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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프링버드 Jun 07. 2024

천상병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은 하늘로 돌아가셨을까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계실까

수많은 이들이 수많은 곳에서

수많은 고통과

수많은 웃음과

수많은 나태함과

수많은 욕심과

수많은 질투와 갈등과 우격다짐과

그밖에도 많고 많은 삶의 질곡에 휘말려

찡그리고 웃고 화내고 무감각한 표정으로 살고 있는 모습을


내려다보고 계실까

그렇다면

만약에 그렇다면

시인은 웃고 있을 것 같다

활짝 웃으며 손나팔을 만들어 우릴 향해

외칠 것 같다


소풍은 그런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아름다운 게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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