펨테크 스타트업 폭풍성장의 비결은?
중학교 3학년 여름 처음 생리를 시작했을 때, 생리대를 어떻게 갈아야 하는지 몰라 쩔쩔맸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성 관련 자료를 거의 찾기 어려웠고, 부모님께 말하기 왠지 부끄러워 친구들과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지식을 쌓아 나갔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어릴 때와 달리 인터넷에는 수많은 정보가 떠돌아다니지만, 각종 광고와 팩트를 확인하기 어려운 ‘~카더라’ 정보 때문에 신뢰할 만한 정보를 찾기 힘든 게 현실이다. 펨테크 스타트업 아루 이명진 대표도 그렇게 느꼈다. 한 인터뷰에서 질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없어 불편함을 겪었다고. 이는 추후 그가 사업 아이템을 정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20년 12월 론칭한 여성 성지식 플랫폼 ‘자기만의방’은 20세 이상(한국 나이 기준) 여성만 가입이 가능하다. 피임, 월경, 육아, 데이트 폭력 등 여성의 건강 정보 및 성지식을 쌓을 수 있는 콘텐츠와 함께 커뮤니티인 ‘써클’, 월경 주기를 기록하는 다이어리를 제공하고 있다.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처음부터 완벽한 플랫폼을 만든 건 아니었다.
성 지식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확고한 생각 때문이었을까? 2020년 9월에 서비스 기획을 했고, 언론사에서 함께 일했던 이아란 아루 편집장과 성 지식 콘텐츠를 제작했다. 12월 론칭 이후 당시 별다른 마케팅도 없이 반응이 뜨거웠다는 걸 들으니 성 지식 콘텐츠에 대한 고객들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한 게 아닐까.
대부분의 콘텐츠 플랫폼이 그렇듯 콘텐츠 제작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그래서 도입한 게 구독모델이다. IT뉴스를 제공하는 ‘아웃스텐딩’이나 실리콘밸리의 정보를 제공하는 ‘더밀크’는 모든 콘텐츠에 대해 구독료를 받고 있다. ‘자기만의방’은 어떨까? 300여 개의 콘텐츠 중 데이트 폭력, 강간 등 범죄 관련 콘텐츠는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성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나는 이 대목에서 무릎을 탁 쳤다!
일반적으로 기업을 경영한다면 수익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제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만든 사업모델도 수익성이 없다면 성장도 하지 못하고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콘텐츠 구독모델은 전문적인 내용을 담은 것인지(콘텐츠 퀄리티), 관련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내용인지(인기 콘텐츠) 등을 고려한다. 하지만 아루 대표는 단기간의 수익성 대신 철저히 공익성을 따진다. 아루 대표의 진정성이 통했던 것일까. 공식 론칭 이후 2022년 5월 기준 1만 6000명이 가입했으며, 4주 후 재방문 고객(리텐셜)이 54%라는 데이터 지표가 나온 바 있다.
흥미로운 반면 걱정도 들었다. 이렇게 사업을 운영하면 망하지 않을까? 걱정이 무색할 만큼 아루는 고속 성장하고 있다. 아루는 2021년 9월 독립 후 3개월 만에 시드투자로 6억원을 유치했다. 그리고 2022년 6월 중소벤처기업부 팁스에 선정되어 향후 2년간 5억 원의 기술개발(R&D) 및 연구자금을 지원받게 됐다.
나는 아루의 고속 성장 비결을 크게 두 가지로 봤다. 첫째, ‘펨테크’(femaletech)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펨테크는 여성을 위한 성 관련 정보와 기술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 기사에 따르면 글로벌 펨테크 시장은 2020년 27조원에서 2027년 77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여성 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미국(특히 북미)과 유럽, 아시아 순으로 다양한 페테르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임신&간호, 건강관리, 진료 등 세부 카테고리에 한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면 아루는 이 모든 카테고리를 아우른다. 월경부터 성관계, 피임, 출산, 폐경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생애주기에 따른 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언론에 알려진 바로는 현재 아루의 콘텐츠는 300여 개 정도가 된다고. 현재 아루는 성 콘텐츠를 외국어로 번역하고 있으며, 투자사인 igniteXL의 도움을 받아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펨테크 시장은 점점 커져갈 텐데 아루가 모든 카테고리를 다룬다면 아루의 성장 가능성은 무한대가 되지 않을까?
두 번째 성장 비결은 ‘커뮤니티’다. 여러 기업들이 IT 기술력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달리 아루는 콘텐츠를 통해 여성들을 모아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마치 스포츠 콘텐츠를 구독하게 만들어 막강한 커뮤니티를 만든 펠로톤처럼!) 커뮤니티에 속해 있는 고객들은 동질감을 느끼며 기업의 팬이 된다. 그러면 기업은 새로운 서비스를 론칭할 때도 수월할 것이다. 기업을 지지하는 수많은 팬이 서비스를 이용할 테니까!
하지만 한계도 있다. 콘텐츠를 유료로 구독하는 고객들은 정기적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원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이슈를 전하는 게 아니라면 어느 시점에서 콘텐츠를 기획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마셜 밴 앨스타인의 저서 <플랫폼 레볼루션>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고객의 1~2%만이 무료 고객에서 유료 고객으로 전환한다'고 한다. 이 말은 유료 고객의 숫자를 늘리기 위해서 수백 만 명의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루는 텍스트 콘텐츠 대신 영상이나 웹툰 등으로 다각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리고 이제까지 쌓아놓은 데이터를 토대로 여성 상품을 판매하는 커머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하니 이 한계를 어떻게 돌파해나갈 것인지 지켜보면 좋을 것 같다.
내가 아루를 처음 알았던 건 지난 8월 스타트업 유튜브 채널 EO에서 선보인 ‘유니콘 하우스’라는 스타트업 오디션을 보았을 때이다. 아루의 이명진 대표의 선한 인상과 똑 부러진 말투에서 진정성이 느껴졌고, 그때부터 아루를 관심있게 보기 시작했다.
현재 아루는 더 높은 성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아루에 대한 자료를 정리해보니 향후 커머스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럼 텍스트 콘텐츠의 비중이 줄고 광고 콘텐츠가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아루 이명진 대표의 초심처럼 오랫동안 아루가 ‘광고성인 정보 대신 정확한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되길 찐팬으로서 바래본다.
* 출처
여성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기술 : 펨테크
https://blog.naver.com/youngkbblog/222833528433
여성 콘텐츠와 AI의 만남…'펨테크' 스타트업 폭풍성장
https://www.hankyung.com/it/article/2022031424831
[Re-스타트업 열전] 펨테크 시장 노리는 성지식 플랫폼 ‘아루’
https://www.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429896
[쫌아는기자들] 아루, 남자는 절대 모를 세계에 투자한 이유
‘펨테크’ 스타트업 아루, 시드 투자 이어 중기부 ‘팁스’ 선정
https://www.venturesquare.net/856985
여성만의 고민 어떻게 해결? ‘성지식 앱’ 만들어 정보 나눠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428/113140148/1
[Question & Change]〈11〉펨테크 기업 ‘아루’ 이명진 대표
https://www.donga.com/news/View?gid=113140148&date=20220428
70조 규모로 성장? 점점 진보하는 펨테크 시장
https://blog.naver.com/shuval/222431361407
도서 <플랫폼 레볼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