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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nda Sep 13. 2022

안달루시아 이야기 - 몸풀기

스페인으로 올리브 따러 갔다 자급자족, 에너지 최소사용의 삶을 엿보다. 

2016년 1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22개월. 약 2년 동안 다른 나라들을 구경했다. 정말 하릴없이 돌아다니고 먹고 구경하고 시간을 마구 흘려보내던 날들. 마스크, 코로나 검사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녔던 날들. 다시 돌아올 지 모를 그 날들의 한 부분 중 돌이켜보면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남겨본다. 


올리브 수확 중 달콤한 쉬는시간. 호스트 아저씨네 멍멍이 '네팔'이와 함께

 여행을 준비하면서 그러니까 1년도 훨씬 전.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몇가지 해보고 싶은 것을 꼽아봤다. 둘 다 올리브절임과 기름을 좋아해서 올리브 주 생산지인 이탈리아 토스카나나 스페인 안달루시아 올리브 농장에서 일해보기가 그 중 하나였다. 아무래도 올리브는 우리나라에서 생산이 아예되지 않기 때문에 해외에 나간 김에 어떻게 자라는지, 수확은 어떻게 하는지도 알아보고 싶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인연이 닿지 않았지만 스페인 안달루시아 구석진 어느 마을에 사는 아저씨에게서 답이 왔다. 우리가 사용하는 연결시스템은 “워크어웨이(workaway)”. 호스트와 여행자를 연결해준다. 호스트는 숙식을 제공해주고 여행자는 호스트의 일을 돕는 그런 구조다.  



도착. 12월 21일 수요일  (2016년)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를 거쳐 안달루시아로 향했다. 곧 크리스마스와 새해 시즌이니 시골로 가서 조용히 지내고 싶은게 우리의 소망이었다. 세번의 버스를 타고 9시간을 길 위에서 보낸 후 하엔을 거쳐 도착한 그 곳의 이름은 ‘Quesada’. 남편님은 자꾸 ‘퀘사디아’라고 발음했지만 그 곳의 정식 발음은 ‘케사다 혹은 퀘사다’ 이다. 마드리드에서 하엔(Jaen)에 도착해 연락하니 답이 없다. 무작정 가는거다 하고 버스에 올라탔다. 점점 버스가 올라가 설산이 군데 군데 보이기 시작한다. 2시간 동안 멋진 구경을 하니 도착했다. 산 속이라 춥다. 해가 이미 진 시간. 전화를 했더니 여자 친구(amiga)가 마중을 나갈거라고 아저씨가 말했다. 언제 마중 나오려나 버스 정류장에서 대기를 타고 있었는데 어떤 발랄한 언니가 빨래건조대를 들고 귀여운 멍멍이랑 걸어온다.  

하엔(jaen)에서 케사다로 가는 길. 크레타보다 더한 끝없는 올리브 나무들. 


“Are you Gordo?” (남편님은 한국 이름과 비슷한 이 단어를 스페인 이름으로 사용하는데 뜻은 ‘뚱뚱한’이다.) 라고 물어봤다. 맞다고 했더니 호스트 아저씨가 바빠서 본인이 마중을 나왔다며 따라오라고 했다. “My name is 알레한드라. I am the partner of Quique” 라고 소개했다. 무언가 강한 느낌의 언니였다. 발걸음도 어찌나 빠르던지 따라가다 몇번이고 놓칠뻔했다.  


어둡고 알아보기 힘든 미로같은 길을 지나 언니의 집이 나왔다. 차를 권해서 한잔씩 마시고 있는데 언니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그리고 본인은 일본문화와 명상을  좋아한다고 했다. SEN 이라고 하던데.. 선명상을 뜻하는 것 같았다. 개연성 없는 질문들이 산발적으로 이루어졌다. 언니에게 질문을 할 세는 없을 정도였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자질검증인가 싶다. 언니는 두마리의 고양이와 한마리의 개를 키우고 있었다. 집이 작지만 효용적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나무로 인테리어 되어있었는데 물어보니 키케가 해줬다고 했다. 무언가 슬슬 재미져지고 있었다. 곧 키케 아저씨가 왔다. 사진보다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편인데 등은 단단해보였다. 오랜 육체노동의 결과물이리라. 머리 스타일이 재밌었는데 약간 레게 식으로 꼬았다. 그냥 관리 안하면 되는 그런 스타일인거 같았다.  


알레한드라 언니네 집. 솔틴이와 야옹이


아저씨 차에 가방을 싣고 뒤에 탔더니 무언가 불쑥 나온다. 개다. 이름은 ‘네팔’이라고 했다. 자꾸 자기를 쓰다듬으라며 콧등으로 내 손을 들어 올린다. 네팔이를 계속 쓰담으며 집으로 갔다. 집은 퀘사다 시내에서 차로 10분 내려가야 하는 곳인데 비포장도로라 무지 덜컹댔다. 집에 오니 흰색 고양이가 마중 나왔다. 이름은 가스퍼라고 했다. 2층으로 올라가 빈방 두개 중에 어느 걸 쓰고 싶냐며 이게 더 따뜻한데 매트리스는 여기 있으니 원하면 옮기란다. ‘Help yourself’ 크레타 워커웨이에서도 많이 들은 말. 어쩌면 워커웨이 호스트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일 거다. 방정리를 하고 내려가니 아저씨가 시금치 올리브 볶음이랑 빨간피망절임, 빵과 포도주를 준비해줬다. 탁자는 두꺼운 담요로 덮여있었는데 그걸 들어 무릎위에 얹으면 화로안의 타고 있는 나무가 하반신을 따수히 해줬다. 일본의 코타츠와 비슷한 이치. 


맛있게 먹으며 몇가지 오리엔테이션을 들었다.


1. 이 집은 80년된 집을 직접 리모델링 했다. 중앙난방시스템이 있는데 나무를 태워 물을 데우면 그게 각 방의 난방기구로 들어가 방 공기를 따스히 해주는 구조다.


2. 태양열로 전기를 공급하기 때문에 전력을 갑자기 많이 사용하는 제품을 사용하면 안된다. 헤어드라이어는 사용하지 말아달라.  


3. 뜨거운 물 기계가 고장나서 곧 고칠 예정이다.  앞으로 샤워는 3분안에 끝내도록. 


4. 일은 8시반에 출발해 9시쯤 시작하고 5시쯤 마친다.


5. 나는 크리스마스에 고향인 그라나다로 간다. 금요일에 가서 일요일에 온다. 너희들도 가려면 이야기 해주렴. 숙소는 찾아보고.


1,2,3번을 들으며 흥미로웠다. 들어보니 아저씨는 자급자족 삶을 표방하여 그라나다에서 다시 부모님의 고향 케사다로 올리브 농사를 위해 이주했다고 했다. 에너지 최소 사용의 삶을 엿볼 수 있다니 왠지 기대되었다. 


호스트 아저씨네 집으로 가는 길. 주변이 온통 올리브 나무. 


그리고 5번은 당연히 가야했다. 아저씨가 없는 기간 동안 추운 집에서 무얼하리. 어차피 그라나다는 가볼 생각이었고 태워준다니 금상첨화 총총 따라가기로. 얼음처럼 차가운 물로 양치질과 세수를 겨우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케사다의 최저온도는 1~3도. 최고온도는 14~18도. 추운 밤과 따스한 낮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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