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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보니 마케터 May 14. 2020

어쩌다보니 마케터 - 탑다운 / 바텀업

업무를 하면서 느끼는

업무를 할 때, 이 이 어떻게 생겨났느냐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이 것을 탑-다운 형식과 바텀-업 방식으로 표현하는데요.(흔히 이 두 가지 용어는 문제 해결 방식으로 작게 시작해서 크게 해결하는 방식 / 큰 골격 속에서 작은 것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방식으로 표현되는데요.)  저는 이러한 전통적인 표현과 달리 위에서 내려온 일과 밑에서 건의하여 추진된 일을 표현할 때 저 두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요. 그렇습니다. 제 멋대로인 거죠.


지난번 소개해드렸듯이 해외영업에 있을 때는 우스개 소리로 너가 재택근무를 해도 매출만 해오면 오케이다 라고 할 정도로 위에서 많은 것을 터치하지 않았죠.. 즉, 숫자로 이야기하지 뭘 풀어서 이야기하지 말라는 뜻이었는데요. 그렇기에 큰돈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매출 숫자를 달성하기 위해 제가 기획한 일들을 큰 타치(?) 없이 진행할 수 있었죠.



가끔 위에서 제동을 걸 때는 마지 동학 농민들처럼 들고일어나, IMF 통계 자료를 근거로 이 나라의 구매력과 왜 이러한 것들이 필요한지 뉴스들을 정리해서 설명하기도 하였는데요. 부족했지만, 다행히 좋으신 분들을 많났기에 별 말없이 받아들여주셨던 것 같아요. 이처럼 바업은 밑에서 기획해서 위로 한 단계씩 한 단계씩 설득 해나가 그것을 실행하는 것이며, 이상적인 업무 프로세스라고 저는 생각했었는데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상품기획부서로 이동하면서 기존에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업무방식을 경험할 수 있었어요. 당시 어깨 뽕도 좀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부서를 옮겼기에 '그동안 배우고 기획했던걸 바탕으로 제대로 상품기획을 해서 멋진 제품을 출시해보자!'라는 생각을 하며, 내가 기획한 새로운 제품 출시에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요.



이때 처음으로 제대로 된 탑-다운 형식의 업무를 경험한 것 같아요. 어느 날 룰루랄라 출근했는데 갑자기 생각하지도 못한 신제품을 기획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요. 처음에는 약간 당황스럽더라고요. 이미 상품 개발하기로 다 결정이 된 제품에 대한 기획서를 써야 하기 때문이죠. 그 당시 저는 '뭐지 이게? 내가 생각했던 것들과 너무 다른데?' 이런 생각을 많이 한 거 같아요. 그리고 동시에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 이렇게 하면 제품이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할 텐데..라는 건방진 생각도 함께 했던 것 같아요. 제가 다 맞다는 아주 시건방진 세계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죠. 그렇습니다. 바틈-업 VS 탑-다운 형식 속에서 제대로 고통받았던 시기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렇게 제가 의도하지 않은 상품들을 기획하고 출시를 진행하였는데요. 이런 게 되겠어?라는 의구심을 한가득 품고 말이죠. 하지만 위의 지시로 출시된 제품이 예상외로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았어요. 처음에는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다가 점차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라는 단계로 바뀌게 된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계신 팀장님 그리고 그 위의 분들의 인사이트에 제가 따라가지 못한 체, 마냥 내가 맞다고 우긴 녀석이 돼버린 거죠.


현재 진행하고 있는 마케팅 업무도 마찬가지인 거 같아요. 성공의 기준은 애매하나, 그래도 내부적으로 괜찮게 되었다고 평가한 이벤트들의 유형을 보면 내가 기획한 것들과 내 의도와 달리 지시에 의해 진행된 것들이 적당히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 같아요.



탑-다운 형식의 업무를 고압적이 다부터 올드하다 등등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많이 있는데요. 저는 아직까지 부족해서 그런지 몰라도 탑-다운 형식의 업무도 괜찮은 방식 중 하나인 거 같아요. 지시를 내리신 분들도 그만큼 능력이 되시니까 위에서 이러한 것들을 지시하실 수 있는 위치로 가셨겠죠?(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를 무시하면 큰일나더라구요.)


약간 또 꼰대스러운 관점이 아니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데요. 저는 이 두 가지 방식을 적절히 혼합해서 업무를 하면, 개인의 역량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때론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 한숨을 내뱉으며,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을지라도 말이죠.

오늘은 약간 번외식으로 이야기를 해보았는데요. 최근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내가 기획하기도 하지만 지시에 의해 움직이는 경우도 많아서 생각난 김에 적어 본거 같아요. 아직까지는 능수능란하게 업무를 하지 못하다 보니 여기저기 꺠지기도 하는데요. 뭐 이러한 경험들이 나중에는 다 피가 되고 살이 되지 않을까 그러한 기대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려고 합니다! 부족하지만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다음번에는 상품기획 업무를 하였을 때 느꼈던 것들을 정리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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