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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이 Sep 08. 2022

임신일기 #10_22주차 결정할건 많고 아는 건 없고

산후조리원, 태아보험, 출산휴가/육아휴직 일정, 분만 방법, 분만 병원, 담당 선생님, 병실…


지금까지 가족이나 주변의 친한 친구, 선후배중에 임신한 경우가 없어서 그런지 사실 임신 과정 중 어떤 걸 결정해야하고 뭐가 필요한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간신히 여기저기 물어보고 맘카페를 뒤적여보며 조리원과 태아보험, 출산휴가/육아휴직까지는 꾸역꾸역 어떻게든 결정지었는데 이제 중기가 되면서 ‘분만’이라는 가장 중대한 결정이 남아있었다.


그동안 다녔던 산부인과에서 분만까지 하려고 생각했었는데 몇몇 친구와 지인들은 앞으로 남은 임신기간 중이나 분만중에는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며 전원 후 큰 병원에서 분만하는 걸 추천했다. 또 어떤 친구는 무조건 대학병원을 고집하기보단 환자 한명한명을 좀더 맞춤형으로 세심하게 보살펴줄 수 있는 산부인과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신랑은 그동안 잘 다녔던 병원에서 분만까지 하는 걸 원했지만, 팔랑귀인 나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고 고심한 끝에 전원을 결심했다.


이 글을 쓰고있는 38주인 지금, 그때를 돌아보니 이래도 저래도 다 각자의 나름대로 좋았을 결정이었다. 분만 방법은 걱정할 필요조차 없었다…^^; 달이는 막달까지 줄곧 머리를 위쪽으로 향하고 있는 역아여서 제왕절개밖에 선택지가 없었기에!


조금 우습지만 당시엔 답답하고 막막해서 눈물도 났다. 임신, 출산과 관련된 판단과 결정은 지금까지 내 삶에서 노오력해서 어느정도 예상 가능한 성과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던 어떤 것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내 몸이, 아가의 상태가 어떤지는 예측할 수도 없고 변수도 너무 많으니까.


문득 출산은 나의 가치관과 취향이 들어갈 여지가 없기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극히 제한적이기에 더 답답하고 막막한거란 생각이 들었다.


우울하게 처져있다가 9주 앞서 출산 예정인 친구가 지금은 조급함보단 임신 중기의 자유를 느낄때라고 말해주어 조금씩 힘이 났다.


달이는 어디서든 어떤 방식으로든 건강하게 잘 태어날테니까, 내마음 잘 다독이는 것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22주차의 나는 (앞으로 결정할 것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산더미로 쌓여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른채) 막막함을 애써 가라앉혔다.


 많은 그림 둘러보러 인스타그램 통이토리 (@tongitori​​)에도 놀러와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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