다. 참, 윤공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면 쉐프의 짤막한 술 평론도 볼거리 중 하나.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